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 앞둔 봄 메밀, 눈물로 갈아엎은 제주 농민들

메밀 수발아 등 '이상기후'로 봄 작물 피해 커

기후 재해, 땜질식 보상 말고 근본 대책 필요

  • 입력 2023.07.05 15:33
  • 수정 2023.07.05 18:51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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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메밀 수확기를 맞았지만, 제주 농민들은 수확을 포기한 채 비통한 마음으로 메밀밭을 통째로 갈아엎었다. 올해 지속된 이상기후로 수발아가 진행돼 상품 가치가 없는 데다, 농작물 피해에 대한 제주도(지사 오영훈)와 정부의 뾰족한 대책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제주도 농축산식품국에 따르면, 메밀 수발아 피해 대책으로 농림축산식품부에 재해 인정을 요구했으며, 4일 농식품부는 제주도에 재난 신고 접수 진행을 통보해 왔다. 도내 읍동에서 7월 10일까지 피해 신고 접수를 진행한다. 아울러 현재 제주도에선 가을 메밀만 농작물 재해 보험에 적용되므로, 봄 메밀 가입도 가능하도록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며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의장 김윤천, 전농 제주도연맹)이 5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5-104번지 메밀밭에 트랙터 7대를 결집해 밭 전체를 갈아엎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이 5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5-104번지 메밀밭을 갈아엎기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제공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이 5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5-104번지 메밀밭을 갈아엎기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제공 

앞서 전농 제주도연맹은 지난달 28일 성명을 내고, 봄철 이상기후로 인한 각종 작물의 생육 저하와 메밀 수발아로 수확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전하며, 제주도에 조속한 실태조사와 대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특히 전농 제주도연맹은 이상기후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장기 대책이 필요한 사안이고, 제주 농정이 다품종 소량 생산을 추구하는 만큼 △농작물재해보상법 제정과 △농작물재해보험 적용 품목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메밀밭 갈아엎기에 나선 농민들은 성명을 내고, “모든 어려움은 예측할 수 있고 어떤 방법으로든 헤쳐 나갈 수 있으나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는 농민들이 손쓸 방법이 없다”면서 “오늘 메밀 갈아엎기 투쟁은 우리 농민들이 자식같이 키운 농작물을 눈물로 갈아엎는 것이며 우리 농민들의 생존을 위한 투쟁의 시작을 의미한다. 제주도정과 정부는 이 투쟁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농민들은 “몇 년 전까진 태풍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으나, 작년에는 겨울 한파로 월동채소들을 전부 갈아엎었다. 하지만 그때도 모든 피해는 우리 농민 몫이었고, 제주도정과 정부는 우리 농민을 살리려는 노력은 거의 안 했다”라며 “몇 달도 안 돼 기후이상으로 농작물 피해가 다시 몰려왔다. 농민들은 조금이라도 더 버티려 봄 작물을 심고 수확을 기다렸지만 돌아온 것은 오히려 더 무거운 짐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 지속된 저온과 잦은 비로 인한 제주 봄작물 피해는 메밀뿐이 아니다. 농민들은 이날 메밀밭 갈아엎기에 앞서 제주 주요 봄 작물인 초당옥수수를 이미 갈아엎었고, 단호박도 생육이 늦어져 온전한 수확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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