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뒤덮을 송전선로 계획에 ‘농민’은 없다

  • 입력 2025.11.23 18:00
  • 수정 2025.11.23 18:4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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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고압 송전선로·철탑 건설 반대 영암군 대책위원회 정철 위원장이 지난 18일 전남 나주시 한국전력공사 본사 앞에서 상복을 입고 ‘깜깜이 입지선정 전면 철회’ 등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영암군 대책위원회는 송전선로 계획을 알게 된 직후인 9월 초부터 한전 본사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한승호 기자
고압 송전선로·철탑 건설 반대 영암군 대책위원회 정철 위원장이 지난 18일 전남 나주시 한국전력공사 본사 앞에서 상복을 입고 ‘깜깜이 입지선정 전면 철회’ 등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영암군 대책위원회는 송전선로 계획을 알게 된 직후인 9월 초부터 한전 본사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한승호 기자

 

무자비한 태양광·풍력 발전 광풍 이후 이번엔 송전선로와 철탑이 다시금 전국의 농촌을 뒤덮으려 한다. 농지를 지키기 위해 분투했던 농민들은 이제 삶터를 위한 투쟁에 돌입했다.

농산어촌에서 집중생산된 풍력·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에 보내기 위한 송전선로 건설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여기에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많은 양의 전력과 물을 필요로 하는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 계획은 초고압송전선로 건설 추진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후보 시절부터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계획을 밝혀왔던 이재명정부는 지난 9월 기후환경에너지부를 신설한 데 이어 10월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시행까지 속전속결로 송전선로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다.

현재 전국을 집어삼킬 만큼 거대한 규모로 자행되는 송전선로 건설은 단지 그 계획뿐 아니라 절차와 과정 모든 면에서 농촌을 위협하고 있다. 그 중심엔 ‘국가기간산업’이란 명목을 앞세운 한국전력공사(한전)의 무자비한 행태가 자리한다. 10여년 전 밀양 때와 다를 바 없이, 여전히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 양상을 보이는 실정이다.

한전에선 밀양 송전탑 건설 강행 이후 수용성을 제고하기 위해 주민 주도 입지선정 제도를 신설·도입했지만, 현재까지도 입지선정위원회는 농민과 농촌 주민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위원부터 주민 합의 없이 선정되고 위원회 또한 ‘그들만의 리그’인양 운용되고 있다. 결국 경과대역과 경과지가 정해진 뒤에야, 이를 우연한 계기로 알게 된 경우에 한해 농민과 주민들은 한전의 막무가내식 설명회와 송전선로·철탑 건설을 막아내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전남·북과 충남, 경기 등 전국을 망라한 초고압송전선로 건설의 추진배경은 이렇다. “재생에너지 확대 전망 속 주요 발전지역과 전력수요의 지리적 불일치가 지속됨에 따라 장거리 송전망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다. 또한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분야의 글로벌 주도권 확보를 위한 투자 확대로 대규모 전력수요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3855km에 달할 만큼 더 광범위해진 초고압송전선로·철탑 건설 계획과 추진 과정 전반은 지금도 농민과 주민 몰래, 이들의 삶터를 위협하고 있다. 이를 방관하는 ‘국민주권정부’에 대한 분노도 날로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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