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농가 피해, 책임은 누가 지나

농가피해 보상·배상 미미하거나 아예 없을 가능성 커

정부가 정책적 책임 다해야 … 소송제도도 개선 필요

  • 입력 2023.05.01 00: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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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이번 방울토마토·쥬키니호박 사태에서 농민들은 분명 아무 잘못 없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방울토마토·쥬키니호박의 ‘청천벽력’ … 정부는 ‘있으나 마나’). 잘못이라면 문제가 있는 종자를 유통한 종자업체들, 그리고 그걸 제대로 차단하지 못한 정부에 있다. 하지만 업체들도 정부도 농민들의 광범위한 피해에 제대로 책임지는 모습은 볼 수 없다. 정부가 단편적인 보상안을 준비하고 있지만 흘러나오는 정보에 따르면 그 수준은 피해에 비해 터무니없이 부족하고, 여러 경로로 소비촉진이 이뤄지고 있지만 효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피해는 이대로 농민들이 감수해야 하는 걸까.

먹거리 안전권을 침해당한 소비자들, 그리고 문제의 종자를 사용하거나 수확물량을 폐기한 ‘직접피해’ 농가들은 그래도 배상·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정책적 보상은 이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만, 전술했듯 보상 수준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며 토지 휴경이나 인증 말소 등 당장 숫자로 보이지 않는 심각한 피해들 역시 누락될 가능성이 높다.

품목 전반의 폭락으로 인한 ‘간접피해’ 부분은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해야 할 분위기다. 업체가 굳이 책임을 인정할 리 없고 정부에도 손대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농민들 스스로도 “가장 농가 수가 많은 쌀값 문제조차도 대통령에게 막혔는데 농가 수가 각각 3,000명 남짓인 방울토마토·쥬키니에 뭘 해주겠나”라는 회의적 반응이 지배적이다.

농민들 일각에서 추상적으로 법적 대응이 언급되고 있지만, 업체나 정부를 대상으로 한 농민들의 소송 싸움은 전망이 밝지 않은 편이다.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송기호 변호사는 “법적으로 대응하자면 원고에게 피해 입증책임이 있어 현실적으로 배상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일차적으로 직접피해 농가들부터 합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하고, 피해가 분산돼 있는 만큼 농자재 분야에 집단소송제(집단의 대표자가 소송을 진행하고 판결의 효력을 집단이 공유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소송을 통한 해결이 쉽지 않다면 기대할 수 있는 건 정책뿐이다. 더욱이 이 사안은 정부의 관리미흡, 모호한 발언(쓴맛 토마토 주의 당부), 기만적 대처(쥬키니 가공식품 검사 논란) 등으로 덩치가 커진 만큼 정부에도 책임 소지가 크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제대로 된 보상은커녕 종자 관리 시스템 강화, 기업 과실에 대한 패널티 부여 등 농민들이 최소한으로 기대할 수 있는 제도 정비 소식조차 들리지 않고 있다. 정부 스스로가 이 사태에서 과오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이번 종자 피해는 농민들이 선택을 잘못한 게 아니라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 발생한 것이다. 피해에 대한 소송은 어찌됐든 결국 개인적인 부분일 뿐이고, 정부는 방송광고 등 적극적인 홍보로 무너진 소비를 살려줘야 하며 종자 실증실험 강화 등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정부 책임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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