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좌고우면 없이 오직 농민만 바라보겠다”

임문채 광주 삼도농협 조합장

  • 입력 2025.04.27 18:00
  • 수정 2025.04.27 18:28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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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농민회원 출신 조합장인 임문채 신임 삼도농협(광주광역시 광산구 소재) 조합장. 그는 오종선 전 삼도농협 조합장의 별세로 인해 지난 9일 열린 조합장 재보궐선거 결과 신임 삼도농협 조합장에 당선됐다.

광주시농민회원으로 활동해 온 임문채 조합장은 지역에서 농협개혁에 앞장서 온 대표적 ‘농협 문제 전문가’다. 임 조합장은 농민회 출신 조합장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며 삼도농협을 ‘농민을 위한 농협’으로 만들어가고자 한다. 지난 15일 광주 삼도농협에서 그를 만나 향후의 포부를 들어봤다.

임문채 광주 삼도농협 조합장
임문채 광주 삼도농협 조합장

조합장 취임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서명 거부’였다. 광주광역시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조공법인)은 지난 14일 2025년도 제2차 임시총회에서 농협경제지주가 추천한 농협중앙회 출신 퇴직자의 조공법인 사외이사 선출 건을 안건 중 하나로 정했다. 조공법인 출자에 참여하는 광주 관내 14개 농협 조합장 중 하나인 제게도 해당 인사의 사외이사 선출 여부에 관한 의결권이 주어졌다. 저는 사외이사 선출 건의 서면의결에 대한 동의서에도, 서면에 의한 의결권 행사서에도 서명하지 않았다.

농민회원들은 조공법인 사외이사로 농민조합원의 참여가 가능하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오랫동안 해왔다. 조공법인 이사회가 조합장이나 농협조직(중앙회, 경제지주 등) 출신 인사의 ‘놀이터’ 또는 ‘경로당’이 돼선 안 되고, 농민 권익 향상에 조금이라도 더 기여하려면 농민조합원의 사외이사 진출이 보장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농민회원들의 지지로 조합장이 된 저는, 농협중앙회 출신 퇴직자를 사외이사로 선출하는 데 찬성표를 던지기는커녕, 해당 건의 서면의결 자체에도 동의할 수 없었다. 이에 ‘서명 거부’를 선택했다.

농민회 출신 조합장을 향한 견제가 만만치 않을 듯하다

임문채 광주 삼도농협 조합장이 지난 15일 광주통합RPC 앞에서 광주시농민회가 열었던 벼 저가수매 규탄 기자회견 중 발언하고 있다.
임문채 광주 삼도농협 조합장이 지난 15일 광주통합RPC 앞에서 광주시농민회가 열었던 벼 저가수매 규탄 기자회견 중 발언하고 있다.

오늘(지난 15일) 광주통합RPC 앞에서 광주시농민회가 열었던 벼 저가수매 규탄 기자회견 때 언급했듯이, 광주 관내 타 농협 조합장 일부가 내게 전화해 “자네 거기(기자회견) 참석하지 마소”라고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자회견에 참석했고, 광주통합RPC는 본분에 맞게 농민 볏값 보장에 나서라고 발언했다.

앞으로도 견제가 없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저는 농민들의 지지와 응원을 받아 조합장이 됐다. 다른 어느 곳도 바라보지 않고 오직 농민조합원의 권익 향상을 위해 목소리 내는 조합장이 되고자 한다.

조합장 취임 뒤 삼도농협에서 새롭게 시도한 것은

직원을 더욱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고자 노력 중이다. 예전 같으면 조합장이 조합장실 자기 자리에 앉아있으면 직원이 들어와 (조합장 책상) 앞에 서서 결재받고 나가는 식이었는데, 이젠 그러지 않고 조합장과 직원이 나란히 앉아서 이야기 나누는 방식으로 바꿨다. 아울러, 조합장이 틀어쥐고 있던 예산집행권을 각 계원에게 위임했다. 직원들이 원칙에 맞게 기준을 설정해 공정·공평하게 예산 집행을 해보라는 취지에서 그렇게 했다. 그렇게 해야 직원 업무 능력도 향상되고, 농민조합원을 위해 예산을 집행할 여지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농협은 농민조합원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농협의 핵심 역할은 경제사업 활성화다. 농산물 구매·판매 등 경제사업을 열심히 하다 적자를 봤다는 건 달리 말해 조합원이 이익을 봤다는 뜻이다. 그건 회계 처리상으론 ‘손실’이지만 손실로 간주해선 안 된다. 농협이 망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정상적으로 조합원들을 위해 비싸게 사줘서 판매했는데 손실 난 것은 이익으로 간주해야 한다.

삼도농협의 향후 계획은

그동안 협동조합 개혁과 관련해 고민해 온 것 중 하나는, 농협중앙회가 축소되고 지역농협의 힘과 규모가 커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역농협의 자산규모가 2조~5조원 정도 갖춰져야 농민들이 자생적으로 살아갈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고민 아래, 최근 삼도농협과 인근 본량농협 간 합병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막무가내로 그냥 합치자는 게 아니라 사업계획에 근거한 합병을 하자는 뜻이다.

아울러 삼도농협의 고질적 문제점이었던 ‘조합원-임직원 간 괴리’를 극복하는 데 방점을 두고자 한다. 조합원을 위해 더욱 봉사하고 소통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농민조합원과 농협이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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