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냉해에 친환경 배 농사도 ‘위기’

농작물재해보험에 친환경농가 대상 보상기준 마련, 생산안정기금 조성 등의 대책 절실

  • 입력 2023.05.21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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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기후위기 속에서 각지의 과수농가들이 냉해를 입은 가운데, 친환경 과수농가들의 냉해 피해도 심각한 상황이다. 배 재배농가들만 봐도, 이상저온 현상이 초래한 배 생육 불량으로 평년보다 수확량이 극히 저하되리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경기도 파주시 민통선 내에서 친환경 배를 재배하는 김상기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장은 올해 냉해로 인해 배나무 900수 중 약 13%인 120주를 제외한 나머지 87%(780주)가 피해를 입었다고 진단한다.

올해는 열매가 맺혀 눈에 보이는 게 평년 대비 20% 수준밖에 안 되며, 그나마 20% 중 과연 몇 %나 ‘정상과’로 자라날지는 미지수라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크건 작건 냉해를 입은 배가 최대 90%에 달하리라고 예측했다.

김 회장은 “평년이라면 지금(5월 중순)은 배나무에 열매가 가득 맺혀 적과, 즉 나무를 보호하고 좋은 과실을 얻기 위한 과실 솎아내기 작업으로 바빴을 시점이다. 그러나 열매가 열리지 않으니 일 자체가 없어져 버렸다. 지금 배밭에는 손도 못 대고 있다”고 토로한 뒤 “냉해는 궁극적으론 학교급식 영역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파주만 봐도 평년 대비 50~60% 정도 친환경 배 생산량이 줄어들 듯하다”고 진단했다.

냉해로 인한 친환경 배 수확량 격감 문제는 파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친환경 배농사를 짓는 김상권씨는 “예년 같으면 적과 작업에 약 60명의 인력이 함께해야 했는데, 올해는 20명만으로 적과 작업을 진행했다. 달리 말해 수확할 수 있는 물량이 평년 대비 3분의 1로 줄었다는 뜻”이라며 “그나마 여긴 양호한 편이다. 남부지방의 어느 친환경 배 재배농민은 본인 혼자서 5,000평 농지의 적과 작업을 마쳤다고 한다. 그만큼 생육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물론 생육이 잘 될 시 적과 작업 인력을 구하는 일도 어렵지만, 부족하나마 인력을 구하면 최소한의 ‘정상과 수확’이라도 가능하다. 그러나 냉해로 인해 적과 작업도 못하게 된다는 건 아예 건질 작물이 없다는 뜻이라는 게 김상권씨의 설명이다.

한편 친환경농가의 농작물 재해에 대한 합당한 보상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금 제기된다. 김상권씨는 “농촌진흥청 유기농업과와 농협 등에 기회가 될 때마다 친환경 과수농가의 농작물재해에 대해선 별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나, 항상 ‘검토하겠다’ 정도의 답변만 돌아오고 근본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며 “친환경 배농가는 일반농가와 달리 지베렐린 등의 생장조절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일반 배 대비 수확량은 약 20~30% 적다. 그로 인한 배 가격 차이, 재배과정의 차이 등을 고려해 재해보상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상기 회장은 “현행 농작물재해보험 제도상으론 친환경농산물에 대해서도 가락시장 일반농산물의 3년 평균 시세를 기준 삼아 보상액을 책정하는 상황”이라며 “학교급식에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하는 계약재배 농가들은 그동안 공급해 온 농산물의 가격 데이터가 남아있다. 경기도의 경우도 경기도농수산진흥원에 그 데이터가 남아있는 만큼, 이를 기반으로 친환경농가에 대한 합당한 보상액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또한 “생산안정기금을 국가·지자체 차원에서 마련해 농민이 재해를 겪어도 최소한 영농의지는 꺾이지 않게 담보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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