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지난 2일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국정감사라고하면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의원들의 날카로운 질의 속에 정부나 공공기관 등 피감기관 관계자들이 당혹해하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국민의 입장에선 의원들의 불호령이 통쾌해 보이기도 하지만 국정 운영을 바로잡는 회초리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올해 국정감사는 사실 큰 기대감이 들지 않는다.이미 문재인정부가 집권하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공격에서 수비로 태세를 전환한지 오래고, 국정감사면 두각을 나타내던 진보정당 의원들도 줄어든 입지 속에 그 빛을
3년 전 오늘(25일)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던 백남기 농민이 끝내 운명을 달리했다. 고인의 죽음은 새 세상을 염원한 이들에게 밀알이 됐다. 국민들은 적폐청산을 외치며 촛불을 들었고 국정농단의 주범인 박근혜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렸다.사상 첫 모내기대선을 통해 문재인정부가 출범했다. 사회 전 분야에서 적폐청산과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농정 분야도 예외는 아니었다. 농민수당 도입, 개방농정 철폐, 농산물값 보장, 남북 농업교류 실시 등 농민들의 삶과 밀접한 의제들이 수면 위로 다시 떠올랐다.기대치가 높았던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19살. 대학 입학의 문턱에 선 나는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사람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먹거리라는 생각에 농업을 전공으로 선택했다.졸업 후엔 농업 전문지 기자로 일을 시작했고, 어느덧 3년차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최근 3년간 그 누구보다 적나라하게 농업을 체감 중이다.다소 구시대적 사고일 수 있지만 먹고 사는 문제는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그간 나는 막연하게 농업·농촌이 영원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보고 경험한 바에 의하면 우리 농업·농촌은 그 어느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암울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막 사회생활을 시작해 그 유년기를 벗어나고 있는 30대 초반의 한 직장인. 평범한 가정 속에서 부모님의 검소함을 배우며 자란 그는, 보는 사람에 따라선 비상식적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액수의 돈을 매달 적금 통장에 넣는다. 그는 비록 고액의 연봉을 받진 못하지만, 미래를 꿈꾸며 완전한 어른이 되기 위해 성실히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다.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그는 혼란스럽다. 이제는 그저 불안해서 돈을 모은다. 물론 처음에는, 작게나마 ‘이상적인’ 삶에 대한 올곧은 소망이 있었다. 결혼해 자식을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정부기관에서 친환경농민을 ‘농약 몰래 치는 범죄자’마냥 취급하는 게 힘들다.”그 동안 현장에서 만나온 친환경농민들로부터 가장 자주 들은 이야기 중 하나다. 소위 결과 중심 친환경인증제, 즉 잔류농약이 얼마나 농산물과 토양에서 나오는지만 따져온 한국의 인증제도는 농민들을 사실상 예비범죄자 취급하다시피 했다.실제로 친환경농민이 범죄자였던 시절이 있었다. 1970년대 군사독재 정권은 식량증산 명목으로 통일벼‘만’ 대대적으로 심게 했다. 통일벼 증산을 위해 대대적으로 농약과 화학비료를 뿌려야 했다. 통일벼가 아
한우농가가 다른 한우농가를 속여 부당 이익을 취한 사실이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피해농가는 유전능력이 좋은 씨수소에서 태어난 송아지를 데려왔는데 알고 보니 해당 씨수소의 후손이 아니었던 것.농가들이 가축시장에서 송아지를 거래할 때는 송아지의 외형도 평가하지만 어느 씨수소의 정액을 받아 태어난 개체인지도 고려한다. 유전능력이 좋을수록 증체도 잘 되고 등급도 잘 나온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어서다. 때문에 혈통을 인정받는 정도에 따라 송아지 몸값도 크게 차이난다. 최근 한 가축시장에서는 최고가에 거래된 ‘우수한 혈통’의 수송아지 가격은
가락시장 대아청과 매각 사태가 사방으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대아청과의 그간 열악한 처우와 무책임한 매각결정, 상인출자법인이라는 정체성 포기에 중도매인들이 규탄 목소리를 높인 데 이어 출하자단체 또한 수익 환원을 요구하고 나섰다.자그마치 564억원. 연쇄적인 가격폭락으로 출하자와 중도매인 모두가 고통을 겪고 있는 시기에 대아청과 경영진들이 법인을 매각해 받은 돈이다. 길길이 날뛰는 출하자와 중도매인의 심정을 이해할 만하다.대아청과 이정수 대표는 최근 위로금조로 중도매인들에게 8억원, 대아청과 직원들에게 7억원을 지급해 갈등을 봉합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손대는 사업마다 성공하는 사람에게 ‘미다스의 손’이란 별명이 붙는다. 이를 빗대 손대는 사업마다 손해를 보면 ‘마이너스의 손’이라 부르기도 한다. 최근 양봉업의 현실을 보면 '마이너스의 손'이란 일단 유행을 타는 축종이다 싶으면 추천하고 보는 ‘묻지마식’ 귀농교육을 일컫는 말이 아닌가 싶다.양봉업은 타 축산업과 비교해 소자본으로 시작이 가능하며 경영비가 적고 자본 회수가 빠른 장점이 있다. 이에 일선 귀농교육 현장에선 최근년간 양봉업을 예비귀농인들에게 많이 권장했다. 감소추세였던 양봉농가 수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양파와 마늘 등 농산물 가격 폭락으로 시름에 잠긴 농민들을 뒤로한 채 정치인들의 시선이 벌써부터 내년 총선만 향하고 있어 혀를 차게 한다. 무엇보다 농협의 영향력에 올라타고 싶은 이들의 모습이 속속 목격돼 가관이 아닐 수 없다.대표적 장면은 지난 1일 열린 농협 58주년 기념식이다. 이날 행사에선 정부 훈·포장과 농협중앙회장 표창 등의 시상식이 이뤄진 만큼 수상자와 이를 축하하기 위한 행렬이 줄을 이었다. 농협이 한국 사회에서 갖는 위상도 위상이지만 지역의 주요 농민과 지역농협 조합장들이 대거 수상자 명단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석 달 전, 밭에 깐 검은 부직포는 야산을 타고 넘어온 불길에 힘없이 오그라들었다. 1,000평 남짓한 밭에 심은 블루베리 나무도 불에 타 검게 변해버렸다. 다행히 불길이 미치지 못했던 밭 일부를 흙으로 메우고 그 자리에 있던 나무를 옮겨 심었으나 불에 타버린 나무를 대체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나무와 나무사이 부직포가 타버리며 맨 땅이 도드라진 곳에서 농민은 풀을 매고 있었다. 농민 주위로 고사해버린 나무가 앙상하게 서 있었다. 그래도 농민은 첫 열매를 맺기 시작한 나무가 참 기특하다고 했다. 칭찬과 함께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지난 1일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도시락 워크숍’ 행사에서 영화를 상영했다. ‘부르키나베 바운티(풍요의 땅 부르키나파소)’라는 영화였다. 서아프리카 국가 부르키나파소 농민들이 식량주권 수호, 전통농업 보전을 위해 벌인 투쟁을 다룬 영화다.프랑스의 식민지배와 오랜 군부독재를 거치며 부르키나파소 사람들은 극심한 빈곤에 시달렸다. 전통농업 기반은 파괴됐다. 1983년 대통령이 된 토마스 상카라는 이 상황을 극복하고자 진보적 개혁정책을 실시했다. 부족장과 대지주들이 가진 땅을 무상몰수해 농민들에게 나누는 토지개혁을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두 시간 전에 의원직이 박탈된 이완영 전 의원을 비롯해, 농촌이 지역구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어려운 농업여건을 이유로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해 임금을 차등해서 지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한 의원은 얼마 전 부족한 농촌일손을 외국인노동자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계속된 최저임금 인상으로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며 다시 한 번 차등 지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대상을 외국인노동자로 한정하긴 했지만, 어디서 많이 봤던 대본이다. ‘최저시급이 너무 많아서 기업이 망하고 가게
미허가축사 행정처분 유예기간 종료가 3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적법화를 했건 안했건 혹은 못했건, 현장 축산농가의 분위기는 뒤숭숭하다.환경부가 진짜 축사 폐쇄명령을 내릴 것인지도 이슈고 생계를 위해 축사를 개보수하고 가축 입식을 늘려 빚더미를 끌어안고 있는 동료 농가들이 그린벨트나 수변구역과 같은 입지제한구역에 위치하고 있다는 이유로 정말 축산을 포기하게 될 것인지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물론 안타깝지만 시대의 변화 앞에 축산을 하는 것이 죄일 뿐 어쩔 수 없지 않겠느냐는 어깨 축 처진 모습도 보인다. 대부분의 경우 ‘정부의 진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미·중 무역 전쟁이라고까지 불릴 만큼 양국 간 협상이 진행되는 모양새가 심상찮다.그 여파가 어디까지일까 싶어 뉴스를 계속 확인하고 있는 찰나, 눈길을 사로잡는 미국 측 발표가 있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 여파로 농업분야 피해가 예상되자 농가에 160억달러(약 19조원)를 지원한다는 것이다.트럼프 행정부는 예산관리국에 2020년 예산안 4조7,000억달러를 제시했으며 그 중 농무부 예산은 약 1,500억달러로, 전체의 약 3.19% 수준이다. 이번에 농가에 지원할 160억달러는 농무
농민들의 간곡한 외침이 또다시 부질없는 메아리로 돌아왔다. 양파 수급대책을 세워달라고 800리를 달려온 농민들에게 정부는 고민의 기색도 없이 소비촉진과 수출확대라는 뻔하디 뻔한 대책으로 화답했다.양파농가들이 청와대 농해수비서관과 농식품부 장관에게 요구한 바는 간단명료하다. 단 몇만 톤의 양파라도 확실히 우선격리를 할 것, 시장에 강한 시그널을 주기 위해 장관이 직접 이를 발표할 것 두 가지다.벌써 지난 2월부터 농민들이 절절하게 매달려 요구해온 사안임에도 굳이 이를 외면해버린 건 정부가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농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농협이 지난 3월 장애인 384명을 특별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장애인 의무고용률 3.1%를 달성하기 위한 범농협일자리위원회의 결정이다. 이번 결정은 농협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온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게 농협의 설명이다.농협의 장애인 의무고용 문제는 매년 국정감사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된 바 있다. 고용노동부는「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을 통해 장애인 의무고용제를 시행하고 있다. 장애인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의무고용률은 꾸준히 올라 올해의 경우 국가·지자체, 공기업·준정부기관 등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쇠 귀에 경 읽기.’ 이른바 FTA 직불금 제도를 두고서 하는 말이다. 매년 FTA 피해 품목을 제대로 밝히지도 못하고 피해를 인정받아도 농민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받아도 고쳐지질 않는다.농식품부가 지난달 행정예고한 FTA 직불금 대상품목은 귀리와 목이버섯 뿐이다. 겨우 이 2품목만 FTA 피해를 받았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염소는 총수입량이 감소해서 직불금 대상품목에서 제외됐고 아로니아는 분말 형태로 수입되는 물량은 수입량으로 인정하지 않아서 탈락했다. 계란은 수입기여도가 낮아
우선 이 인사말을 잘 곱씹어 읽길 바랍니다. “시위를 하는 것도 법이 허용하는 단체가 따로 있다. 예를 들면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처럼 공식적으로 법이 허락하는 단체가 있는가하면 지금 밖에서 하고 있는 저 화물연대는 불법단체다. 농민들이 농산물 만들면 화물차를 갖고 서울로 이동하고 각 대도시로 이동하는 화물차를 쓰고 있다. 저분들이 무슨 단체를 만들어서 그 단체를 인정하라는 얘기다. 제가 그랬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용납할 수 없는 단체다. 그래서 불법시위를 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농협물류에 진입을 허용하지 말라.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이건 추청이에요. 임금님표 쌀 알죠? 맛 좋은 명품 쌀!”지난 주말 대형마트에서 쌀을 판매하는 판매원 아주머니의 설명이다.국산 품종도 아니면서 쌀이 주식인 우리나라에 명품 쌀로 대단히 자리 잡은 추청과 고시히카리는 일본에서 각각 지난 1955년과 1956년 육성됐다. 추청이라는 한글 이름까지 지녀 국산 품종으로 오해하기 쉬운 아끼바리는 고시히카리와 더불어 국내서 고품질을 대표하는 고가 브랜드로 인식된 지 이미 오래다.이렇게 우리나라 쌀 생산량의 10%는 외래 품종이 차지하고 있다. 얼마 안 된다고 생각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3년도 더 된 내 얘기다. 꿈에 부풀어 프랑스로 공부를 하러 떠났다가 그 첫날에 여권이 든 가방을 도둑맞고 말았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비자를 건네고 1년짜리 체류증을 받기도 전에 벌어진 일. 좌절하고 원망할 새조차 없었다. 다름 아닌 내가, 까딱하면 뉴스에서나 보던 그 추방대상자가 될 판이었다.애석하게도 외국인인 내 사정은 중요치 않았다. 학생비자를 빌미로 눌러앉는 게 아닐까 의심하는 현지 경시청의 불편한 시선, 그리고 비협조적 태도와 싸워야 했다. 사실상 연장이 불가능한 임시체류증을 따낼 때까지, 무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