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 자라고 쑥쑥 내린다, 담양 죽순

  • 입력 2013.06.09 13:22
  • 기자명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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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담양의 소쇄원에 다녀왔다. 한낮의 뜨거운 열기를 식히기엔 더없이 좋은 대밭이 서늘한 바람 소리로 유혹하는 바람에 들어갔다가 벌써부터 극성인 모기에 물려 아직도 고생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인에게서 받은 대접을 생각하면 그 고생이 하나도 고생스럽지 않다. 지금이 한창 때인 죽순을 이용한 다양한 조리법으로 만들어낸 음식의 감동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 마을에도 대밭이 더러 있기는 하다. 하지만 둘레길이 생기고 몰려드는 관광객들 덕에 불편한 일들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인근 마을의 한 지인은 해마다 때가 되면 죽순을 따서 먹기도 하고 나누기도 했는데 둘레길 개통된 후로 그 반도 만져보기 어렵다 한다.

그래서 그런지 대밭이 없는 나는 그나마 얻어먹던 죽순 구경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어제 뒷집 할머니께서 손질까지 마친 죽순을 한 봉지 가져다 주셨다. 귀한 죽순은 오늘 아침 우리 집 밥상에 나물로 올라 가족들의 입을 호사시켰다.

죽순은 이르면 4월 중순에서 6월 하순 사이에 나는 것을 식용하는데(때로 8월까지) 티로신, 아스파라긴, 발린, 글루타민산 등의 아미노산과 베타인이나 콜린, 비타민 A, B, B2와 무기질 등 다양한 영양분을 많이 가지고 있다.

특히 죽순에 많이 들어있는 칼륨은 몸 안의 염분을 배출시켜 주므로 혈압이 높은 사람에게도 권하는 식품이다. 섬유질이 풍부하여 유산균과 같은 유익한 균이 번식하는 것을 도와 장을 튼튼하게 해주며 변비와 대장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으며 콜레스테롤의 감소 효과도 있으므로 동맥경화나 고혈압 환자에게도 긍정적인 식품이다.     

죽순을 따다 보면 겉껍질에 잔털이 많아 맨살에 닿으면 가려워서 괴로움을 겪는다. 그래서 그런지 한방에서는 죽순을 모순(毛筍)이라 불린다. 모순은 맛이 달며 성질은 약간 차다. 그러므로 이유 없이 열이 나고 울화가 치밀 때 먹으면 도움이 된다. 평소와는 달리 가슴이 두근거리고 쓸데없이 걱정이 많아지며 잠을 잘 이루지 못할 때에 먹으면 신경을 안정시키고 잠을 잘 자게 해준다. 또한 폐의 열로 인해 나오는 기침에도 좋고 당뇨에도 효과가 있다.

하지만 죽순은 성질이 약간 차므로 몸이 차거나 혈압이 낮은 사람들은 많이 먹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섬유질이 많아 소화를 방해할 수 있으므로 평소에 소화력이 약한 사람도 많이 먹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죽순에는 시금치보다 훨씬 더 많은 수산이 함유되어 있다. 그러므로 반드시 쌀뜨물에 충분히 담가 수산을 빼내야 한다.

모든 음식의 재료들이 그렇지만 죽순도 오래 보관하면 수분이 증발하고 신선도가 떨어져서 좋지 않다. 그러므로 가능하면 채취해서 바로 먹는 것이 좋으나 혹시 바로 먹고도 남을 만큼 넉넉한 양의 죽순이 있다면 간장을 달여 만드는 장아찌를 권하고 싶다. 견디기 힘들만큼 더운 여름날에 찬물에 밥 말아 죽순 장아찌를 반찬으로 먹는다면 입에서만 시원한 밥상이 아니라 죽순의 서늘한 성질이 더위에 지친 우리 몸을 시원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재래시장에는 물론이고 대형마트에서도 담양의 이름을 달고 나오는 손질된 죽순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계절이다. 아직까지 죽순을 재배한다는 소리를 듣지는 못했으니 자연의 기운을 고스란히 담은 제철 만난 죽순을 사다가 빗살모양으로 썰어 넣고 밥을 하여 양념장에 비벼 먹어도 좋겠다.

우후죽순(雨後竹筍)이라 쑥쑥 잘도 올라오는 담양죽순, 먹으면 혈압도 내리고 열도 내리고 스트레스 받아 오르는 화도 내리니 그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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