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인사들, 과연 국가 존립 위협했나? “국민참여재판으로 가야”

검찰자료 1만쪽 이상, 재판 준비는 열흘 남짓 … 제주지법 연기 요청 ‘묵살’

“북한이 반국가단체라는 건 법률 아닌 정치적 판단, 다양한 사회적 판단 필요”

  • 입력 2023.04.28 09:10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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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국가보안법(국보법) 위반 혐의로 지난 5일 기소된 고창건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과 진보당 제주도당 전·현직 위원장에 대한 공정 재판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아울러 변호인단은 이번 재판의 쟁점인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할 수 있나’에 대해 각계의 다양한 판단이 중요한 만큼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안탄압저지 및 민주수호제주대책위원회와 소위 ‘제주 간첩단’ 조작 사건 변호인단이 지난 24일 1차 재판이 열린 제주시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참여재판 수용 △헌법상 방어권 보장 △간첩 조작 중단 및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 철저 이관 △국보법 위반 혐의 수감자 모두 석방을 촉구했다.

세 사람은 지난 5일 기소됐으나 첫 재판이 약 열흘 남은 지난 12일에서야 공소장을 전달받았다. 변호인단은 재판 준비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재판 연기를 신청했으나 재판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 제주지방법원 형사2부)는 불허했고, 국민참여재판 진행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사건 담당 고부건 변호사는 “검찰 기록이 1만쪽이 넘는데도 우리에게 재판 지연 운운하며 빨리하라 한다”면서 “재판 지연은 오히려 검찰이 하고 있다. 6년간 수사하고 50일간 구속 수사를 했으면 자료를 압축해서 내야 피고인도 방어하고 재판부도 제대로 읽을 수 있다. 1만쪽을 제출해 ‘뭐하나 얻어걸려라’ 하는 식으로 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번 사건의 쟁점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할 수 있는가인데, 이는 법적 규정이 아닌 정치적 해석이자 사회적으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만큼 국민 배심원들의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 변호인단의 입장이다.

공안탄압저지 및 민주수호제주대책위원회와 소위 ‘제주 간첩단’ 조작 사건 변호인단의 기자회견 모습. 공안탄압저지 및 민주수호제주대책위원회 제공
공안탄압저지 및 민주수호제주대책위원회와 소위 ‘제주 간첩단’ 조작 사건 변호인단의 기자회견 모습. 공안탄압저지 및 민주수호제주대책위원회 제공

이날 재판에서는 국민참여재판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변호인과 이를 반대하는 검찰 측의 논리가 맞섰다.

고부건 변호사는 검찰이 ‘법적 쟁점이 많아 배심원들이 이해하기 아주 어려운 사건이다’, ‘배심원들이 직장에 나가야 하니 재판하러 모이기 어렵다’, ‘국정원 수사관의 신분이 노출된다’ 등의 이유로 국민참여재판을 반대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고 변호사는 “이 사건은 단체 활동가들이 실제로 북한 사람을 만났는지 여부, 이들의 활동이 북한의 지령에 따른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라 대단한 법적 지식은 필요 없다”면서 “배심원들이 직장에 나가서 어렵다는 것도 전혀 앞뒤 안 맞는 주장이다. 신분 노출이 우려된다던 국정원 수사관은 이날 재판 방청까지 참여했다”고 반박 내용을 밝혔다.

국민참여재판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국보법이 문제 삼는 회합, 통신, 동조행위 등은 분명히 국가 존립과 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해치는 것이어야 한다”면서 “직업 법관들은 특정 행동만으로 무조건 자유민주적 질서와 국가 존립을 위협한다고 판단하곤 하지만 대한민국이 행동만으로 무너질 만큼 허술하진 않다”고 일갈했다.

이어 고 변호사는 “피고인들이 설령 그런 행동을 했어도 그것이 대한민국의 안전을 해치는지는 건전하고 평균적인 국민의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면서 “직업 법관이 특정 행동에 대해 대한민국의 존립 안전을 해친다고 하면 국민은 그런 줄 알아야 하나, 그건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보법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지 않는다. 이를 규정하는 것은 법이 아니라 대법원 판례다. 고 변호사는 “어떤 행동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나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을 위태롭게 하냐는 정치적 판단의 영역이다. 몇몇 사법 엘리트가 판단해 국민에게 강요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5일 제주 수사당국이 발표한 중간 수사 결과를 보면, 이들은 ‘특수잠입·탈출, 회합·통신, 이적단체구성, 간첩, 편의제공’ 등 국보법 위반죄로 각각 기소됐다. 특히 이적단체를 구성, 진보당·농민단체 등에서 반정부·반미 활동, 정세 보고, 국가기밀을 전달한 혐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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