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인력난 해소 위해 정부·지자체가 할 일은?

  • 입력 2023.04.02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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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심화되는 농촌 인력난의 해소를 위해 각 지자체에선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그러나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만성적인 농촌 인력난 해결이 난망한 만큼, 정부의 근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게 현장 농민, 그리고 지자체들의 입장이다. 이를 위해선 계절근로자 제도 등 외국인노동자 관련 정책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 접근’ 필요성도 제기된다.

지자체 차원의 대안 모색

현재 기초지자체들이 농촌인력 문제 해소를 위해 주로 활용하는 대책은 크게 △농촌인력중개센터 지원 △외국인 계절근로자 지원 등으로 나뉜다.

이 두 가지 제도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대표적 지자체 중 하나인 경기도 연천군(군수 김덕현)의 경우, 농촌인력중개센터를 통해 지난해 기준 3~11월 연천 관내 1,318농가에 165명의 노동자를 지원했고, 3,143건의 작업을 중개했다. 농번기인 올해 3월 기준으로 연천군 농촌인력중개센터에선 약 40여명의 인력(내국인 노동자)이 연천군의 지원하에 숙식을 해결하며 지역 내 농작업을 함께하고 있다. 연천군은 백학면 새둥지마을에 30명의 노동자가 숙박할 수 있는 방 10개짜리 숙소도 개설했다.

연천군의 경우, 농촌인력중개센터 업무를 연천군농업인단체협회(연천농단협)에 위탁했다. 농촌인력중개센터는 농사일을 잘 아는 현장 농민들이 관리해야 현장 상황에 맞는 인력 분배 및 농작업 숙련도 강화가 가능하다는 게 박종민 연천군 부군수의 설명이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지원과 관련해, 연천군은 베트남 동탑성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지난해 기준 지원농가 62곳(상반기 32농가, 하반기 30농가)에 163명의 계절근로자를 지원했다. 박 부군수는 “외국인노동자와 연천 농민 간 의사소통이 원활히 될 수 있도록 통역 등 전담 직원을 배치했으며, 국내에 방문하는 베트남 외국인노동자의 농작업 숙련도 강화 차원에서 연천군-동탑성 간의 농업기술 교류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광역지자체들도 농촌 인력난 해소를 위한 나름의 대안을 모색 중이다.

전라북도(지사 김관영)의 경우 ‘전북 지역특화형 농업비자’ 도입을 모색 중이다. 전북연구원에 따르면, 전북 지역특화형 농업비자 프로그램은 농촌지역에서 취업활동을 하는 외국인, 또는 전북 소재 농업 관련 대학교를 졸업한 외국인이 농촌지역에 5년간 거주하고 농업분야에 종사할 것을 약속할 경우, 이들의 체류자격을 거주비자(F-2)로 전환해주는 제도다.

경상남도(지사 박완수)에선 △경남 농업인력 통합관리체계 구축 △중소농을 위한 농기계 작업반 구축·운영 등의 방안을 모색 중이다. 농업인력 통합관리체계 구축을 위해선 각 품목별·지역별·시기별 필요 농업인력 추정을 위한 시스템을 갖추고, 인력배치 등을 총괄할 운영조직이 필요하다는 게 경남연구원의 분석이다. 시·군별 농촌인력지원센터 조사를 통해 지역별·품목별·월별 인력이 집중되는 시기를 시각화해, 각 품목의 지역별 재배면적 및 고용인력수요 조사를 통해 월별 예상 고용인력 추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 정책 필요

지자체 차원의 노력과 함께, 궁극적으론 정부 차원에서 외국인노동자 관련 제도의 개선을 위해 전향적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특히 현행 계절근로자 제도와 관련해, 현장 농민들은 기본 수요 대비 인력 공급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며, 각종 불합리한 장치로 인해 농민들이 이 제도를 폭넓게 활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여주 농민 K씨는 “계절근로자를 고용하려면 숙소 제공을 위해 에어컨 등 각종 시설이 완비돼 있어야 하는데, 내가 거주하는 동네 240농가 중 에어컨을 갖춘 곳은 절반도 안 된다. 시설 완비에 따른 부담 때문에, 우리 동네에선 수십 농가가 계절근로자 제도를 신청하려다가 포기했다”며 “숙소, 숙식 제공 책임을 농가에만 넘길 것이 아니라 지자체, 나아가 정부 차원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절근로자의 노동 가능 범위가 ‘고용주’의 농장으로 한정돼 있는 점도 개선사항으로 지적된다. K씨는 “예컨대 A농가가 상대적으로 상황이 덜 급하고 B농가가 일손이 부족할 때, A농가의 계절근로자를 B농가로 못 보내는 건 너무 불합리하다”며 “계절근로자 제도를 현실적으로 고치려면 이 문제부터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론 정부가 미등록 외국인노동자를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져야 한다. 그들을 ‘불법체류자’로만 규정하며 더욱 ‘불법’의 영역으로 몰아갈 것이 아니라, 농촌 및 산업현장의 객관적 노동력 부족 현실을 인정하면서 ‘인권’의 관점에서 전향적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2020년 4월 코로나19 당시 스페인 북부 과일생산자연합은 4만명의 계절노동자를 당장 구하지 못할 시 지역 농업이 붕괴되리라고 호소했는데, 이에 스페인 정부가 일시적이나마 미등록 이주민이 농업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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