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우리나라 총인구가 5,173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9만1,000명(0.2%) 줄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949년 센서스 집계가 시작된 이래 72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229개 시·군·구 가운데 170곳의 인구가 줄어 지역소멸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러한 와중에도 수도권 인구 비율은 2019년에 처음으로 50% 선을 넘어선 뒤 계속 올라가는 추세고 2021년에도 우리나라 총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살고 있다고 한다.농촌에서 살며 지역소멸의 문제에 대해서 심각
얇게 벗긴 양파 껍질에도 양면이 있는 것처럼 앞면이 있는 모든 것에는 뒷면이 있다. 풍요와 결실의 계절이라 불리는 이 가을 또한 극명하게 다른 두 얼굴을 지녔다. 지독한 봄가뭄과 여름의 긴 장마, 사나웠던 태풍까지 훌륭하게 견뎌낸 가을 들녘은 예전과 다름없이 황금빛 풍요의 물결이 넘실거린다. 또한 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우리 지역에도 송이축제(봉화)·탈춤축제(안동)·인삼엑스포(영주) 등 지자체를 대표하는 각종 축제가 줄을 이었다. 하지만 이는 가을의 한쪽 얼굴일 뿐이다. 축제장의 활력과 열기와 흥청거림 뒤로 몇 걸음
1. 강 건너 동네 형에게 채소박스를 얻으러 갔다. 봄에 동네 초상집에서 본 게 마지막이었던 양반이다.“야 요왕아. 너 올해 농사가 어땠냐?”“아~ 형. 말도 마요. 작년 대비 반타작 밖에 안돼요. 양파가 정확하게 작년 반타작이고 멜론도 그렇고….”“양파는 왜?”“봄에 가물었잖아요. 그 전에 작년 가을에 덥고 비가 많이 와서 양파모종 농사부터 반타작이었지 뭐. 오이도 맨날 비가 오니까 일조가 나빠서 영 시원찮고…. 남은 게 가을 무농산데 어찌 될지 모르겠어요. 형은 어때요?”“야야 말도 마라. 내 농사 수십년 동안 쌈모듬 끊겨본 적
지난달 23일부터 25일까지 곡성군 마을 이곳저곳에서는 ‘지구별을 지키는 마을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섬진강 마을영화제가 열렸다.봄부터 시작하여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태풍이 우리 들녘을 헤집고 갈 때까지 우리는 섬진강 마을영화제를 위한 준비를 해왔다. 마을교육자치와 주민자치를 키워내고 있는 ‘함께마을교육사회적협동조합’과 곡성군 교육 문화운동을 끌어오고 있는 ‘곡성교육희망연대’, 밥카페를 운영하는 ‘농업회사법인 미실란’, 김탁환 작가님이 운영하는 ‘생태책방 들녘의 마음’이 연대하여 실무진을 이루고 기지재단과 미래교육재단, 곡성군이 협력
수확의 계절이 다가온다. 타 지방에서는 나락이 익어가고 풍년을 맞이할 거라 하지만 쌀값하락 때문에 농민들의 삶은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제주도의 8~9월은 수확을 준비하는 계절이 아니라 파종의 계절이다. 월동채소들을 이때 파종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모든 농민들의 마음이 바빠지는 시기이다.새벽 어스름이 걷힐 때면 도로에 달리는 차들 중 거의 대부분이 밭으로 가는 차량들이다. 그리고 파종한 골을 따라 며칠이 안되어 새싹이 조금씩 올라오고 그 모습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어찌 보면 제주 농민들에게는 일년 중 가장 바쁜 때가 지금이고 자
명절이라고 오일장에서 옷 한 벌 맞춰 입어본 적은 없지만, 어릴 적 한가위를 맞이하는 마음만큼은 늘 풍요로웠다. 추석을 앞두고는 어른들 못지않게 아이들도 분주했다. 집집마다 부엌 한쪽에 작은 항아리를 마련하고선 어둠이 한참 남은 새벽을 이산 저산으로 휘젓고 다녔다. 상수리나무 군락이 있던 수박바위 주변 산과 밤나무가 많았던 동네 뒷산 무시밭골엔 조그마한 미등을 든 아이들로 산은 이미 잠을 깨고 있었다. 간혹 어른들도 나왔는데 사슴벌레가 숨어 사는 아름드리 상수리나무를 큰 돌로 한 번씩 쿵쿵 울려대면 상수리가 우수수 쏟아지곤 했다.
요즘 전국의 농촌마을 여기저기 여성농업인 영농여건 개선교육이 한창이다. 이 교육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주최하고 각 지역의 여성농민회나 여성농업인센터가 주관하고 있다. 연수를 받은 여성농민들이 직접 마을의 여성농민들을 찾아가서 여성농민들의 힘을 모아 만든 정책을 소개하고 설명하고, 그 외 지자체와 농협의 여성농민 관련 정책을 소개한다. 그리고 누구나 쉽고 즐겁게 할 수 있는 가벼운 운동을 같이 해보고, 여성농민을 위한 소농기계, 소농기구들을 직접 보여주며 시연을 해보기도 한다.그동안의 영농교육은 작물의 생육이나 병충해 방지,
세계 최초의 협동조합은 영국에서 1844년 설립된 로치데일 협동조합이다. 영국 맨체스터 북부의 로치데일에서 설립된 로치데일 협동조합은 28명의 방직 노동자가 결성을 하였는데 정확한 물량과 공정한 품질, 정직한 판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성장하였으며, 이후 전 세계 협동조합의 롤모델로서 현재까지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로치데일의 운영원칙은 자유로운 가입과 탈퇴, 1인 1표 의결권, 이용실적에 따른 이윤배당, 자본에 대한 이자제한, 정치와 종교의 중립, 시가(市價)에 따른 현금거래, 교육의 추진 등으로 현대 협동조합의 핵심 원칙을
지난 겨울부터 봄까지 이어진 긴 가뭄 끝에 경험해보지 못한 불볕더위를 견디며 길게만 느껴지는 여름을 나면서 생각이 많아지고 걱정도 늘어간다. 기후위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정작 우리 사회는 근본적인 변화에 대해 진지한 것일까?지난 8월 8일, 2년 전 혹독한 수해를 겪었던 구례에서 수해 2주년 행사가 있었다. 2년 전 구례는 기록적인 긴 장마와 폭우에도 사전방류 없이 섬진강댐의 물을 채우고 있다가 이미 하천이 범람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량방류하여 두고두고 잊지 못할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구례의 축산마을이라고 할 정도로 소를 많
지난 6월 22일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자 유최안씨는 가로 세로 1미터, 반 평도 되지 않는 철제 구조물에 자신의 몸을 구겨 넣고 농성을 시작했다. 눕지도 일어서지도 못한 채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는 팻말을 들고 31일을 버텼다. 용접 22년차 숙련공인 그의 2022년 1월 급여명세서를 보면, 보는 사람의 눈을 의심하게 만든다. 1월 한 달 동안 그가 228시간 일해서 받은 실수령액은 207만원이었다. 시급으로 계산하면 1만350원, 2022년 최저임금 9,160원을 간신히 넘긴 금액이다. 게다가 ‘노동유연화’라는 미
“형. 형은 거름으로 뭘 써요?”“유박을 쓰지.”“축분은 안써요? 유기물 생각하면 축분이 더 낫잖아.”“아이고 그걸 뭘로 펴. 유박은 트랙터에 다는 살포기로 하면 편하잖아. 유기물이야 계속 호밀 심어서 갈아 넣으면 그걸로 될 거고.”“그래요. 형네 동네 머시기가 그걸 모르고 축분을 살포기로 뿌리려다가 죽을 고생 했다면서요?”“그렇지. 축분은 기계가 막혀서 살포기로 안되지. 요왕씨는 뭘 쓰는데?”“나는 축분 써요. 요즘은 축분도 목록공시 되는 것들이 나오잖아요. 그리고 나야 한 작기에 삼백평 정도씩이니까 경운기나 화물차에 부려서 삽으
주민자치회 활동을 하고 사회적농업 활동을 하면서 불편해지는 마음을 마주하곤 한다.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그어지는 우리 사이의 선이 바로 그것이다.활동을 하면서 마을 사람들을 만나는 우린 선한 얼굴을 한 강자이고, 대상이 되고 있는 주민들은 사회적 약자가 되어 차별받는 존재로 규정되는 상황이 왕왕 있다.우리사회 약자인 농촌에서 고령자나 장애인은 시혜의 대상임이 지극히 당연한 사실로 정해졌고, 슬픈 현실은 이들을 대하는 행정뿐 아니라 당사자들마저도 본인이 얼마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인지를 증명해 보이려는 데 열심일 때가 많다는 거다.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