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폭락, 더 이상 방치 말고 20만톤 즉각 시장격리하라”

전국 농민들, 동시다발 논 갈아엎기 투쟁 및 트랙터 행진 나서

  • 입력 2024.09.06 11:00
  • 수정 2024.09.08 19:36
  • 기자명 김한수·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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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한수·한승호 기자] 

지난 4일 경북 상주시 낙동면에서 열린 ‘쌀값 보장! 농민생존권 사수! 전농 경북도연맹 논 갈 아엎기 투쟁’에서 한 농민이 트랙터로 논을 갈아엎고 있다.
지난 4일 경북 상주시 낙동면에서 열린 ‘쌀값 보장! 농민생존권 사수! 전농 경북도연맹 논 갈 아엎기 투쟁’에서 한 농민이 트랙터로 논을 갈아엎고 있다.
지난 4일 경기 여주시 교동에서 열린 ‘쌀값 대폭락 규탄! 농민생존권 사수! 쌀값 보장! 여주시 농민대회’에서 여주농민들이 트랙터 110여대를 이끌고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 4일 경기 여주시 교동에서 열린 ‘쌀값 대폭락 규탄! 농민생존권 사수! 쌀값 보장! 여주시 농민대회’에서 여주농민들이 트랙터 110여대를 이끌고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 4일 경남 진주시청 앞에서 열린 ‘쌀값 보장! 농민생존권 사수! 윤석열 퇴진! 진주농민 투쟁선포식 및 기자회견’에서 농민들이 윤석열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진주시농민회 제공
지난 4일 경남 진주시청 앞에서 열린 ‘쌀값 보장! 농민생존권 사수! 윤석열 퇴진! 진주농민 투쟁선포식 및 기자회견’에서 농민들이 윤석열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진주시농민회 제공

전국의 농민들이 8월에 이어 9월에도 논 갈아엎기 투쟁을 벌였다.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강원·경기·경남북·전남북·충북 등 지역에서 농민들이 논을 갈아엎고 대폭락하는 쌀값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강원 지역에선 나락 적재 투쟁을 이어 갔고, 경기 여주와 안성, 평택 등 일부 지역에선 트랙터와 차량 행진도 진행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의장 이재동, 전농 경북도연맹)은 지난 4일 경북 상주시 낙동면의 한 들녘에서 논 갈아엎기 투쟁을 진행했다.

투쟁에 앞서 김태현 전농 부의장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서고 제대로 된 농업 정책을 내놓는 것을 보지 못했다. 이토록 무능한 윤석열정부는 이제 퇴진해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세상이 올 때까지 힘들더라도 더 열심히 싸워나가자”고 말하며 투쟁 분위기를 돋웠다.

이재동 전농 경북도연맹 의장은 “이전에 논 갈아엎기 투쟁을 한다 하면 눈물이 났는데 이제는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쌀값은 농민값이라고 늘 말하는데 언제까지 우리 농민들이 이렇게 천대받고 살아야 되겠나. 이런 대우는 이제 그만 받겠다. 먹거리를 우습게 보고 농업·농민을 막 대하는 윤석열정권을 우리 농민의 힘으로 끝장내야 한다”고 결의를 밝혔다.

자신이 농사지은 논을 직접 갈아엎은 농민 신정현씨는 “윤석열정부가 쌀 45만톤을 공공비축미로 매입하겠다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지난해 구곡 5만톤과 가공용 쌀인 가루쌀 4만톤이 포함돼 있다”며 “이런 정부를 믿고 어떻게 살아가겠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쌀값보장’, ‘농민생존권 사수’라고 써 붙인 트랙터 2대가 로터리를 내리고 논을 갈아엎기 시작하자 농민들 사이에서 장탄식이 새어나왔다. 탄식은 이내 윤석열정권에 대한 분노와 투쟁 의지로 바뀌었다. 벼가 뭉개지는 현장을 지켜보던 농민들은 “식량주권 외면하는 윤석열정권 갈아엎자”, “쌀값 폭락 진짜 주범 쌀수입을 중단하라”, “대통령은 쌀값 20만원 보장 약속을 지켜라”라고 윤석열정권 퇴진의 결기를 세웠다.

이날 600평 남짓한 논을 트랙터가 갈아엎는 데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현장에 있던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논을 갈아엎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질타했다. 경북 예천에서 온 농민 이은경씨는 “작년에는 비가 너무 많이 왔고 올해는 더워서 농사짓기가 너무 힘든데 농업 정책은 거꾸로 가니 오죽하면 추수를 앞두고 논을 갈아엎겠냐”고 한탄했다. 경북 상주의 농민 전범정씨는 “쌀값만이 아니고 모든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고 있어 정부 대책이 절실한데 농민들의 호소를 외면하니 우리가 나설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가자들은 결의문에서 “오늘 수확을 앞둔 벼를 갈아엎는 것은 반농업·반농민 폭정을 이어가는 윤석열정권을 갈아엎겠다는 의지”라며 “이 투쟁을 이어 11월 농민대항쟁으로 농민의 권리가 보장되는 새로운 세상을 향해 힘차게 전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경기 여주에서 쌀값 대폭락을 규탄하며 쌀값 및 생존권 보장을 위해 농민대회를 연 농민들은 각 읍·면에서 트랙터만 110여대를 끌고 나와 거리 행진에 나섰다. 경기 여주시 교동에서 열린 ‘쌀값 대폭락 규탄 농민생존권 사수 쌀값 보장 여주시 농민대회’에서 농민들은 “45년 만에 최대라던 재작년 쌀값 폭락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역대급 쌀값 폭락이라는 사태에 근심과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며 정부와 여주시, 여주시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조공법인)에 각각 실질적인 쌀값 폭락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하원오 전농 의장은 “쌀값 밥 한 공기 300원 보장하라고 외친 지가 20년이 넘었는데 현재 쌀값은 200원대로 떨어졌다. 경기도 전역에서 생산되는 쌀이 40만톤이 안 될 텐데 수입쌀이 40만톤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수입쌀로 인해 아무리 약을 써도 쌀값이 올라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이런 식으로는 아무리 농사지어도 살 수 없다. 결국은 수입업자 윤석열정부를 끌어내려야 한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끝까지 투쟁해서 반드시 농민들이 잘사는 세상 함께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며 대회에 모인 여주농민들을 독려했다.

류병원 여주시농민회장도 “우리 농민들의 자부심은 바로 우리가 정성 들여 땀으로 생산한 농산물이 제값을 받을 때”라며 “농협이 농민의 고통을 외면한 채 어떡해서든 저가로 쌀을 수매해 판매하려 한다. 농협이 바뀌어야 농민이 산다”고 강조하며 합리적인 수매가 결정에 조공법인이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랙터 행진에 나서기 전 농민들은 결의문을 통해 20만톤 즉각 시장격리 및 쌀 수입 중단을 정부에 요구하는 한편, 여주시엔 조공법인 재고미 소진을 위한 긴급예산 편성을 촉구했다. 또, 조공법인엔 생산비가 보장된 수매가 결정 등을 거듭 요구하며 본격적인 추수가 시작되기 전 쌀값 폭락을 진정시킬 실효성 있는 대책이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민들은 쌀값 대폭락에 대한 농업계의 절박함을 알리고자 농민대회가 열린 교동에서 여주시청 앞까지 트랙터 행진에 나섰다. ‘쌀값 보장’이 적힌 깃발을 매단 트랙터 행진은 대열 후미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끊임없이 이어졌고 시청 앞에 도착해서야 각 읍·면별로 해산하며 이날 대회를 마무리했다.

한편, 농민들의 동시다발 논 갈아엎기 투쟁은 6일까지 이어졌다. 충남 농민들은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각 지역별로 논을 갈아엎고 트랙터 행진 등을 진행하며 쌀값 대책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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