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들은 이유없이 잘 아프다

  • 입력 2013.06.14 11:02
  • 기자명 서정욱 안성의료생협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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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혈용 침으로 피 한두방울을 빼주는 것만으로도 ‘복학’을 치료할 수 있다 돌 전후의 아기들은 말을 못하니, 표정과 울음만으로 병을 알아내고 치료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열이 심하게 난다거나, 기침, 구토, 설사, 발진 등이 있다면 우리 아기가 어딘가 아프구나 알아서 금방 병원에 갈 수 있으나, 그렇지 않고 약간 찡얼거리는 상태라면, 기분이 나쁜 건지 어디가 아픈 건지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옛부터 복학이란 말을 써 왔는데, 배속에 숨어 있는 학질(말라리아)이란 뜻이다. 학질은 두통, 고열,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심하면 사망하기까지 하는 무서운 병이다. 힘든 상황에서 어렵게 벗어나다는 의미의 “학(학질)을 떼다” 라는 표현이나, “내 고뿔이 옆사람 학질보다 중하다”는 속담에서와 같이 학질은 ‘심한 열병’의 대표자로 쓰이는 말이다.

숨어있는 학질인 ‘복학’은 학질처럼 심한 열이 나거나 통증이 있거나 하지는 않지만, 배가 살살 아픈 듯 만 듯, 왠지 식욕이 없고, 기운이 없고, 의욕이 없어지며 짜증나는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특히 아기들의 경우는 넘어져 다칠 뻔하거나, 낯선 사람을 만나거나, 큰 소리에 깜짝 놀라기만 하더라도 밥을 잘 안먹고, 무른 변을 보며, 잘 보채고, 자다가 깜짝깜짝 놀라서 깨거나 잠을 잘 못 이루는 흔히 말하는 ‘놀라는 증상’이 생기곤 하는데, 이것이 복학의 좋은 예이다.

또한 아동들의 경우에 밥을 잘 안먹고, 살이 안찌고 빼빼 마르며 감기가 쉽게 잘 걸리는 허약 체질인 경우, 혹은 동생이 태어나거나 유치원이나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갑작스럽게 생긴 배앓이, 야뇨증 등도 복학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있다. 복학은 할지요법(割脂療法)으로 치료가 가능한데, 할지요법은 피침이라고 불리우는 작은 칼처럼 생긴 침으로 손바닥에 있는 혈자리를 째고 지방 덩어리를 꺼내는 작은 수술이었다.

통증도 심하고 회복도 더딜 뿐만 아니라 공포와 혐오의 대상이어서 서서히 없어져 갔다. 요즘에는 사혈용 작은 침으로 혈자리에서 간단히 피를 한두방울 빼주는 것만으로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어서, 훨씬 부드럽고 간단하게 단 몇 초면 시술이 가능하다.

물론 시술 효과가 오래 가지 않아서 필요에 따라서는 2주 후에 한번 쯤 더 사혈을 해주어야 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 봄. 6살인 남자아이가 부모님과 함께 자동차 여행을 하다가 추돌 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사고가 크지 않아 큰 외상이나 통증은 없었으나 이후 밥을 먹고 나서 구토 하는 일이 잦고, 밤에도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다가 울고 깨는 경우가 20일 이상 계속 되었으나, 한의원에서 손바닥에 사혈요법을 시술 받은 후 당장 그날 밤부터 곤히 잘 수 있었다.

진짜로 학질이 걸렸는데 손이나 따고 있으면 큰 위험을 초래 한다. 보다 근원적이고 위중한 상태에서 감염, 체온, 수분 관리를 잘 못해서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 양방의 치료는 생명을 보호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작은 생리적인 변화에 ‘검사에 아무 이상없다. 큰병 아니다’라는 이유만으로 그냥 지나친다면, 아이나 부모 모두 큰 불편을 초래할 수도 있다.

전통의 육아법과 한방의 소아 치료법들 중에는 현대에도 훌륭하게 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핵가족화 되고 산업화 되면서 잊혀져만 가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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