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취약계층’은 우리 모두다

  • 입력 2023.06.25 18:00
  • 수정 2023.06.25 19:03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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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강선일 기자
강선일 기자

취약계층. 누군가의 발언을 인용하거나 특정 자료의 본문 내용을 인용해야 할 상황이 아닌 한, 언젠가부터 기사 작성 시 일부러는 절대로 쓰지 않는 단어다. 이 단어를 오·남용할 시 저지르게 될 몇 가지 문제 때문이다.

첫째, 취약계층이라는 단어 자체가 품고 있는 그 엄청난 ‘대상화’ 위험성 때문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취약계층으로 호명되는 대표적 집단은 빈민, 그리고 장애인이다.

그들을 취약계층이라 표현하며 마냥 ‘도와야 할 사람’으로 여기는 순간,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새 마음속에서 그들과 우리 간에 선을 그어 버리게 된다. 따라서 ‘취약계층’으로 불리우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해결도 멀어진다.

장애인과 빈민, 농민, 그리고 도시에 사는 나. 이들이 서로를 ‘취약계층’이라 여기며 마음속에 선을 긋는 순간, 우리 모두는 사회의 근본문제 해결을 위한 ‘구조 건드리기’는 꿈도 못 꾸게 된다. 장애인을 취약계층으로 호명하는 정치인 중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이동권 투쟁은 “불편하다”는 정치인도 있다는 걸 우리 모두 확인하고 있지 않나.

둘째, 특정 집단만을 취약계층으로 호명하는 건 사실관계에도 안 맞다. 위에서 언급한 구조 문제와 연결지어 보면, 우리 모두 취약계층이다. 이동권만 봐도 그렇다. 농촌과 도시를 불문하고, 장애인 이동권이 취약한 곳에선 노인의 이동권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 달리 말해 언젠가는 노인이 될 수밖에 없는 우리 모두의 이동권도 취약해지는 셈이다.

기후위기 심화로 인한 생존권 위협문제도 농민과 장애인, 여성, 도시빈민 모두가 겪는 문제다. 이상기후로 한 해 농사를 망치고도 재해보상 하나 제대로 못 받고 생산비 폭등, 농산물 가격 폭락에 신음하는 농민 모두가 취약계층이며, 그로 인해 건강한 국산 먹거리를 누리지 못할 위기에 처한 도시민 모두가 취약계층이다. 취약계층이 감히 누구를 취약계층이라고 쉽게 규정지을 수 있단 말인가.

지난해 9.24 기후정의행진과 올해 4.14 기후정의파업에서 농민·장애인·여성·빈민 등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쳤을 때 얼마나 위력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확인하지 않았나. 취약계층은 우리 모두다. 취약계층끼리 대상화하지 말자. 선 긋지 말자. 힘을 합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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