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기후위기와 반복되는 수해, 대책은 어디에!

  • 입력 2022.08.21 18:00
  • 기자명 정영이(전남 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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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이(전남 구례)
정영이(전남 구례)

지난 겨울부터 봄까지 이어진 긴 가뭄 끝에 경험해보지 못한 불볕더위를 견디며 길게만 느껴지는 여름을 나면서 생각이 많아지고 걱정도 늘어간다. 기후위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정작 우리 사회는 근본적인 변화에 대해 진지한 것일까?

지난 8월 8일, 2년 전 혹독한 수해를 겪었던 구례에서 수해 2주년 행사가 있었다. 2년 전 구례는 기록적인 긴 장마와 폭우에도 사전방류 없이 섬진강댐의 물을 채우고 있다가 이미 하천이 범람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량방류하여 두고두고 잊지 못할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구례의 축산마을이라고 할 정도로 소를 많이 키우던 양정마을은 아비규환이었었다. 2년여의 긴 시간 동안 정부의 물관리 정책의 잘못을 규명하고 배상을 받아내기 위한 지리한 투쟁들이 이어졌고 몇 가지 과제는 남았지만 피해주민들은 정부로부터 배상을 받아냈다. 유례없는 투쟁의 승리와 배상이라는 결과의 배경에는 양정마을 주민들의 단결된 힘과 마을이장을 비롯한 주민들의 지도력이 전국의 댐 대량방류 지역의 투쟁을 견인해 왔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수해의 상징과도 같은 양정마을은 구례읍내를 가로지르는 큰 길가에 있는 마을인데 진입로 입구에 수해 때 쓰러진 마을 표지석이 있었다. 군청과 읍사무소, 주변 사람들이 여러 차례 표지석을 세우라는 요구를 해왔지만 완전한 복구와 배상문제 등이 해결되면 세우겠다며 오늘에 이르렀고 수해 후 2년이 되는 날에 맞춰 주변을 정비하고 제자리에 다시 세웠다. 다시는 물난리로 인한 수해가 재발되지 않기를 바라고 사람을 위해 대신 죽어간 소들과 뭇 생명의 영혼을 위로하는 위령행사도 이어졌다. 그동안의 투쟁과 과정에 함께해온 사람들에게 양정마을 명예주민증이 전달되었고 나 또한 양정마을 주민이 되었다. 수해 2주년 행사는 양정마을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며 행사 후 점심식사도 마을에서 정성껏 준비했다. 돼지를 삶고 물가인상의 주범이 된 귀한 배추로 새김치도 담고 한더위에 지글지글 전도 부치셨다. 무엇보다 한여름에 가장 맛있다는 작은 산더미만큼이나 되는 고구마대를 일일이 까고 데쳐서 무쳐낸 고구마대 나물 맛은 최고였다.

양정마을에서 든든한 점심 한 끼로 훈훈한 2주년 행사를 마치고 읍내 문화예술회관에서는 2020 섬진강 수해 후 2년, 그날과 지나온 시간을 기억하며 ‘수해의 아픔을 함께 극복한 구례사람들!’ 사진전 & 그림전 기념식이 열렸다. 8월 26일까지 전시회를 열기로 했다. 그림전의 주인공은 서울에서 약국을 운영하며 그림을 그려오신 분이다. 수해 후 구례 소식을 접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이런저런 도움을 주시다가 구례사람들이 공동체의 힘으로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화폭에 담으셨고 대책본부와 상의 끝에 구례에서 전시회를 갖게 되었다. 덕분에 구례라는 곳을 가족들과 처음 와보게 되었고 주변의 지인들도 전시회를 기회로 두루 다녀가실 것이라고 하였다.

지리했던 수해배상을 위한 투쟁은 마무리되어간다. 다만 댐 하류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댐 대량방류 금지법 제정과 하천·홍수관리지역 피해배상 배제, 섬진강 수해 기념관을 건립하여 지역의 생태와 안전을 확보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문제 등은 과제로 남겨 두었다. 2주년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 주민의견 수렴없이 역사와 문화를 담은 섬진강의 문척교를 철거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또 다시 투쟁이 시작되었지만 의미있는 2주년 행사였다.

여러 날을 준비하고 고단한 몸으로 돌아온 그날 밤. 서울을 비롯한 윗 지방에 물난리가 나 인명피해는 물론이고 반지하에 사는 가족들이 참사를 당한 소식이 언론에 도배되고 있었다. 2년 전 여러 지역이 수해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고 정부 또한 호된 경험을 했음에도 기후변화에 대응한 사전대책을 이렇게 소홀히 할 수 있다는 말인가? 타산지석이나 기후변화 때문이 아니더라도 100년 빈도의 계획과 설계를 한다는데 참으로 절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재난은 서민과 약자에게 더 혹독하다고 한다. 구례가 수해를 당하고 전국 각지에 수없이 많은 사람의 지원과 응원, 위로로 큰 힘을 받았던 것처럼 구례 군민들도 수해 피해지역으로 달려갈 준비를 한다. 최근의 수해로 유명을 달리한 분들과 피해를 당한 분들에게 진심으로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하며 설마설마 하지 말고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대비를 지금 당장 실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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