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 등장한 이종협동조합연합회 ‘완전체’

수원시이종협동조합연합회, 생협·신협 참여한 첫 사례

  • 입력 2021.04.25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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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인구가 많고 다양한 업종과 공동체가 발달한 경기도는 협동조합 운동이 특히 왕성한 지역이다. 때문에 국내 2호 이종협동조합연합회가 수원에서 만들어진 건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수원시이종협동조합연합회는 전국적으로 주목할 만한 의미 있는 모델인데, 생협·신협이 모두 참여한 이종협동조합연합회의 ‘완전체’이기 때문이다.

수원시협동조합협의회(연합회 이전의 임의단체)가 결성된 건 2014년의 일이다. 교육·먹거리·공연·디자인·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일반협동조합 및 사회적협동조합들이 모여 지금까지 꾸준히 연대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동안 신규 사회적경제 진입단체 멘토링, 공정무역 활성화 등 지자체 사업을 수행하며 지역사회 발전을 이끌었고 각종 행사와 사회공헌 활동에선 회원조합들이 각자의 특기를 살리거나 마음을 보태며 공동체 의식을 다져왔다. 탄탄한 조직력을 기반으로 안산 등 주변지역 협동조합들과도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다.

특기할 만한 건 이 과정에 지역 생협·신협이 함께해왔다는 것이다. 지역 생협조직들(수원미래아이쿱·수원아이쿱)은 회원조합들에 우호적 태도로 다가서며 공정무역 등 일부 협의회 사업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신협(장안신협·화서신협)의 참여는 전국적으로도 희귀 사례인데, 회원조합들은 주거래은행으로 신협을 이용하고 신협은 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을 부여하며 상생하고 있다. 생협·신협 모두 조직력과 자본력을 가진 거대 조합임에도 협의회의 주류인 영세 조합들을 존중하며 대체로 후방 지원에 힘쓰고 있다.

지난달 31일 수원시이종협동조합연합회가 창립총회를 열었다. 기존 수원시협동조합협의회를 계승하는 조직으로, 조만간 사단법인 인가를 받을 예정이다. 수원시이종협동조합연합회 제공
지난달 31일 수원시이종협동조합연합회가 창립총회를 열었다. 기존 수원시협동조합협의회를 계승하는 조직으로, 조만간 사단법인 인가를 받을 예정이다. 수원시이종협동조합연합회 제공

이들 협의회가 연합회 체제로의 전환을 논의한 건 1년여 전부터였다. 단체의 지위와 사업의 확장에 대한 고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때마침 법률 개정으로 이종협동조합연합회 설립의 길이 열렸는데, 절묘하게도 수원은 이종협동조합연합회가 수용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조합(일반협동조합·사회적협동조합·생협·신협)이 이미 모여 있는 상태였다.

2021년 3월 31일, 수원시이종협동조합연합회는 그렇게 깃발을 들었다. △협동조합간 화합과 연대를 통한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 △협동조합 운동을 통한 사회공동체 회복 △안전하고 건강한 지역사회 발전이 설립 목적이다.

연합회는 그간 협의회의 연대활동을 계승해 한층 발전시킬 계획이다. 우선 사업의 범위 자체를 확대할 기회다. 지자체 공공사업을 개별 조합 단위가 아닌 연합회 단위에서 수행할 수 있고 광역자치단체나 정부사업 등 더 큰 규모의 공공사업을 유치할 여건도 갖춰졌다.

교육·연구·홍보 같은 일반적인 사업은 물론, 회원조합끼리 공간·시설·도구·차량 등을 공동 사용하는 공유경제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회원조합들의 부동산 운용 또한 연합회 단위에서 함께 고민할 수 있으며 나아가 생산제품 공동판매장, 협동조합센터 등의 설립·운영도 계획 중이다.

생협과 신협은 여전히 든든한 힘이 된다. 역사와 재력을 갖춘 생협·신협의 참여는 그 자체만으로도 연합회의 위상과 대표성을 높이지만, 경제적·시스템적 측면에서도 기대효과가 상당하다. 수원에서 진행 중인 5건의 도시재생사업에선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을 신협이 지원하는 데 연합회의 연대체계가 엔진 같은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김은선 수원시이종협동조합연합회장은 “협의회는 연대조직 성격이었는데 연합회는 법적 지위를 갖는 데다 ‘이종’이라는 이름이 생협·신협의 참여를 공인하고 있다”며 “우리가 처음 일반협동조합·사회적협동조합 인가를 받았을 때 스스로 힘이 생기는 게 느껴졌는데 연합회 발족도 똑같은 것 같다. 사업에 참여하든 공간 운영권을 갖든 명백한 자격과 권한을 갖춘 조직이기 때문에 공공이나 현장에서도 무게감을 인정해주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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