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쥬키니호박 GMO 검출 사태’ 방지할 근본 조치 절실

  • 입력 2023.05.21 18:00
  • 수정 2023.05.23 20:34
  • 기자명 강선일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달 14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열린 ‘LMO(GMO) 국가검역·관리시스템 붕괴 규탄, 정보공개 및 피해보상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GMO반대전국행동·전국먹거리연대·환경농업단체연합회·한살림 회원들이 검역에 실패한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14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열린 ‘LMO(GMO) 국가검역·관리시스템 붕괴 규탄, 정보공개 및 피해보상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GMO반대전국행동·전국먹거리연대·환경농업단체연합회·한살림 회원들이 검역에 실패한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쥬키니호박 미승인 유전자조작물질(GMO) 검출 사태’로 피해당한 농가에 대한 정부 보상안이 이달 중 공식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농가 보상만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아직 관련 정부조직(농림축산식품부·국립종자원 등)의 공식 발표가 나온 것은 아니나,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농식품부) 측은 미승인 GMO 검출로 피해당한 쥬키니호박 농가 503곳에 5월 중 보상을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GMO가 농장에서 발견되지 않은 쥬키니호박 재배농가는 재배면적 1,000㎡당 약 118만원의 보상금이 집행될 예정이며, 양성 농가, 즉 GMO가 발견된 농가는 남은 수확 가능 기간 및 친환경인증 여부에 따라 보상금이 차등 지급될 예정이다.

일례로 수확 가능 기간이 6~8주 남은 일반농가는 1,000㎡당 약 283만원(친환경농가 약 684만원)을, 12주 이상 남은 일반농가는 약 1,011만원(친환경농가 약 2,155만원)을 보상받는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총 보상액은 약 42억원 수준으로 책정될 예정이나, 아직 구체적 보상 일정은 공식화되지 않았다. 보상을 직접 집행할 예정인 국립종자원 측 관계자는 “최대한 빠른 보상 집행이 가능하도록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가공식품에서 GMO가 검출됨에 따라 피해를 당한 가공업체 및 생활협동조합 등의 경우, 아직까지 관련 보상안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관련 대책을 논의 중이라 하나, 보상 방안의 현실화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3~4월 사태에 대한 정보공개와 대국민 사과부터

피해보상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론 다시 지난 3~4월의 대혼란이 초래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GMO반대전국행동·전국먹거리연대·환경농업단체연합회 등 먹거리운동단체들은 지난 2일 국내 GMO 생산·유통사고 재발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지난 3~4월 발생한 GMO 쥬키니호박 생산·유통사고 전반에 대한 정보공개 및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문제가 된 종자(홍익바이오 ‘가야금’, ‘대금’)의 수입·신고 및 유통 과정에 대한 정확한 정보공개와 함께, 가야금·대금 종자의 품종 등록 이래 생산량·판매량 및 작물 시중 유통량 등 전반적 피해 상황을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에서 생산·유통된 GMO 작물과 종자의 ‘수입금지식물’ 지정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러시아의 경우, GMO 종자 수입을 ‘테러’에 준하는 행위로 간주할 정도로 GMO 문제에 강경하게 대응한다. 러시아처럼 대응하진 않더라도「식물방역법」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수입금지식물, 금지지역, 금지병해충 지정·관리> 내용을 개선하는 것은 고려해야 한다는 게 먹거리운동진영의 입장이다.

한편으로 이번에 문제가 된 GMO 쥬키니호박 종자는 ‘국제특송 택배’로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종자를 우편·특송으로 반입할 시 사전 통관 과정에서 육안으로 X선 검사를 실시하는 정도에 그쳐, 소량의 GMO 씨앗은 허위신고한다 해도 걸러내기 어렵다. 이와 같은 현행 국경검사 제도의 한계를 개선할 방안도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GMO 오염 확산 방지대책도 절실하다. 먹거리운동단체들은 “문제의 호박 종자를 아직 보관하고 있는 농가가 GMO 오염 종자인지 모르고 밭에 심는 일이 없도록, 문제의 GMO 종자 상표명(가야금·대금)을 대대적으로 알리고 회수 조치를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쥬키니호박 GMO 검출사태 발생 이래, 농식품부와 국립종자원은 단 한 번도 ‘공식적으로’ 문제의 종자가 가야금·대금이라고 밝힌 적이 없는데, 이러한 대응은 또 다른 ‘선의의 피해자’를 낳는다는 것이다.

오염 확산 방지, 농민의 지속적 농사 위한 대책도 필요

GMO 오염 피해보상과 관련해선 △농지 오염으로 농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농가 피해 보상을 위한 소득 보장 방안 및 생활보장책 제시 △피해농지 주변 환경영향조사(최소 2년) 진행 △2023~2024년 쥬키니호박 재배농가 파종 전 무상 GMO 검사 지원 △「종자산업법」상 피해보상 규정 개정(현행 종자산업법 제23조는 ‘예산범위’ 한도 내에서만 보상하도록 규정하는데 이를 개정하자는 것) △불가항력적 상황을 고려한 보상책 마련 △미승인 GMO 검출 상황에 대한 국가 의무 규정(손실보상·회수·폐기 관련 규정) 마련 등의 대안이 제시됐다.

문제 되는 GMO 종자의 폐기조치 및 추가 오염 방지를 위한 검사 시행, GMO로 인한 지역 내 오염 확산 여부 조사도 필요하다는 게 먹거리운동단체들의 입장이다. 지역 오염 확산 여부 조사의 경우, GMO 종자를 재배하지 않았음에도 GMO 종자와의 교잡 등으로 경작지가 오염되는 사례를 막기 위한 대응조치로서 필요하다.

실제로 1998년 캐나다의 카놀라 재배 농민 퍼시 슈마이저씨는 인근 GMO 카놀라 재배 농가에서 퍼진 카놀라에 의해 농지가 GMO로 오염된 바 있는데, 이에 해당 GMO 카놀라 종자를 개발했던 몬산토는 슈마이저씨가 “특허조치된 유전자가 포함된 카놀라를 허가 없이 재배해 몬산토의 종자 독점권을 침해했다”고 고발하는 일이 발생했다. GMO로 인해 농지가 오염된 것도 억울한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GMO 종자권을 독점하는 기업이 자기네 권리를 침해했다며 농민을 고발하는 일, 별도의 대응조치 없이는 국내에서도 상상의 영역에만 남진 않을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