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발전소 반대투쟁’ 풍천리 주민들의 마을잔치

  • 입력 2025.07.18 13:20
  • 수정 2025.07.18 13:25
  • 기자명 장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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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경 기자]

지난 12일 강원 홍천군 화촌면 풍천리 마을회관에서 열린 ‘양수발전소를 막아내려는 사람들의 풍천리 잣나무골 음악회와 마을잔치’ 에서 풍천리 주민들이 공연을 관람하며 춤을 추고 있다. 작가 이준용씨 제공
지난 12일 강원 홍천군 화촌면 풍천리 마을회관에서 열린 ‘양수발전소를 막아내려는 사람들의 풍천리 잣나무골 음악회와 마을잔치’ 에서 풍천리 주민들이 공연을 관람하며 춤을 추고 있다. 작가 이준용씨 제공
지난 12일 강원 홍천군 화촌면 풍천리 마을회관에서 열린 ‘양수발전소를 막아내려는 사람들의 풍천리 잣나무골 음악회와 마을잔치’ 중 풍천리 주민들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작가 이준용씨 제공
지난 12일 강원 홍천군 화촌면 풍천리 마을회관에서 열린 ‘양수발전소를 막아내려는 사람들의 풍천리 잣나무골 음악회와 마을잔치’ 중 풍천리 주민들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작가 이준용씨 제공

매주 금요일 오후면 강원 홍천군청 앞에 조끼를 입은 풍천리 주민들이 모이고 있다. 홍천군 화촌면 풍천리 주민들은 2019년 한국수력원자력이 양수발전소 건설을 예고한 이후 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면서 뜨거운 날도, 추운 날도 변함없이 7년 동안 양수발전소 백지화 결의대회를 진행해왔다.

풍천리 양수발전소 가동을 위한 상부댐·하부댐이 건설되면 마을과 농지가 수몰될 전망이다. 또한, 수질오염, 산림자원 훼손 등의 문제가 심각해질 뿐 아니라 공사가 진행되는 10년 동안 바위를 깎고 콘크리트로 댐을 건설하는 큰 공사를 주민들이 견뎌내야 한다. 그러나 이에 비해 홍천군이 이야기하는 ‘경제 활성화’와 ‘발전 효과’는 미비하리라는 게 반대의 주요 이유다.

양수발전소가 건설되면 풍천리 주민들의 주요 수입원이며 국내 잣 생산량의 70%를 책임지고 있는 약 11만 그루의 잣나무도 사라지게 된다. 사라질 예정인 이곳 가리산은 ‘대한민국 국유림 100대 명품숲’이자 생태자연등급 1등급의 높은 보존 가치를 지닌 산이었으나 공사 발표 이후 2등급을 거쳐 3등급으로 하향조정됐다. 또한, 환경영향평가도 진행되지 않고 도로 실시계획인가도 나지 않았는데도 사전공사가 진행되는 등, 풍천리 양수발전소 건설사업은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풍천리 주민들은 매일 아침 선전전, 매주 기도회 등을 통해 반대 의사를 표현 중이다. 지난해 7월에는 홍천군청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던 주민들이 홍천군의 신고로 경찰에 연행돼 벌금 1800만원을 선고받기도 하는 등, 주민들은 힘겨운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러한 외부의 탄압보다 마을주민들이 서로 갈라지는 것이 더 힘든 일이라고 말한다.

지난 12일 풍천리 마을회관에서 열린 ‘양수발전소를 막아내려는 사람들의 풍천리 잣나무골 음악회와 마을잔치’는 한마을을 오랫동안 함께 지켜온 주민들이 7년의 시간 동안 안팎으로 받은 상처를 치유하고 다독이기 위해 기획한 자리였다. 그리고 이 소식을 들은 예술가와 홍천의 주민들이 힘을 실어주고자 모였다.

마을잔치가 열렸던 지난 12일, 오전부터 뜨거운 날씨 가운데서도 너브네초록가게의 재활용·새활용 물품들과 생필품 나눔, 서로살림농도생협의 쌀라면 나눔, 홍천군여성농민회의 토종씨앗 전시 및 나눔이 진행됐으며, 홍천 농민약국은 약품과 영양제 등을 준비해 풍천리 주민들의 아픈 마음을 달랬다.

개회식에서 이원재 풍천리 이장은 더 많은 마을주민이 참석하지 못하는 상황을 아쉬워했으며, 이창후 풍천리양수발전소건설반대위원회 총무는 “(투쟁 과정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나 끝까지 이곳에 남아 살면서 (풍천리에서의 우리의 삶이) 좋아지게 만들 것”이라고 희망을 이야기하며 우리의 잣을 지키기 위해서 싸울 것을 다짐했다.

이어 조미선 홍천 농민약국 약사와 홍천군여성농민회가 연대 발언을 통해 주민들에게 힘을 줬고, 김명중 홍천군농민회 부회장은 “전쟁이 나도 아이는 낳아야 하고 투쟁을 해도 잔치는 해야 한다”며 무거운 분위기를 띄웠다. 홍천군농민회는 회원 10여명이 참석해 든든한 연대의 마음을 보여줬다. 개회식에서는 모든 참석자가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홍천을 비롯해 원주·춘천·인제·동해·삼척 등 강원지역은 물론 서울·구미·성주·제주 등 풍천리를 응원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달려온 사람들이 마을회관 앞을 가득 메웠다.

주민들이 준비한 점심을 먹고 난 오후에는 자이, 정진석, 오재환, 길가는 밴드 장현호, 모레도토요일, 경하와 세민, 삼각전파사, 김동산과 블루아웃 등의 음악인들이 꾸미는 무대와 정대호의 판소리, 배수진의 한국무용, 김철원의 색소폰연주 등으로 여느 대규모 축제에 견줄 만한 수준 높은 음악회가 홍천 산골마을에서 이어졌다. 풍천리의 음악회는 공연자가 관객의 마음을 읽어내고 노래하고 위로하는 시간이었고, 이에 화답해 풍천리 주민들은 공연자의 소리와 몸짓에 함께 춤추고 울고 웃었다.

이날 참가자 전원은 이창후 총무가 직접 딴, 시중에는 판매조차 되지 않는 1등급 잣과 꿀을 선물로 받아갔다. 그것은 주민들이 지키고자 하는 것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것인지 보여주는 선물이었다. 잔치에 참석하고 영상을 기록한 남태제 영화감독은 “전국 곳곳을 헤집으며 지역 주민들을 고통에 몰아넣고 있는 에너지 부정의의 사슬을 풍천리 주민들과 연대자들이 끊어내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하루였다”고 후기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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