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첫새벽의 짙은 어둠을 뚫고 한 줄기의 빛이 오래된 건물 창밖으로 희뿌옇게 새어나온다. 세월의 흔적이 오롯이 느껴지는 ‘모시 송편 판매’가 붙여진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 할머니가 전열기의 빨간 불빛 앞에서 추위에 언 몸을 녹이고 있다. 할머니 주위로는 갖가지 떡을 찧기 위한 재료들, 쌀, 콩, 쑥 등이 가공해야 할 날짜들이 적힌 종이쪽지와 함께 마대에 담겨 옹기종기 모여 있다. 며칠 전부터 들어온 주문들이다.갑작스레 한파가 찾아온 지난 11일 먼동이 터 올 즈음 능파방앗간(전남 곡성군 석곡면) 주인 강칠수(59)·정명자(55) 부부와 정봉덕(86) 할머니가 문을 열고 방앗간으로 들어온다. “아따, 벌써 오시었소.” “잉, 폴짝 왔지.” “밥은 먹었고.” 서로의 안
[한국농정신문 윤석원의 농사일기]금년 한 해도 이제 저물어 간다.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농촌으로 들어와 농부가 되겠다는 꿈을 이룬지가 이제 1년이다. 많은 것이 생소하고 긴장된 한 해였다. 대학을 갓 나온 사회초년생의 기대와 흥분이라 할까. 인생 후반부가 이렇게 신선하게 시작된다는 사실 자체가 더 없이 행복한 한해였다.귀농 1년차 연말에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농사일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일에 익숙하지 않아 그렇기도 하겠지만 농작업 하나하나가 힘들지 않은 것이 없었다. 이 정도 일이면 하루면 다 할 수 있으리라고 예상했던 일이 실제로 작업에 들어가면 2~3일이 소요되기가 일쑤였다. 예컨대 과수원의 풀을 베어주기 위한 작업은 하루 정도면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틀 이상
[한국농정신문 신지연 기자] ‘제2회 부여군토종씨앗축제’가 지난 9일 부여군농업기술센터에서 열렸다.행사를 주관한 한살림부여군여성생산자회와 부여군여성농민회는 토종씨앗축제를 통해 토종씨앗의 소중함을 알리고자 토종전시마당, 토종씨앗나눔마당, 토종농산물판매마당, 토종농산물로 만든 음식마당을 마련했고, 1년 동안 토종씨앗채종포와 전여농 농생태학실습소에서 정성스럽게 키운 토종농산물을 토종씨앗에 관심있는 80여 명의 참가자들에게 선보였다. 또한 2016년 토종씨앗지키기 활동과 전여농 농생태학실습소 활동에 대한 보고의 시간도 가졌다. 이번 행사는 부여군·부여군농업기술센터·부여군토종종자센터·부여군한살림생산자연합회가 지원했다.참가자들이 가장 관심을 보인 부분은 토종농산물 음식마당이다.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협동조합의 메카 강원도 원주에서 정기 장터 ‘생생마켓’이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토닥토닥맘협동조합 등의 주최로 지난 8일 첫 발을 뗐다.생생마켓은 원주, 횡성 등 강원도 서남부 지역 일대 친환경 농가의 판로 확대 및 친환경 농산물 홍보·판매, 주민 대상 친환경 농산물 제공 등의 목적으로 시작됐다. 장터는 8일과 9일, 주말 양 일간 각 오전 11시~오후 4시까지 진행됐다. 장터에선 친환경 농산물 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직접 제작한 수공예품도 판매되고 있었다.9일 방문한 원주시 보건소 지하 1층 생생마켓 현장. 각 판매 부스에서 농산물에 대한 설명을 하는 농민과 이를 듣는 주부들, 농민이 직접 생산한 각종 먹거리를 먹어보는 청년들, 엄마 손잡고 장터에 와서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율무여. 재작년에 1kg에 6,000원씩 나와서 할 만하다 싶었지. 그래서 지어봤더니 작년에 2,000원도 겨우 받았어. 그냥 다 쪄버렸지. 올해는 모르지, 뭐. 이게 한 200평정도 되는데 이렇게 농사져야 답 안 나와. 다른 작물도 다 그래. 이전엔 참깨, 들깨 조금씩 했지만 인건비도 안 되는데 어떻게 해. 방앗간도 근처엔 없어서 장수까지 왔다갔다 와야 해. 바람이 좀 불어줘야 깍지가 잘 날라 갈 텐데 오늘은 바람이 영 그러네.”
“오메 참깨가 오지네요.”화엄사 계곡에서 흘러내려온 마을 한가운데를 지나는 도랑 곁에 할머니들이 삼삼오오 앉아 참깨 닥달을 하신다. 빨래터가 오늘은 참깨범벅이 되었다. 폭염이 참깨한테는 보약이라 하신다. 그 덕에 참깨가 통통하게 살쪄 기름 짜면 오지겄다며 다들 웃음꽃 활짝이다. 고소한 참기름에 간장만 넣어 밥 비벼먹는 날이 최고여 하신다. 살짝 영감님께 참기름 병을 건네며“쳐드씨요”하면 “아니 뭔 말을 그리 해싼가?”/ “참기름 쳐 드시라구요”거기에 고추장이 있다면 “퍼드씨요”라는 말이 추가되기까지 하니 하늘같은 서방에 늘 기죽어 살던 할머니들이 말 하나로 쾌감을 느끼기에 충분하지 않았을까?생각만으로도 꼬신지 “오메 진작에 나한테도 갈켜주시제”/“긍게 말이여 처드씨요, 퍼드씨요
[한국농정신문 김희봉 기자] 부여군 홍산면에 하루 280톤의 폐비닐, 폐플라스틱 등을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열병합발전소 설립 계획이 알려지면서 군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 건강은 물론이고 자연환경과 농산물 오염 우려도 커지고 있어서다.부여군민 1,100여명은 지난 22일 폐비닐 열병합발전소 반대집회를 가졌다. 군민들은 버스 25대에 나눠 타고 오전엔 세종정부청사 산업통상자원부로, 오후엔 부여군청으로 몰려가 “농사를 생업으로 하는 우리들은 가난하더라도 깨끗한 환경에서 살고 싶다”며 “고형연료 열병합발전소 건설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이진구 ‘폐비닐 열병합발전소 설립 반대를 위한 부여군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오늘 움직일 수 있는 주민 모두가 집회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입추도 지나고 처서도 하루 앞둔 22일 경북 성주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성주군에 들어서자마자 사드배치 반대 현수막이 제각각 시선을 잡아끈다. 사드 반대 투쟁 41일째, 김항곤 성주군수가 오전 10시 “제3부지를 수용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어 인터넷 포털에서 속보로 전국에 뿌려지고 있었다. 이어 200여명의 군민들이 모인 가운데 성주군수의 기자회견을 반박하는 기자회견도 열렸다. 엎치락뒤치락 급박한 성주, 이재동 회장 취재가 무산될 가능성도 염두해 둬야했다. 그림자가 가장 짧아지는 정오 사드반대 결집장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지난 16일 경북 영천시 신녕면 치산리의 한 참깨밭에서 김희순씨가 갓 베어 낸 참깨를 건조시키기 위해 한 묶음씩 동여매고 있다. 김씨는 “이제 보름 정도 잘 말려서 참깨를 털 예정”이라며 “세 번은 털어야 수확일이 마무리된다”고 덧붙였다.
[한국농정신문 김은경 기자]언니네텃밭 여성농민 생산자 협동조합(이사장 강다복)이 추석을 앞두고 우리 농산물로 구성된 선물세트 예약판매를 시작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명절 인기상품인 참기름 들기름 세트, 토종곡식 세트를 비롯해 제수용 과일과 추석 나물 세트, 선물용 한우 등 다양한 상품을 선보인다.이번 추석부터는 차례를 지내는 소비자들을 위해 사과·배 혼합과일 세트와 추석 나물 세트, 모싯잎 송편 등도 함께 판매한다. 특히 추석 나물 세트는 여성농민들이 직접 손질, 포장 발송하는 것으로 차례 상을 준비하는 주부들의 피로를 줄일 수 있는 상품이다.또 깐 도라지와 깐 더덕, 데친 고사리와 함께 나물을 양념해 먹을 수 있는 깐 마늘, 깐 쪽파, 볶음참깨, 들기름까지 함께 제공해 간편함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농촌진흥청(청장 이양호, 농진청)은 지난 10일 참깨 다수확을 위한 주요 병해충 관리 방법과 적정 수확시기를 소개하는 자료를 발표했다.농진청은 참깨 재배 농가에서 생육 중·후기에 발생하는 역병, 시들음병, 잎마름병을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역병은 땅에 가까운 줄기에 수침상(더운물에 데친 것처럼 되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방제를 위해 코퍼옥시클로라이드·디메토모르프 수화제 등 28종의 등록약제 중 하나를 선택해 10일 간격으로 3회 뿌려야 한다.시들음병은 새순과 잎 끝부터 시들기 시작해 줄기 속이 적갈색으로 변하는 증상으로, 일부는 줄기 반쪽이 썩기도 한다. 발병 초기부터 옥신코퍼 수화제를 10일 간격 3회 이내로 뿌려 방제하면 된다.잎마름
“이건 지난 일요일 아래께 베고, 오늘은 요만큼 베고 했어예. 혼자 하다 보니까 하루에 많이 하진 못해예. 볕만 좋으면 금방 마르는데, 자꾸 비가 온다케서 비닐로 덮는 거 아인교. 그래도 한 일주일께 말리면 충분히 털 수 있을 것 같아예. (참깨) 농사는 한 2마지기 지었는데 잘 됐어예. 기름 잘 짜서 아이들도 주고 이웃에도 주고 하면 좋지예. 그게 정 아인교.”
장맛비가 예고된 지난 11일 경남 거창군 위천면 남산리의 참깨밭에서 한 농부가 꽃망울을 터뜨린 참깨대를 비바람에 쓰러지지 않도록 줄로 고정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농부는 “기껏 키웠는데 쓰러지면 헛일”이라며 듬성듬성 박은 말뚝에 줄을 단단히 묶었다.
우리들의 생활 속으로 비집고 들어온 전깃불이라는 놈은 우선 농촌마을의 밤 풍경부터 바꿔놓았다. 동구 밖에서부터 길섶을 따라 골목 곳곳에 가로등이 들어섰고 어둡던 밤길이 대낮처럼 밝아졌다. 광명 세상이 도래하면서 억울하게 쫓겨난 피해자들이 있었다. 고샅길 모퉁이며 성황당이며 잔등 너머 공동묘지로 가는 길목 등 요소요소에서 긴 세월 동안 밤을 지배하며 터주 노릇을 해오던 도깨비들과 귀신들이 그들이었다.내 둘째 동생이 태어나던 그 해 가을밤, 엄니는 초저녁부터 진통을 했다. 동네 도갓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을 것이 틀림없는 아부지를 당장 데려오라 했다. 누나와 나는 하는 수 없이 등불을 켜들고 사립을 나섰으나 우리는 거의 공포에 질려 있었다. 달도 없는 깜깜한 밤에 밤길을 나서보기는 처음이었다. 더구나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지난 15일 전남 무안군 현경면 송정리의 양파 수확이 끝난 밭에서 농민들이 후작으로 참깨를 심기 위해 검은 비닐을 펼친 뒤 흙으로 비닐을 고정시키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최용탁 소설가]우리의 오랜 역사를 한 마디로 줄이면 ‘쌀을 얻기 위한 투쟁’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쌀이 주요 식량으로 자리 잡으면서 수천 년 동안 논을 만들어 온 농민들의 노력은 실로 눈물겨운 것이었다. 손바닥만 한 삿갓 논에서 청산도의 구들장 논, 바다를 막아 광활한 논을 확보한 간척지까지 민중의 역사는 기본적으로 논을 만들어 쌀을 생산하기 위한 간고한 역사였다. 결정적인 승리를 앞두고 회군했던 갑오농민전쟁의 전주화약도 모심기 철이 다가왔기 때문이었다는 설이 있고 겨울을 앞두고 일어난 2차 봉기 역시 추수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고 한다. 목숨을 내걸고 싸우는 중에도 마음 한 편은 논에 가 있던 농민군이었다. 그렇게 벼 농사는 어떤 경우에도 포기할 수 없었던 절대적인 것이었다.쌀을 자급
온몸 구석구석 안 아픈 곳이 없다. 종합병원이다. 참다 참다 맨 마지막이 되면 해준다는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2주일 전 받았다. 관절 수술 전문병원이라 그렇겠지만 온통 무릎 아픈 농촌의 할머니들 천지다. 그나마 농한기라 조금은 한가한 편이라지만 하루에 무릎 수술 동기가 50~60명은 된다. 그들 대부분은 나이 드신 여성 농민들이다.우리 엄마가 그렇다. 시집 간 셋째 딸 둘째 아이 몸조리 차 내려오신 길. 삼칠일 넘기면 가신다 했건만 눈에 보이는 일들. 그 속에 치여 사는 딸 걱정에 이번엔, 이번엔 하시다 그 아이가 대학교 2학년이 되었다. 엄마는 시집온 후 두 해 째부터 화장품 날품팔이를 하셨다. 농사일 만으로는 도저히 식구들 배를 채울 수도, 학교 보낼 생각조차 할 수 없어 시작하신 일이란다. 자전거에
[한국농정신문 김은경 기자]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원장 이재욱, 농관원)은 지난 5일 소비자단체 사무총장 등 관계자 14명이 참여한 가운데 농식품 원산지표시제 발전을 위한 ‘소비자단체-농관원 협업 간담회’를 가졌다.이날 간담회는 지난 2월 3일부터 확대·시행된 농수산물 원산지표시제에 대한 개정내용을 비롯해 가공식품 및 음식점 원산지인증제 추진상황, 과학적 원산지 식별방법 개발현황에 대한 설명, 원산지표시제 발전을 위한 협력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소비자단체는 원산지표시의 중요성에 대한 소비자 교육을 강화해 민간감시기능을 확대키로 하고, 농관원은 원산지 식별정보 제공 및 명예감시원을 포함한 소속 회원 교육을 적극 지원키로 했다.농관원은 또 원산지 부정유통의 지능화 및 조직화에 대응해 쌀, 쇠고기
[한국농정신문 김은경 기자]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원장 이재욱, 농관원)은 지난 5일 소비자단체 사무총장 등 관계자 14명이 참여한 가운데 농식품 원산지표시제 발전을 위한 ‘소비자단체-농관원 협업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는 올해 2월 3일부터 확대·시행된 농수산물 원산지표시제에 대한 개정내용을 비롯해 가공식품 및 음식점 원산지인증제 추진상황, 과학적 원산지 식별방법 개발현황에 대한 설명, 원산지표시제 발전을 위한 협력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소비자단체는 원산지표시의 중요성에 대한 소비자 교육을 강화해 민간감시기능을 확대키로 하고, 농관원은 원산지 식별정보 제공 및 명예감시원을 포함한 소속 회원 교육을 적극 지원키로 했다. 농관원은 또 원산지 부정유통의 지능화 및 조직화에 대응해 쌀, 쇠
뭐니뭐니 해도 명절 하면 설이 최고 으뜸입니다. 새해 새날이 그만큼의 설렘을 주는 까닭이겠지요. 아무리 현실이 팍팍하다 해도 내일에 대한 희망만큼 삶의 동기를 주는 것이 무어 있겠습니까? 지난날을 되돌아보자면 분명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오늘의 연속이었음에도 미지의 세계인 내일은 언제나 자그마한 희망으로 살아온 것이지요. 굳이 희망이 아니라 하더라도 믿지도 않는 신에게, 또는 자신에게 기도와 격려를 했던 것이지요. 잘 될 것이라고, 잘 되게 해달라고.명절이 달라졌다고들 하지만, 설을 준비하는 마음만큼은 모두들 그대로인 것이 틀림없습니다. 설이 오기도 전에 설준비로 마음이 바빠집니다. 여성들에게 있어서 설준비의 핵심은 역시나 음식입니다. 사람들이 모이면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손이 많이 가서 평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