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김한수·장수지 기자]
농업파괴·농민말살 정책으로 일관하는 윤석열정부에 분노한 전국의 농민들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로 모여 농민생존권 보장과 국가책임농정 실현을 촉구했다. 이날 기후재난으로 농사를 망치고 생계를 위협받는 농민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성토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상임대표 하원오, 농민의길)이 주최한 농민대회에는 전국에서 3000여명(주최측 추산)의 농민들이 모였다.
농민대회에 앞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소속 도연맹과 시군 농민회에선 사전 투쟁활동도 전개했다.
전농 충남도연맹은 300여명이 농협 충남지역본부에 모여 출정식을 개최했다. 이진구 전농 충남도연맹 의장은 “기후재난 때문에 수확할 농산물이 줄어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사과값이 오르면 ‘금사과’라며 수입한다고 하고 양파값이 오르면 양파를 수입한다고 한다. 수입에만 골몰하는 윤석열 대통령 잡으러 서울로 가자”고 결의를 밝혔다. 이어 충남 농민들은 농민무시·무능농정, 쌀값폭락, 농산물수입이라는 종이가 붙은 얼음을 깨는 상징의식을 진행하고 서울로 향했다.
전농 강원도연맹과 경북도연맹은 마포역에서부터 “기후·식량·농업·생명위기 극복! 국가책임농정 실현하라!”는 현수막을 펼친 채 구호를 외치며 마포대교를 건너는 상징의식을 벌였다. 도연맹 회원 70여명은 깃발과 현수막을 든 채 여의도로 향했고, 마포대교 초입에서부터 이들을 막아선 경찰과 긴 시간 대치를 벌이며 힘든 행진을 이어갔다. 농민가를 제창하며 뙤약볕을 거닐던 농민들은 차로 대오를 막은 경찰로 인해 다리 중간에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많은 경찰 인력에 막혀 한 발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게 되면서 농민들은 주저앉아 약식 집회를 개최했다.
경찰 제지가 강화되자 농민들은 양파를 흩뿌리며 투쟁 수위를 높였고 경북도연맹 소속 농민 약 20명까지 집회에 추가로 합류하며 경찰과의 마찰은 더욱 격화됐다. 결국 150명 이상의 경찰이 농민들을 에워 쌓고 농민들은 몸싸움을 벌이며 진로 방해 중인 경찰에 항의하며 맞섰다.
한편, 과도한 진압으로 아예 서울에 진입조차 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전북도연맹과 경북도연맹은 각각 트랙터 1대와 이앙기 4대 등 농기계를 싣고 대회장으로 향하던 중 경부고속도로 양재IC 인근에서 경찰에 의해 서울 시내 진입을 제지당했다. 또 서천시농민회 및 당진시농민회 회원 역시 지역에서부터 경찰에 막혀 제때 대회장에 도착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농민대회 현장에는 여성농민들이 우리 농업이 상을 당했다는 의미로 하얀 소복을 입고 ‘근조 쌀’, ‘근조 한국농업’ 같은 팻말을 들고 있었다. 생산비도 못 건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떨어진 농산물 가격과 무분별한 수입으로 설 자리를 잃어가는 우리 농산물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날 농민대회에서 농민들이 내건 요구는 △국가차원의 기후재난 근본대책 수립 △TRQ(저율할당관세) 남발 중단 및 근시안적 물가정책 중단 △양곡관리법 전면개정 △농민기본법 제정 △필수농자재 지원법 제정 및 농업생산비 보장 △여성농민 법적지위 보장 △주요농산물 공공수급제 실시 △난개발 중단 등이다.
농민들은 농기계를 집회에 가져오는 것도 공권력에 막히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현실에 대한 울분을 쏟아냈다.
이종섭 당진시농민회장은 “겨우 트랙터 1대 몰고 올라오는데 경찰에 의해 집회도 못 가게 봉쇄당했다. 트랙터가 가져오면 안 되는 위험한 물건도 아닌데 이걸 못 가져가게 막고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영이 구례군농민회장은 “매실 품종의 하나인 황매 농사를 짓는데, 한창 수확할 시기지만 매실 수확을 조기에 종료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6월 초 30도를 넘나드는 고온으로 인해 매실이 낙과 피해를 입었다. 다른 매실 농민은 농사를 지어 가족들 생계도 제대로 책임질 수 없는 수준이라 했다. 국민 먹거리를 공급하는 농민을 위해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성토했다.
농민대회에 참석한 농민들은 모두 농사 짓기 어렵다며 관련 지원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충남 예산에서 30여년째 벼농사를 짓고 있는 장경수씨는 20kg짜리 1포대에 7000~8000원 하던 비룟값이 두 배 가량 올라 1만5000원이 돼서 생산비 지원이 절실하다 말했다. 역시 예산에서 쪽파 시설 농사를 짓는 신덕식씨도 고온으로 비닐하우스 기온이 너무 높아져 차광막을 설치해야 하는데 인력과 비용 때문에 고민이라고 전했다.
이날 농민대회에 국회의원도 연대의 뜻을 전했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윤석열정권이 민생 관련 법안에 대해 거부권으로 일관하며 농민을 죽이려 한다”며 “농민생존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양곡관리법 전면개정안,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한 지원법안 등 반드시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농민대회 막바지에 농민들은 트랙터를 대회장으로 들여오려 했으나 이 역시 경찰에 저지당했다. 경찰과 농민들 사이에서 거센 몸싸움이 일어나 이 중 농민 1명이 연행됐고, 1명은 쓰러져 병원 치료를 받았다.
농민들은 국민의힘 당사까지 행진하며 “22대 국회는 TRQ(저율관세할당) 농산물 수입 중단하라”, “양곡관리법 전면개정하라”, “용산앞잡이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탄핵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하원오 농민의길 상임대표는 “농민들이 농사지어 먹고살기 힘드니 오죽하면 트랙터까지 가지고 나왔겠느냐. 7월에 이어 8·9월에도 계속 투쟁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전국에 농민이 없는 곳은 없고 농민을 이기는 정권은 없다. 농민생존권을 지켜내고 윤석열정권을 끌어내리자”고 마무리 발언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