현대운수, 양구군 농어촌버스 '파행 운영' 장기화

버스 노후 심각‧결행‧임금체불 … 사태 해결 미적대는 양구군

농촌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하려면 버스 '완전공영제'로 가야

  • 입력 2023.09.25 17:44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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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강원특별자치도 양구군(군수 서흥원)의 농어촌버스 파행 운영이 계속되면서 버스 노동자와 군민의 안전까지 위험에 놓였다.

양구군의 하나뿐인 농어촌버스 사업자인 현대운수(주)는 경영난을 이유로, 노조(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강원지부 현대운수지회, 지회장 김걸)와의 협의 없이 지난 2월 노선 1개와 버스 1대(기존 11개 노선, 차량 13대)를 일방적으로 감축했다.

전체 노동시간은 13시간 이상, 운행 거리는 96km가 늘어나는 등 노동 강도가 높아졌지만 매달 실질임금은 30만원이 넘게 줄었다. 아울러 버스 노후 문제(마모돼 철심이 드러난 바퀴, 냉방기 고장, 엔진 부품 미교체로 시동 꺼짐, 배기가스 저감장치 불법 개조로 요소수 미투입, 운행 중 앞바퀴 화재 등)가 심각하다. 그나마 한 명뿐이던 정비사마저 무자격 문제로 퇴사해 버스 정비도 공백이 생겨, 군민의 이동권 제한은 물론 안전사고 위험까지 더해지고 있다.

이에 현대운수지회는 합법적 총파업(4월 1일 쟁의권 확보)을 단행할 수 있음에도 군민 이동권을 위해 운행을 계속하며 파업 대신 지난 190여일 동안 양구군 농민‧시민‧사회단체의 연합체인 양구민주단체협의회(대표 오용석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 의장, 민단협)와 함께 선전전만을 진행해 왔다. 지난 8월 대규모 결의대회 및 서흥원 군수와의 면담 등이 진행됐고, 그 가운데 현대운수가 몇 차례 폐업을 선언했음에도 양구군은 현재까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22일 양구군청 앞에서 진행된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강원지부 현대운수지회 기자회견. 한명희 양구군여성농민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2일 양구군청 앞에서 진행된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강원지부 현대운수지회 기자회견. 한명희 양구군여성농민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민단협, 전국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민주버스본부 강원지부(지부장 황선재), 현대운수지회 등은 지난 22일 양구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내버스 파행 운영 사태를 수수방관하는 양구군청’을 규탄했다.

아울러 △시내버스 완전공영제 시행을 위한 노정 협의체 즉각 구성 △버스요금 인상 철회 및 노동자‧군민 동의 없는 버스‧노선 감축 즉각 철회를 양구군에 촉구했다. 양구군의회에는 △완전공영제 시행을 위한 조례 즉각 제정, 현대운수에는 △노조 경시, 폭언‧폭행, 무능‧갑질 현대운수 경영진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현대운수와 양구군의 밀실 합의로 양구군 교통 약자에겐 이동권 및 교통 편익 저하를, 버스 노동자에겐 노동 강도 상승과 실질임금 감소의 고통만 안겼다”면서 “버스 사업자는 연 6,000만원의 경비를 절감하고, 2023년부터 양구군 시내버스 요금도 21.43% 올랐지만 적자타령과 자진 폐업을 운운하며 겁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더해 “가장 안전해야 할 버스의 예방 정비는커녕 고장 버스 방치 및 운행 강요, 버스 결함으로 인한 결행이 수시로 발생하고 심지어 운행 중 타이어에 불이 나는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그런데도 실질 사용자인 양구군청은 수수방관하며, 본질을 왜곡한 채 (완전공영제 요구를) 노동자의 임금 인상 요구 투쟁으로만 몰아가며 평가절하했다”고 말했다.

바퀴 무늬가 없어지고 철심까지 튀어나오는 등 심하게 마모된 버스 바퀴 모습. 현대운수지회 제공 
바퀴 무늬가 없어지고 철심까지 튀어나오는 등 심하게 마모된 버스 바퀴 모습. 현대운수지회 제공 

이들은 양구군이 버스를 직접 운영하는 완전공영제 실시 및 이를 위한 과도기적 단계로 노동자 조직이 경영에 참여하는 자주관리회사 체제를 요구하고 있다.

현대운수는 비수익 노선 손실 보상 지원금, 벽지노선 손실보상 지원금, 오지도서 공영버스 대폐차지원 보조금, 농어촌버스 유가보조금, 버스 교통카드 할인에 따른 손실지원금 등 지자체에서 모두 10억원 이상을 매년 지원받고 있어, 이들은 완전공영제만이 ‘양구군민의 혈세인 보조금 낭비를 막는’ 대안이라고 본다.

이날 한명희 양구군여성농민회 회장은 민단협을 대표해 “여름 내내 현대운수는 더 이상 버스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수도 없이 스스로 증명했다”면서 “현대운수는 8월에 폐업한다 했는데, 양구군이 맡아주지 않아 할 수 없다는 태도다. 양구군이 할 일은 간단하다. 현대운수의 면허권을 반납받으면 된다. 이는 양구군민의 뜻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 회장은 “민단협은 현대운수 문제가 오직 양구군민의 이익 측면에서만 해결되기 바란다. 그것은 버스 감차와 노선 축소를 즉시 원상 복구하는 것이다. 양구군이 능력도 없고 재정도 없어 못 한다면, 노동자들이 자주 관리할 수 있게 하고 최종적으로 버스 완전공영제를 시행하면 된다”라며 “민단협은 양구군에서 완전공영제가 실현되는 날까지 함께 싸워나갈 것이다. 또한 현대운수 버스 투쟁에서 보여준 양구군의 독단적, 비민주적인 행정에 대해선 별도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고 경고했다.

노조 관계자들의 연대 발언도 이어졌다.

황선재 민주버스본부 강원지부장은 ‘교통약자의 교통 편익 증진과 대중교통의 공공성 강화’가 이번 투쟁의 취지라고 강조했다.

정홍근 민주버스본부 본부장은 “완전공영제는 자주관리기업으로 전환이나 조합원 임금 인상을 위한 일환만이 아니다”라며 “갈수록 인구가 줄고 특히 양구 같은 작은 지역은 갈수록 버스 운영으로는 흑자를 내기 힘든 구조에서 국민의 기본권인 이동권을 지켜내기 위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양구군은 적자로 운영이 힘들다는 현대운수의 폐업신고를 즉시 수리하고, 투명한 경영으로 세금이 올바로 쓰이고, 군민 이동권이 보장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현암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사무처장은 “며칠 전 현대운수는 공중파 방송을 탔다. 정비가 안 된 매우 위험한 상태에서 버스를 운행해 군민의 안전한 이동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내용이다”라며 “양구군수가 이를 알고도 사태를 방치한다면 주권자인 양구군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주권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지자체장은 없을 거다. 양구군수는 민간 사업자만 배 불리는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고 완전공영제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부채 44억원을 남기고 고의 도산한 국일여객 노동자들이 지난 2006년 직접 기업을 설립해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으로 재탄생시킨 ㈜달구벌버스의 남대식 지회장도 이날 연대 발언에 나섰다.

남 지회장은 “현대운수 사장이 먼저 폐업하겠다 했으니 동지들도 살리고 군민 세금이 새 사업에 쓰이도록, 달구벌버스가 신규 면허를 받아 양구군민을 위해 운영하겠다”면서 “달구벌버스는 44억 부채를 안고 출범했지만 투명 경영으로 부채를 모두 갚아내면서 시민 세금으로 사장이 얼마나 자기 배만 불렸는지를 증명해 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구군에 세 번째 왔는데 공기도 좋고 도로도 깨끗하고 너무 좋지만, 시내버스는 형편없다. 양구군 공무원들, 자기 집 차라면 과연 이렇게 운행하겠나”라며 “청송군은 찾아오는 모든 이가 무료로 버스를 이용하면서 지역경제가 살아난다고 한다. 외지인 누가 오든 대중교통이 깨끗해야 사람들도 더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과 김점경 ㈜달구벌버스 대표는 양구군에 농어촌버스 인수의향서를 전달했다. 달구벌버스는 △신규 면허 발급 △공영 차고지 제공 △고용 승계(운전기사만, 체불된 임금‧퇴직금 등 금품은 제외)를 인수 조건으로 제안했다.

한편 8월 31일 기준(‘현대운수(주) 파행운영 사태 해결을 위한 요구안’에 대한 양구군 도시교통과 답변), 양구군은 완전공영제를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양구군은 “공영제로 운영하려면 노선개편, 요금체계 개선 등 계획수립이 선행돼야 하고, 버스 운영을 위한 자산 구입, 시설 구비 등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것이며 운수업체 종사자들의 고용승계 등의 문제로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현재 완전공영제 시행에 대해서는 결정된 사안이 아님”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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