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혈용 침으로 피 한두방울을 빼주는 것만으로도 ‘복학’을 치료할 수 있다 돌 전후의 아기들은 말을 못하니, 표정과 울음만으로 병을 알아내고 치료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열이 심하게 난다거나, 기침, 구토, 설사, 발진 등이 있다면 우리 아기가 어딘가 아프구나 알아서 금방 병원에 갈 수 있으나, 그렇지 않고 약간 찡얼거리는 상태라면, 기분이 나쁜 건지 어디가 아픈 건지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옛부터 복학이란 말을 써 왔는데, 배속에 숨어 있는 학질(말라리아)이란 뜻이다. 학질은 두통, 고열,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심하면 사망하기까지 하는 무서운 병이다. 힘든 상황에서 어렵게 벗어나다는 의미의 “학(학질)을 떼다” 라는 표현이나, “내 고뿔이 옆사람 학질보다 중하다”는 속담에서와
비가 오는지 마는지 타는 가슴을 더 태운다. 날씨야 그러든지 말든지 충북농업인회관에 도착하자 왕년의 투쟁가들이 다 모였다. 그중에서도 이재호 의장이 반가웠는지 그의 집에 와서 하루 자고 가란다. 이재호 의장은 담배농사만 전문으로 짓는다. 전농 초기 담배농가가 많이 있었으나 지금은 몇몇 정도다. 신탄진 연초제조창 싸움은 그에겐 전설로 남아 있다. 아직도 담배농사만을 고집하는 이재호 의장도 골초다. 담배에 대한 혐오론자는 대동법을 시행한 김육으로부터 송시열, 이익, 이덕무 등이다. 이들은 지금의 시점으로 봐도 딱 떨어지는 이론으로 담배가 건강에 좋지 않음을 강조했다. 반대로 장유는 담배 예찬론자이고 골초였다. 그는 담배의 화기 때문에 폐를 해칠 것이라 했다.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금 앞
선거 때마다 사람들이 모이는 건 보았지만,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강추위를 무릅쓰고 모여 있다는 게 준석은 믿기지 않았다. 줄잡아도 만 명은 훨씬 넘고 주최 측 추산이라면 오만 명이라고 과장을 해도 딱히 시비를 걸기 어려워 보였다. 다섯 시에 시작한다는 유세는 점점 늦어지더니 여섯 시가 넘도록 수만 명이 오매불망하는 후보는 도착하지 않았다. 준석은 시청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선 배가 고파서 뜨끈한 국밥이라도 한 그릇 먹고 싶었다. 마을 사람들은 허기도 잊은 듯 대형 트럭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와 악을 쓰듯 외치는 구호를 넋이 나가 듣고 있을 뿐이었다. “퇴근했냐? 했으면 같이 밥이나 먹을까? 나 시내에 나와 있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는 공무원으로 평생을 살았다
며칠 전 담양의 소쇄원에 다녀왔다. 한낮의 뜨거운 열기를 식히기엔 더없이 좋은 대밭이 서늘한 바람 소리로 유혹하는 바람에 들어갔다가 벌써부터 극성인 모기에 물려 아직도 고생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인에게서 받은 대접을 생각하면 그 고생이 하나도 고생스럽지 않다. 지금이 한창 때인 죽순을 이용한 다양한 조리법으로 만들어낸 음식의 감동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 마을에도 대밭이 더러 있기는 하다. 하지만 둘레길이 생기고 몰려드는 관광객들 덕에 불편한 일들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인근 마을의 한 지인은 해마다 때가 되면 죽순을 따서 먹기도 하고 나누기도 했는데 둘레길 개통된 후로 그 반도 만져보기 어렵다 한다. 그래서 그런지 대밭이 없는 나는 그나마 얻어먹던 죽순 구경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
고구마를 한 자루 묻어두었더니 제법 튼튼한 싹이 수백개 올라왔다. 이제 본밭에 싹을 잘라 심어야 한다. 비가오지 않으니 물주며 심어야해 손이 많이 간다. 갑자기 뜨거워진 날씨에 죽지 않게 꼭꼭 눌러주며 땀을 흘린다.당뇨병이 있는 필자는 당뇨에 좋다는 작물이 있으면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되었다. 뚱딴지, 뽕나무오디, 달개비 등은 이미 항간에 소문이 자자한 당뇨를 치료하는 기능성작물이 되었다. 고구마 또한 배를 불리는데 그만이라 당뇨에 도움이 된다고 해 일부러 많이 심는다. 해짧은 겨울날 점심대용으로 고구마를 먹었던 기억이 아련하다. 쪄서 먹고, 구워먹고, 긴긴밤에는 생으로 깍아 먹었다. 방안 윗목에는 고구마 동고리가 몇 개씩 있었다. 가난한집에 고구마 동고리는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고 했다.고구마가
언론에서 `살인진드기`라고 지칭한 이 병 때문에 전국이 떠들썩하다. 일부에서는 공포심마저 유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 병은 아직 과도한 걱정도, 방심도 하지 말아야 할 대상이다.급성열성혈소판감소 증후군(SFTS)은 2011년 중국에서 처음 확인된 SFTS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으로 38~40도를 넘는 고열, 소화기증상(구토, 설사, 식욕부진 등)이 주증상이다. 두통, 근육통, 림프절 종창, 자반증, 출혈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하면 사망하기도 한다. 이 병은 주로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된 작은소참진드기(집먼지 진드기는 관계 없음)에 물려서 감염이 되며 잠복기는 6일에서 2주 사이이다. 이 진드기는 주로 숲과 초원 등의 야외에 서식하고 있다.진드기에 물려 사람이 죽는 일은 최근에 발견된
귀농을 한 후로 가끔 친정어머니와 함께 나물도 뜯고 산책도 할 겸 해서 산에 가는 날이 있다. 요즘은 산에 가서 더덕이나 도라지 등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숲을 헤치고 다니다 보면 가끔 숲을 헤치는 손에 의해 흔들리는 나무나 풀들 속에서 사람을 혹하게 하는 더덕의 향을 만나기도 하여 몇 뿌리를 캐오는 행운을 얻기도 한다. 어린 시절을 농촌에서 보냈기에 흰색과 보라색의 예쁜 꽃을 피워내는 도라지쯤은 충분히 식별할 수 있다고 믿고 있던 내가 뿌리는 더덕에 가깝고 꽃을 달지 않은 어린잎은 도라지를 닮은 한 식물을 만나는 산행을 했던 날이 있었다. 늘 대충 보아왔던 도라지를 닮았기에 캐야겠다며 수선을 떠는 내게 어머니는 도라지가 아니라 잠꾸러기 잔대라고 알려 주셨는데 생육 조건이 맞지 않으
“누가 된들 벨 다르겠시유? 글고 야당에서 자꾸 이명박이허구 한 통속이라구 허지만서두 사람들은 그리 생각잖는 거 알잖유? 즈그 엄마 육영수가 청와대 안에서 야당 노릇했드끼 바끄네두 사실 야당이었던 거 아유? 또 지가 헌 말은 꼭 지킨다니께 그도 믿을만 허구…” 듣자 하니 화가 나다말고 웃음이 나왔다. “육영수가 죽었을 때 초등학교나 다녔을 사람이 그런 줄 어찌 알았대? 한 말을 지킨다니께 믿을만 하다구? 언제버텀 그렇게 정치하는 사람들 말을 곧이곧대루 믿기 시작한 겨?” “당신두 종편 봐봐. 다덜 우리보담은 배운 사람들이 똑같이 얘기허더먼.” 기가 막혀서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고 앉아 조목조목 따지려는 판에 전화가 울렸다. 정선택이었다. “회관으루 내려오지. 동네분덜 죄 모였으니께.” “아니, 오늘
이제 곧 장마철이다. 장마철에는 모든 가정에서 습기와 이로 인한 곰팡이 번식이 문제가 된다. 그런데 곰팡이는 집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 몸에도 생기는데,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살면서 한 번 쯤은 경험하게 되는 ‘무좀’이다. 무좀을 일으키는 곰팡이균은 피부사상균이나 캔디다 혹은 전풍균 등이 있다. 이에 의한 감염을 ‘기회 감염’이라 하는데, 균이 있다고 늘 감염이 되는 것이 아니라, 숙주의 면역력이 저하되었거나, 곰팡이균이 좋아하는, 습하고 따뜻한 환경일 때 번식이 되고 감염이 된다는 말이다. 흔히 무좀이라 하면 발에 생기는 무좀만 생각하게 되는데, 머리 피부에도 생기고 손, 몸통, 회음부, 손, 발톱에도 생긴다. 두피에 생기는 무좀을 ‘두부 백선’이라 하는데, 이는 성인보다는 학령기 아동에게 흔
중요한 것은 깨끗이 씻고 잘 말려주며, 면내의, 면양말을 신는 일이다. 이제 곧 장마철이다. 장마철에는 모든 가정에서 습기와 이로 인한 곰팡이 번식이 문제가 된다. 그런데 곰팡이는 집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 몸에도 생기는데,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살면서 한 번 쯤은 경험하게 되는 ‘무좀’이다. 무좀을 일으키는 곰팡이균은 피부사상균이나 캔디다 혹은 전풍균 등이 있다. 이에 의한 감염을 ‘기회 감염’이라 하는데, 균이 있다고 늘 감염이 되는 것이 아니라, 숙주의 면역력이 저하되었거나, 곰팡이균이 좋아하는, 습하고 따뜻한 환경일 때 번식이 되고 감염이 된다는 말이다. 흔히 무좀이라 하면 발에 생기는 무좀만 생각하게 되는데, 머리 피부에도 생기고 손, 몸통, 회음부, 손, 발톱에도 생긴다. 두피에 생기는
남산 아래 묵적동에 허생이란 사람이 10년을 작정하고 공부를 하고 있었다. 가난하기 짝이 없어 아내가 삯바느질로 입에 풀칠이나마 할 수 있었다. 아내가 돈을 못 벌 것이면 훔쳐라도 오라며 일갈했다. 저녁을 끓일 양식마저 없는 초라함이 가장의 권위가 마구 밟힌듯하여 자괴감이 온몸을 엄습했다. 그리하여 허생은 책상을 밀치고 돈을 벌기로 작정한다. 허생은 장안의 이름난 변부자를 찾아가 10만냥을 차용하여 그길로 안성으로 내려간다. 당시 안성은 조선에서 큰 장으로 삼남의 모든 재화가 몰려드는 곳이었다. 허생은 주로 제물로 쓰이는 과일과 건어물을 사 창고에 넣어두었다. 차츰 물건이 품귀현상이 일고 값은 다락같이 뛰어 올랐다. 허생은 큰돈을 벌었다. 연암 박지원이 연행록에 쓴 짧막한 소설이다. 이 소설을 통해
살인진드기. 이름 참 험상궂다. 아니 무시무시하다. 왜 그런 이름을 들고 나타났을까. 중미산 근처에 있는 친구집에 갔다가 그 집 황구가 어찌나 반기는지 어루만지다가 머리털 속에 들어박힌 진드기를 빼서 자세히 보았는데 그놈이 일명 살인진드기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는 놈이었다. 이미 고인이 되신 아버지께서 쯔쯔가무시에 걸려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아들이 콤바인질 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허리가 아파 잠시 논두렁에 누웠는데 이후로 감기몸살증세로 병원에 입원한 것이다. 당시는 유행성출혈열은 알아도 쯔쯔가무시는 잘 모르던 때였다. 잘못하면 목숨을 잃기도 한다는데 의사는 도통 무슨 병인지 알려주질 않고 혈청검사를 의뢰했으니 기다리라고만 했다. 일주일이 넘어서야 허리부위에 난 상처를 확인하고 쯔쯔가무시인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