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 순환의 가치] 가축분뇨 처리, 퇴액비화 넘어 에너지화로

화학비료 사용·농지 감소에 퇴·액비 통한 순환 이중고 여전
‘에너지분야 확대지원’ 개선된 공동자원화 사업 올해부터 시작

  • 입력 2022.01.01 00:00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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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송영수 원천마을 이장은 “상생 의지를 가진 축산인이 들어온 이후 마을 발전 계획 수립에 속도가 붙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원천마을에서 만난 송영수 이장(왼쪽)과 이도헌 성우농장 대표.

 

지난 2019년을 기준으로 전체 가축분뇨를 퇴·액비자원화 하는 비중은 약 89%였다. 그러나 우리 농업은 현재 퇴·액비화를 지속·활성화하는데 있어 여러 현실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퇴·액비를 뿌릴 농토가 이미 양분과다 상태인 데다가 농토 자체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양분수지 지표에 따르면 질소수지는 212kg/ha, 인수지는 46kg/ha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하위권의 성적을 낼 정도로 과다 함유돼 있다. 질소·인의 함유량이 특히 높은 퇴·액비 살포를 무턱대고 장려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물론 퇴·액비를 생산하는 현장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긴 하다. 퇴비 자원화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함양산청축협의 박종호 조합장은 지난 8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주최한 현장토론회에서 “정부는 양분초과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현장에서 보기에는 축분 퇴비가 한 줌도 들어가지 않는 농토가 과반은 넘는다”라며 화학비료 사용량 절감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설파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화학비료 총사용량은 2018년 기준 44만6,000톤으로, 20년 전(84만2,000톤)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여전히 OECD 1위 수준이다. 때문에 화학비료 대신 퇴·액비의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농민들이 비용 측면에서 불리한 퇴·액비를 통해서도 농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지원에 대한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해결이 난망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점점 심화하고 있는 경종농업·축산업 간 규모의 불균형이 바로 그것이다. 가축분뇨 발생량은 늘어나는데, 뿌릴 수요처인 농지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는 뜻이다.

식생활의 변화로 인한 수요감소, 각종 개발로 인한 농지전용, 연쇄적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인한 경쟁력 상실 등으로 농업 생산량 및 농지는 꾸준히 감소했지만, 축산물 생산량은 증가세가 멎지 않고 있다. 1인당 한 해 쌀 소비량은 최근 60kg 선이 깨진 반면 축산물 소비량은 1999년 30.6kg, 2018년 53.9kg를 넘어 2029년에는 60kg에 달할 전망(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추정)이다.

그 결과 지난 2010년 4,563만톤이 발생한 가축분뇨는 10년 사이 11% 이상 증가해 지난 2020년에는 5,194만톤을 기록했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가축분뇨를 재활용할 새로운 길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의 농업선진국들은 가축분뇨의 에너지화를 통한 순환 분야에서 이미 한발 앞서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대한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정부는 점차 지원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9월 농식품부는 축산분야 온실가스 증가를 막고, 퇴·액비화의 부작용인 토양 양분 과잉에 대한 부담을 덜고자 2022년에는 가축분뇨 에너지화 관련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사업 확대에 있어 관건은 주민수용성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07년부터 현재까지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 34개소가 주민 반대로 사업을 포기했다. 비슷하게 주민수용성으로 인한 문제를 겪는 태양광·풍력 발전과 비교했을 때, 주민 입장에서 체감하는 정도가 더 큰 악취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등 피해의 본질이 달라 해결이 쉽지 않다.

때문에 정부도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 가지 장치를 덧댔다. 올해부터는 사업자가 단순 퇴·액비화 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화를 포함한 다양한 처리방식을 고려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이점 또한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엔 퇴·액비화 및 바이오가스화 처리만 사업대상이었지만 이제는 정화처리시설 뿐만 아니라 가축분뇨를 활용한 바이오플라스틱·바이오차 생산, 고체연료·펠릿퇴비 생산 시설에도 지원한다. 바이오차·고체연료 등의 생산은 퇴·액비의 발생양을 직접적으로 줄인다는 점에서 특히 각광받는 분야다.

또 사업자가 민원해소에 좀 더 많은 공과 시간을 들일 수 있도록 사업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두 해에 걸쳐 절반씩 지급하던 사업지원금도 첫해엔 10%만 지급하도록 했다. 한편 시설의 처리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폐열을 지역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온수공급시설 설치도 허용했다.

법인이나 기관·축협 등이 아닌 개별 농가는 그간 이 사업에 접근할 수 없었지만, 올해부터는 일 50톤 이상(가축분뇨 비율 70% 이상)을 처리할 수 있는 사육 규모를 갖춘 경우 지원자격이 부여되는 점도 눈에 띄는 점이다. 축산농가 스스로 지역과 상생에 나설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사업여건은 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축산업계 스스로 내보여야 할 진심과 의지다. 가장 성공적인 상생모형으로 평가받는 충남 홍성군 결성면 원천마을·성우농장(대표 이도헌)의 사례는. 농촌과 환경에 대한 피해를 스스로 인정하고 부채의식과 함께 먼저 손을 내미는 실천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준다.

지난 2020년 ‘친생태 에너지전환 주민선언서’를 채택하고, 성우농장 내 바이오가스발전소인 ‘원천에너지전환센터’를 준공하기까지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농장과 마을이 수없이 소통해 합의점과 청사진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한국농정>에만 해도 그 기록이 빼곡하게 남아있다. 원천마을은 지난 2016년 마을에 바이오가스발전소를 만들자는 이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여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사업 지원에 적극 협조했을 뿐만 아니라 폐열과 생산전력·부산물을 생활과 농업에 활용할 장기발전계획까지 함께 세웠는데, 마을에 일이 생길 때마다 농장이 물심양면으로 나서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한 일이었음에는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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