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공영제, 양구군은 어떤 선택을 할까?

준공영제, 보조금 늘려 회사만 이익 … ‘공공성’ 담보 못해

  • 입력 2023.10.15 18:00
  • 수정 2023.10.15 19:08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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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노조와 민단협은 ‘공영제(15면 ‘무엇이든’ 참조)’를 요구한다. 양구군은 아직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양구군은 지난 8월 말 ‘면허권이 현대운수에 있는 점’, ‘공영제 전환 검토는 많은 시간 소요’를 들며 ‘공영제는 결정된 사안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지금도 입장엔 큰 변함이 없다. 다만 양구군은 교통체계에 관한 연구용역(결과는 아직 공개 불가)을 마쳤고, 10월 중 자문위원회를 거쳐 공청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노조와 민단협이 공영제를 요구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버스 사업의 주목적은 수익이 아닌 공공의 이동권이라서다. 이에 교통 소외지역인 농어촌뿐 아니라 도시 지자체도 버스 사업에 많은 보조금을 지원한다. 문제는 그간 이 보조금이 개인 사업자의 주머니로 들어갔다는 점이다.

보조금을 늘려 받으려 운영비를 과다하게 책정해 제출하거나 적자를 부풀려 보조금 빼돌리기. 친인척 임원에게 인건비를 부당 지급하거나, 직원 차명계좌로 보조금 횡령. 관련 지원금을 다 받고도 기사들의 임금과 퇴직금 체불. 접대비·경조사비·화환비 등으로 보조금 전용. 모두 실제 사례다.

현대운수가 지난해 받은 보조금은 △비수익노선과 벽지노선의 손실보상 지원금 △오지도서 공영버스 대·폐차(기존 차량의 영업용 번호판을 떼어내(폐차) 새 차에 다시 붙이는 것(대차)) 지원금 △농어촌버스 유가보조금 △버스 교통카드 할인에 따른 손실지원금 등 11억원이 넘고, 보조금은 매년 늘어 왔다(최근 3년간 매년 10억원대).

노조와 민단협은 현대운수가 보조금을 유용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심각한 버스 관리 상태와 잦은 임금체불에 이를 만큼 적자일 수는 없다고 본다. 아울러 이를 감독하고 개선하기 위한 양구군의 대응이 ‘전혀 없었다’고 할 정도라고 판단한다. ‘현대운수 장부를 실제로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보조금 유용과 불법 경영 여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하나뿐인 시내버스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건 현재 상태로 증명된다’는 거다. 현대운수가 회계 내역을 정직하게 밝히고, 양구군이 더 책임감 있게 대처하지 않는다면 군민의 신뢰를 얻긴 어렵다.

보통 지자체는「지방보조금 관리 조례」에 따라 매년 보조금을 받은 사업주에게 정산보고서(보조사업의 경비를 재원별로 밝힌 계산서. 사업자가 관련 법령에 따라 작성)를 제출받아 정산검사를 실시한다. 양구군은 “현대운수 정산검사상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행정 조치해야 한다”라며 “현재 문제 제기가 계속돼 더 철저하게 하려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사측의 ‘적자경영’ 주장도 믿지 못한다. 근거자료를 통한 설득이나 설명 없이 그간 급여 연체가 잦았고, 올해 임금 삭감도 충분한 협의 없이 밀어붙여서다. 아울러 저임금에 시달려온 기사들로서는 지금보다 임금을 더 내리기도 어렵다.

기사 D씨는 잦은 급여 연체를 “솔직히 길들이기다”라고 했다. 임금협상 같은 중요 결정을 앞두고 급여 연체가 반복돼서다. 실제로 돈이 없어서는 아니라고 본다. 추석을 앞둔 지난달 급여가 일부(150만원씩)만 지급됐을 때도 사측은 ‘아무 설명 없이’ 직원 휴게실에 안내장만 붙여뒀다. 안내장엔 ‘(미지급분)지급 시기는 미정’, ‘임원은 무기한 지급 연기’라고 적혔다. D씨는 “그걸 어떻게 확인하나, 실제 장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것도 아닌데”라며 불신감을 드러냈다. 지난달 15일 ‘지급 시기 미정’으로 명절을 앞둔 직원들을 허탈하게 했던 사측은 불과 12일 만에 모두 지급했다. 기사들은 관리직 인건비에도 의문이 있다. 기사를 제외한 인력이 5명(사무직 2명, 임원 3명(대표이사의 아내가 이사, 아들이 감사))인데, 회사 규모에 견줘 관리직 인건비가 많다고 본다.

이에 노조는 지금보다 보조금만 늘려주는 준공영제를 강하게 반대한다. 기사 C씨는 “(수익이) 줄었다 해도 그만큼 지원받지 않나. 회계 내용도 밝히지 않고 말로만 적자라고 하면서, 그간 군에 지원을 더 해달란 말도 없었단다. 적자가 아니란 거다. 준공영제는 회사에만 이익이다. 절대 안 된다”라고 못 박았다.

노조는 전체 보조금과 공적손실액 규모로 봤을 때, 사측의 적자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본다. 2022년 기준 현대운수가 받은 전체 보조금(11억9,700여만원)은 공적손실액보다 7,600여만원 많다. 황선재 강원지부장은 “거의 100%에 가까운 지원이다. 그런데도 적자라면 현대운수가 운영을 잘못했다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즉 회사의 적자분은 보조금으로 거의 메꿔지고 있다는 뜻이다. 적자를 믿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강원도 버스요금은 올해 21.43% 올랐다. 거기에 노선과 버스가 각각 하나씩 줄어(기존 11개 노선·버스 13대) 연간 약 6,000만원 정도 경비가 줄어든다는 거다. 막대한 보조금에도 구체적 해명 없이 안전관리 부실과 노동조건 악화가 뒤따르면서 사측에 대한 노조의 불신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고, 주민 이동권은 점점 제한될 위기다.

황 지부장은 “거의 100% 지원인데도 노선권과 운영권은 사업주 소유다. 그렇다고 회사가 버스 공공성 강화를 위해 정말 노력하나? 아니다. 자기 이익이 먼저다. 오히려 적자를 이유로 서비스를 계속 줄여 버스 서비스가 점점 열악해질 뿐이다”라며 “그럴 바엔 양구군이 노선권을 관리하며 직접 운영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주민의 안전과 이동권,노동자의 권리를 가장 잘 담보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양구군의 선택을 바라보는 눈들이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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