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상호금융 운용내역 공개해야”

상호금융 5570억 손실 계기로
농축협노조, 회계 투명화 요구

  • 입력 2024.04.09 17:24
  • 수정 2024.04.11 10:22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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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협동조합업종본부가 9일 농협중앙회 본관 앞에서 농협상호금융의 대규모 손실 사태를 질책하고 운용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 중이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협동조합업종본부가 9일 농협중앙회 본관 앞에서 농협상호금융의 대규모 손실 사태를 질책하고 운용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 중이다.

농협상호금융의 5570억원 손실 사태에 지역농축협 노조가 가장 먼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협동조합업종본부(본부장 민경신, 협동조합노조)는 9일 농협중앙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규모 손실 사태를 지탄하고 농협 상호금융특별회계 운용 투명화를 요구했다.

농협 상호금융특별회계는 전국 1111개 지역농축협들이 농협중앙회에 맡긴 신용사업 관련 예치금으로 조성돼 있다. 농협중앙회는 이 자금을 운용해 규모를 불리면서 지역농축협의 신용사업을 지원한다.

본지가 앞서 보도한 바, 농협의 이 상호금융특별회계가 2023년 결산기에 557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단지 결산상의 손실뿐 아니라, 매년 5000억원 규모로 이뤄졌던 연말 추가정산(지역농축협에 지급하는 예치금 이자 추가정산)조차 이뤄지지 못해 수많은 지역농축협의 자체 결산에도 비상이 걸렸다. 실질적인 손실액은 1조원을 넘어선다는 얘기다(관련기사: 농협상호금융 ‘5570억원’ 손실 발생).

협동조합노조가 주목한 근본적인 문제점은 회계 운용의 불투명성이다. 지역농축협 노동자들이 그동안 특별회계 운용내역 공개를 지속적으로 요구했음에도 농협중앙회가 영업기밀을 이유로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번 대규모 손실 역시 농협중앙회 스스로 밝힌 게 아니라 내부 정보 누설로 밝혀진 것이다.

심지어 농협상호금융에 돈을 예치한 ‘주체’ 격인 지역농축협 조합장들조차 이번 손실의 정확한 이유를 모른 채 저마다 추측만 제기하고 있다. 대개 자연스런 손실이라 보기보단 어떤 편법·실책의 결과가 아니겠느냐고 의심하는 분위기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농협상호금융 운용 개선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농협상호금융 운용 개선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기자회견 발언에서도 ‘기준금리 3.5%’의 고금리 시대에 자금 운용에서 오히려 적자가 난 걸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민경신 협동조합노조 본부장은 “1988년 이래 국민연금 평균 운용수익률이 5.91%이고 지난해 말 기준 13.59%다. 기금의 반 정도는 운용수익이다. 그런데 농협 특별회계는 운용으로 얼마를 벌었는지, 그걸 적립했는지 어디다 썼는지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2016~2017년 조선업·건설업에 위기가 왔을 때 정부가 관치금융으로 금융권에 압력을 넣어 막대한 손실을 입힌 적이 있다. 농협의 이런 깜깜이 운영이 혹시라도 관치금융과 연결돼 정부에 이용된 게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든다”고 말했다.

연대참석한 하원오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상임대표(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도 “농협 상호금융특별회계는 1111개 조합이 출자한, 오롯이 농민들의 돈이다. 농협중앙회가 마음대로 써도 되는 돈이 아니다”라며 “투명하게 관리하며 손실이 가지 않는 데 투자해야 하는데 민 본부장의 말처럼 어딘가에 휘둘려 적자를 낸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동조했다.

이기철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예수금만 110조원, 총자산 124조원인 어마어마한 돈이다. 만약 민간기업에서 이걸 운용하다 5570억원 손실이 났다면 난리가 났을 것”이라며 “국민연금과 수익률을 직접 비교할 순 없다 쳐도, 국민연금은 적어도 매월 운용현황을 투명하게 보고한다. 그래야 주위에서 코치라도 해줄 수 있지 않겠나”라고 쓴소리했다.

협동조합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오래전부터 특별회계 운용내역 공개를 요구할 때마다 농협중앙회는 이를 거부하고 ‘(이자정산을) 주면 주는 대로 받고, 주지 않으면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일 것’을 강요했다. 그렇게 중앙회에 100조원이 넘는 자산을 맡겨 놓고 중앙회의 처분만 바라보는, ‘NH주식회사’의 하청계열사로 전락한 농축협의 현실을 상기할 때마다 억장이 무너진다”고 개탄했다.

이어 ‘농협의 정체성’, ‘협동조합의 원칙과 정신’을 내세우고 있는 강호동 신임 농협중앙회장을 겨냥해 “우리는 이번 손실 사태가 강호동 회장 체제가 처음으로 맞이한 유력한 기회라고 본다. 이 문제를 어떻게 대하고 해결하는지가 강 회장의 경영철학을 확인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며 △손실 원인과 책임소재 규명 △손실 보전방안 및 회계 운용내역을 포함한 개선방안 수립 등을 요구했다.
 

발언하는 민경신 사무금융노조 협동조합업종본부장.
발언하는 민경신 사무금융노조 협동조합업종본부장.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연대발언하고 있다.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연대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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