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문제 은폐·축소’하는 국가, 더는 가만히 둘 수 없다”

GMO반대전국행동 주관 ‘2023 몬산토·바이엘 GMO반대시민행진’ 열려
시민들, ‘GMO 가고 친환경 오라’ 등 구호 외치며 서울 도심 한복판 행진

  • 입력 2023.05.21 23:00
  • 수정 2023.05.22 13:33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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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20일 ‘2023 몬산토·바이엘 GMO반대시민행진’의 일환으로 서울 프레스센터 앞 세종대로에서 열린 집회 중 농민·먹거리운동단체 대표자들이 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헌극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상임대표, 김영향 두레생협연합회 회장, 권옥자 전국먹거리연대 상임대표, 신흥선 가톨릭농민회 회장.
지난 20일 ‘2023 몬산토·바이엘 GMO반대시민행진’의 일환으로 서울 프레스센터 앞 세종대로에서 열린 집회 중 농민·먹거리운동단체 대표자들이 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헌극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상임대표, 김영향 두레생협연합회 회장, 권옥자 전국먹거리연대 상임대표, 신흥선 가톨릭농민회 회장.
지난 20일 ‘2023 몬산토·바이엘 GMO반대시민행진’에 참가한 농민·먹거리운동단체 대표자들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지난 20일 ‘2023 몬산토·바이엘 GMO반대시민행진’에 참가한 농민·먹거리운동단체 대표자들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지난 20일 ‘2023 몬산토·바이엘 GMO반대시민행진’에 참가한 한살림생산자연합회 소속 농민과 시민들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지난 20일 ‘2023 몬산토·바이엘 GMO반대시민행진’에 참가한 한살림생산자연합회 소속 농민과 시민들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유전자조작생물체(GMO)가 매년 1,000만톤 이상(식품용·사료용 GMO 합계) 국내에 수입돼 농민의 종자주권 침해, 시민의 먹거리 불안 문제가 가중되는 가운데, 지난 3월말 발생한 ‘쥬키니호박 GMO 검출 사태’는 국가가 GMO로부터 종자주권·먹거리기본권을 사수할 의지가 없음을 명백히 보여줬다.

지난 20일 서울 프레스센터 앞 세종대로에서 열린 ‘2023 몬산토·바이엘 GMO반대시민행진(시민행진)’은 GMO 문제를 방치 중인 국가를 대신해 종자주권·먹거리기본권을 지키려는 농민·시민 약 1,000여명이 만들어낸 자리였다. 이날 시민행진은 GMO반대전국행동 주관으로 열렸다.

이날 시민행진 참가자들의 핵심 요구는 무엇이었을까. 첫째, ‘GMO 국가검역체계 강화’ 및 ‘쥬키니호박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책 마련’이었다. 참가자들은 선언문에서 8년간 GMO 쥬키니호박이 국내에서 유통된 사안과 관련해 “위해성 평가를 거치지 않은 미승인 LMO(GMO) 쥬키니호박이 8개월도 아닌 8년 동안 방치돼 우리 식탁에 올랐다”며 “정부는 관리 소홀을 반성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하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축소하고 은폐하려 한 건 아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GMO 쥬키니호박 유통 문제를 ‘축소·은폐’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한 사례로서, 참가자들은 △중대 사안을 밤늦은 시간(3월 26일 밤) 은근슬쩍 발표한 점 △건강에 문제가 안 된다는 타국(정확히는 미국)의 기준을 들이댄 점 △문제가 된 GMO 종자 개발회사명(홍익바이오)과 종자명(‘가야금’, ‘대금’) 미공개 △GMO 검사를 마친 가공식품에서 GMO 성분 검출 등을 거론했다.

박용준 한살림생산자연합회 회장은 “과거 정부는 GMO 벼 재배를 몰래 시도하다가 들통나 농민들과 시민사회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한 바 있는데, 과거와 최근 사례(GMO 쥬키니호박 사태 관련 정부 대처)를 마주하며 GMO 문제에선 무엇보다 당사자인 시민을 위한 투명한 정보공개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고 밝혔다.

한편으로 GMO 쥬키니호박 사태로 인해 직·간접적 피해를 입은 쥬키니호박 농가에 대한 정부 차원의 보상안은, 정부부처(농림축산식품부·국립종자원 등) 내부적으로 마련된 계획은 있으나 언제 보상이 실행될지는 미지수다(일단 정부 측은 5월말부턴 실시토록 하겠다는 입장). 하루빨리 실효성 있는 피해보상책이 나와야 한다는 게 참가자들의 입장이다.

진헌극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상임대표는 “정부의 허술한 검역체계로 인해 GMO 쥬키니호박이 국내에 퍼졌건만, 정작 열심히 농사지은 농민들이 그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다”며 “정부는 피해당한 농민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부터 하고, 재발방지책과 제대로 된 보상안을 속히 발표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두번째 요구는 ‘유전자가위 산물 등 GMO에 대한 규제 강화’였다. 산자부가 추진하는 GMO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인 ‘GMO 승인 규제완화’와 관련해, 참가자들은 정부가 시민의 건강·안전보다 기업 이익 대변에 몰두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하면서 “국민 의사를 묵살하는 GMO 규제완화 추진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는 산업계의 이해를 충실히 따를 것이 아니라 먹거리 불안에 떨고 있는 시민 목소리를 경청하고 GMO 규제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셋째 요구는 ‘GMO 완전표시제 시행을 통한 국민 알 권리와 선택권 보장’이었다. 최근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식품용·사료용 GMO는 약 1,105만톤으로 2021년 수입된 1,115만톤 대비 10만톤 감소했으나, 수입금액은 2021년 34억5,000만달러(한화 약 4조5,833억원)에서 지난해 42억6,000만달러(한화 약 5조6,594억원)로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 용도별로는 사료용 GMO가 85%(939만톤), 식품용 GMO가 15%(165만3,000톤)씩 수입됐다.

이처럼 매년 대량의 GMO가 수입되건만 윤석열정부의 공약인 GMO 완전표시제 실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민행진 참가자들은 여전히 시중에서 GMO 표기가 된 식품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갈수록 증가하는 급식·외식산업에 사용되는 식품의 안전성 확보 여부도 확인할 길이 없다는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현직 윤 대통령 모두 먹거리 공약으로 GMO 완전표시제를 약속했지만, 여전히 해당 공약은 공약집 안에만 머무르고 있는 현실도 지적했다. 참가자들은 국민 알 권리 및 먹거리 선택권 보장을 위해 GMO 완전표시제를 조속히 시행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넷째 요구는 ‘GMO 농지오염 대책 마련’이었다. 야생에 퍼진 GMO를 찾고자 2017년부터 GMO 반대 시민사회가 국립종자원 등 정부 측과 함께 진행하는 민·관 합동조사 때마다 곳곳에서 GMO 유채 또는 목화 등이 발견되며, 수입된 사료용 GMO 알갱이 일부가 사료창고 등으로 운송되던 중 차량에서 떨어져 낙곡 상태로 발견되는 사례도 부지기수였다.

참가자들은 “GMO에 의한 농지오염과 생태계 오염은 생물 개체 수 감소, 살충제 내성 벌레의 증가 등 생태계 변화를 가져오게 한다. 이런 농지·생태계 오염은 새로운 유형의 오염을 일으킬 수 있어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는 농지 오염으로 이어져 오랜 시간 농민이 가꾸어 온 삶의 터전과 생계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참가자들은 GMO로 인한 농지오염을 막기 위한 대책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레스센터 앞에서 개최한 집회에 이어, 참가자들은 청계광장 및 광교, 을지로를 지나 다시 청계광장 측으로 돌아오는 행진을 진행했다. 이날 시민행진의 핵심 구호는 ‘GMO 가고 친환경 오라’였다. GMO로 인한 먹거리 안전성의 불투명한 미래, 종자주권 침해, 농지오염 문제 등을 막아내고, 친환경농업 확대를 통해 우리 농업·먹거리의 미래를 지키자는 취지의 구호였다. 1,000여명의 시민행진 참가자들은 더운 날씨에도 때로는 구호를 외치며, 때로는 노래를 부르며, 때로는 옆 사람들과 함께 앞으로 GMO 문제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을 나누며 행진했다.

지난 20일 ‘2023 몬산토·바이엘 GMO반대시민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참가자 중 한 명이 GMO법 개정을 통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유전자가위 기술 관련 규제완화(위해성 심사절차 완화) 시도를 반대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행진 중이다.
지난 20일 ‘2023 몬산토·바이엘 GMO반대시민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참가자 중 한 명이 GMO법 개정을 통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유전자가위 기술 관련 규제완화(위해성 심사절차 완화) 시도를 반대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행진 중이다.
지난 20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2023 몬산토·바이엘 GMO반대시민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친환경 오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GMO 가고 친환경 오라'라는 이날 시민행진의 핵심 구호였다.
지난 20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2023 몬산토·바이엘 GMO반대시민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친환경 오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GMO 가고 친환경 오라'라는 이날 시민행진의 핵심 구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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