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가 또다시 근거 없는 물가 타령에 나섰다. 당근·배추·대파·오이·양파 등 채솟값이 줄줄이 떨어지고 있는데 장바구니 물가 운운하며 농산물 할인지원과 비축 물량을 추가 방출하겠다고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전월 대비 농축수산물은 하락했으나, 공업제품과 전기·가스·수도는 변동이 없고, 서비스가 상승함에 따라 전체 0.1% 상승했다는 것이다. 신선식품 지수는 오히려 전월 대비 4.3%, 전년 동월 대비 1.9% 각각 하락했다. 기획재정부 물가관리 당국의 입에서 물가 얘기만 나오면 알아서 엎드리는 형국이다. 농식품부는 농식품물가부인가?
농식품부는 논리적·과학적 근거도 없이 기계적으로 소비자 물가에 집착하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 일반상식이다. 소비자는 자주 구입하는 품목의 가격에 민감하고 소득 증가에 따른 소비지출액 증가를 가격 상승과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 또 소비자는 가격 하락보다는 가격 상승에 더 민감하다.
이런 심리적 차원의 감각이 장바구니 물가이고, 실제 물가와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장바구니 물가를 물가정책의 근거로 삼는 것은 정책 당국의 무지나 무책임한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물가지수 가중치를 보더라도 농산물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적다. 물가지수 가중치는 월평균 소비지출액 비중을 근거로 산출한다. 1인당 채소류 소비량 중 배추·양파·무·마늘·고추 5개 품목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가중치는 배추 0.13%, 양파 0.09%, 무 0.06%, 마늘 0.13%, 고추 0.06%로 모두 합해도 0.47%에 불과하다. 이들 품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미미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물가를 빌미로 계속 비축 물량을 방출한다면 농가 경제는 파탄날 수 있다. 농산물 공급은 비탄력적이어서 공급량이 약간만 증가해도 가격 하락 폭이 매우 크게 나타난다. 일상화된 잦은 이상기후로 생산량이 줄면 어느 정도 가격이 상승해야 생산비나마 건질 수 있다.
가격안정제도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농산물가격은 농업소득의 결정변수다. 그런데 생산량이 줄면 정부는 무분별한 저율할당관세 수입으로 시장공급을 늘려 가격을 하락시킴으로써 농가 경제의 적자를 가중시킨다. 정부는 농가 경제 안정을 목표로 한 가격정책을 시행하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