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청년농민 구속, 전국 농민투쟁 방아쇠 당기나

농민·민중단체들 경찰청 앞 기자회견…경찰·정권 향해 ‘경고’
박근혜 탄핵 주역 ‘전봉준투쟁단’ 재결성 등 강력 투쟁 시사

  • 입력 2024.07.08 14:37
  • 수정 2024.07.08 19:18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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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농민투쟁 탄압 규탄 기자회견’에서 7.4 전국농민대회 당시 농기계 반납을 시도하다 강제 연행돼 구속된 청년농민 김재영씨의 부친인 김군섭씨가 윤석열정부가 “청년농민의 싹을 잘라버리려 한다”며 규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농민투쟁 탄압 규탄 기자회견’에서 7.4 전국농민대회 당시 농기계 반납을 시도하다 강제 연행돼 구속된 청년농민 김재영씨의 부친인 김군섭씨가 윤석열정부가 “청년농민의 싹을 잘라버리려 한다”며 규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농민투쟁 탄압 규탄 기자회견’에서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및 전국민중행동 대표자들이 7.4 전국농민대회 당시 강제 연행돼 구속된 청년농민의 즉각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농민투쟁 탄압 규탄 기자회견’에서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및 전국민중행동, 진보당 농민당 대표자들이 7.4 전국농민대회 당시 강제 연행돼 구속된 청년농민의 즉각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4일 전국농민대회에서 경찰에 연행된 농민 김재영씨가 7일 구속되자 농민·시민단체가 본격적으로 후속 행동에 나서려는 분위기다.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상임대표 하원오, 농민의길)과 전국민중행동(공동대표 박석운·김재하)은 8일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과 정권을 향해 묵직한 경고를 던졌다.

김재영씨는 경남 진주에서 농사지으며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사무국장직을 맡고 있는 37세 청년이다. 지난 4일 여의도 전국농민대회에서 미신고물품인 농기계를 대회장에 반입하려다 경찰들에게 부상을 입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있었던 지난 6일, 불과 반나절 만에 1만3000여명의 탄원서가 제출됐지만 결국 구속을 면치 못했다.

농민·노동자·시민들이 벌이는 국내 대형 집회에서 다소 거친 상황이 발생할 순 있지만, 보통은 경찰 측의 협조와 배려로 원만히 마무리되게 마련이다. 농민대회에서 농민이 구속된 사례는 2006년(광주), 2016년(완주)에 한 건씩이 있을 정도로 일반적이지 않다.

사태의 원흉이 된 농기계 역시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위 때 경찰 협조하에 도로행진, 여의도 집회 등에서 평화시위의 도구로 사용된 전례가 있을뿐더러 최근 유럽 농민들의 시위에서도 매우 흔하게 등장한 바 있다. 때문에 농민들은 이번 김재영씨 구속이 농민에 대한 경찰의 과도한 적개심 표출이자 정권의 농민 탄압이라 지적하고 있다.

지난 4일 전국농민대회 당시 농민들이 집회 장소로 가져온 농기계가 실린 트럭을 경찰들이 사방에서 둘러싼 채 운전석 문을 열고 농민 연행을 시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4일 전국농민대회 당시 농민들이 집회 장소로 가져온 농기계가 실린 트럭을 경찰들이 사방에서 둘러싼 채 운전석 문을 열고 농민 연행을 시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하원오 농민의길 상임대표는 “윤석열정부의 농업말살 농정에 조금씩 지펴져 온 투쟁의 불씨가 이번 청년농민 구속으로 활활 타기 시작했다. ‘탄압이면 항쟁’이고, 더 큰 탄압엔 더 큰 항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소리를 높였으며, 이대종 진보당 농민당 대표는 “구속 소식을 접한 농민 중 ‘와, 이제 몸 사려야겠다’고 생각한 이는 아무도 없고 오히려 끓어오르고 있다. 농민들은 농토가 있고 일이 있으면 쉽게 움직이지 못하지만, 한번 움직이면 그 움직임이 진중하고 뜨겁다”고 경고했다.

김재영 농민의 부친인 진주 농민 김군섭씨는 “우린 경남 진주에서 자손 대대로 농사짓고 있다. 아들은 대학 다닐 때도 주말엔 집에 와 농사일을 거들었고, 지난해 화재피해 수습 중인 고추하우스를 지금도 저 안에서 걱정하고 있을 것”이라며 “농사 지어봤자 빚더미밖에 안 남는 농민을 보호하진 못할망정 청년농민의 싹을 잘라버리려는 이 정부를 더 이상 두고만 보지 않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이들은 특히 ‘박근혜 탄핵’의 마중물 역할을 했던 전국 트랙터 투쟁조직 ‘전봉준투쟁단’의 재결성을 시사했다. 권혁주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은 “김재영 농민이 구속되자마자 현장 곳곳에서 우리 사무실로 ‘전봉준투쟁단 2기’를 조직하자는 연락이 오고 있다. ‘탄압이면 항쟁’이라는 구호 그대로 투쟁을 준비하겠다”고 밝혔고, 하원오 상임대표가 “저들을 벌벌 떨게 한 농기계 한 대가 다음엔 수십대, 수백대가 돼 전국을 뒤흔들고 반드시 서울로 진격할 것”이라고 재차 으름장을 놨다. 실제로 김재영 농민의 거주지인 경남 진주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농민 집회가 꼬리를 무는 등 농촌 현장에 심상찮은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노동·시민단체들도 적극 동조하고 있다.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김재영 농민의 구속은 단지 개인에 대한 구속이 아니라 고통받는 전 농민에 대한 탄압이자 이 정권에서 고통받는 노동자·빈민·농민 모두에 대한 탄압”이라며 “하나의 마음으로, 우리도 구속됐다는 심정으로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태환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도 “윤석열정권을 끌어내려야 한다는 입법청원이 100만명을 넘겼다. 이것이 민심이다. 민심이 윤석열정권을 집어삼킬 날이 멀지 않았으며, 이번 청년농민 구속이 그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부르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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