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로부터 적폐라고 지탄을 받는 관료주의가 모처럼 마련된 농정 협치의 기회를 무너뜨리고 있다.협치를 강조하는 새 정부의 기조에 맞춰 농림축산식품부도 작년 하반기부터 농정개혁위원회를 구성했다. 정부 관료와 농민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새 정부의 농정개혁 기조와 현장의 요구 사이에 접점을 찾아서 기존 농정의 문제점을 고치고 새로운 정책과 제도를 도입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마련된 협치와 개혁의 마당이었다.농민들은 짧은 기간 내에 획기적인 변화나 커다란 성과를 거둘 것이라 기대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농정에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 정도는 생길 것이라는 기대는 갖고 있었다.하지만 지난 6개월 동안의 농정개혁위원회 활동 결과는 농민에게 실망을 넘어 분노를 유발시키고 있다. 농정개혁위원회에 참여했던 농
정부가 새롭게 마련한 2018~2022년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그동안 농촌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됐던 새로운 과제들이 일부 추가되기는 했지만 가장 관심이 모아졌던 ‘농정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만약 이대로 간다면 문재인정부의 농정기조 역시 역대 정부의 그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다.지금까지 역대 정부의 농정기조는 결과적으로 농민의 양극화를 확대하고, 농가의 지속가능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나타났다. 농민의 양극화 및 빈곤화, 농업·농촌의 지속불가능 등은 지금까지의 농정기조가 초래한 구조적인 문제이며, 농정기조의 전환이 없다면 앞으로도 끊임없이 재생산되어질 악순환의 고리로 묶여 있다.끊임없이 이어지는 개방 확대와 규모화를 강요하
여전히 국민들은 농업·농촌에 대해 우호적인 눈길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매년 실시하는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이 농업·농촌의 중요성과 가치를 높이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농민들이 일반 국민들보다 농업·농촌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크다는 것으로 조사됐다.국가경제에서 농업의 중요성에 대해 농민들은 42%가, 도시민들은 60%가 공감하고 있으나 다른 산업 또는 직업과 비교한 농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대해 농민과 도시민 모두 부정적이라는 답이 많았다. 그런데 농민은 68.2%가, 도시민은 37.3%가 부정적으로 답변했다.이러한 차이는 농민들의 처지가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농촌 현실이 어렵거니와 농민으로써 자긍심조차도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대가 오히려 국토의 난개발을 초래하거나 환경을 훼손하고 경관을 파괴하는 역설적인 사례는 그동안 전국 곳곳에서 꾸준히 발생했다.그 이유는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과 기업이 재생에너지 개발을 이윤추구의 수단으로 전락시켰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생에너지의 양적 확대에만 몰두하여 민간자본을 무분별하게 끌어들인 정부의 단편적인 정책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는 개발허가를 얻기만 하면 높은 수익률을 보장받기 때문에 독점운영권을 노리는 개발사업자, 고수익을 노린 투자자 그리고 시설 및 장비설치 업체 등은 허가권을 얻기 위해 전국 곳곳을 들쑤시고 다녔다. 재생에너지 개발이 진행되는 지역에서는 환경과 경관을 파괴하는 난개발은 물론 지역사회 구성원 사이
문재인정부의 첫 예산이라 할 2018년 예산안 중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은 14조4,996억원으로 지난해 12월 6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는 2017년 대비 0.08%인 109억원이 증가한 액수이다. 허나 실상은 변동직불금이 과도하게 많이 책정돼 사실상 축소 편성됐다. 2017년산 쌀값이 호조를 보이면서 변동직불금 지급액이 전년도보다 축소 될 것이 자명했다. 아울러 김영록 장관은 취임 이후 쌀값회복을 농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수확기 쌀값 15만원을 자신 있게 공언해 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농업예산에는 변동직불금 예산을 허용보조금(AMS) 총액인 1조4,900억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실질적으로 9,000억원 이상 불용될 예산이었다.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 4,100억원이 감축돼
정부가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한 노력을 사실상 포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일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한 정책방안 모색’ 토론회에 참석한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2022년 기준 32%로 설정되어 있던 당초 식량자급률 목표를 24.2%로 대폭 하향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2016년 기준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이 23.8% 임을 고려할 때 정부는 앞으로 식량자급률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대신 현상유지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네덜란드, 덴마크, 포르투갈 등과 함께 식량자급률 수준이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 이 나라들은 ‘유럽연합’이라는 집단
지난해 3월경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식품안전에 관한 포괄적인 대책을 마련해 각 선거캠프에 전달했다. 그리고 지난해 말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식품안전 종합대책을 보면 식약처의 입장이 주요 골자를 이루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조금씩이나마 진전돼 왔던 먹거리 안전 문제를 과거로 후퇴시키는 퇴행적인 정책이다.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모든 단계의 안전관리 업무를 식약처로 일원화하겠다는 것이다. 유전자조작농식품, 수입농산물의 잔류농약 및 중금속 허용기준, 방사능 오염기준 문제 등 그동안 먹거리 안전문제에 있어서 식약처가 자본과 기업의 입장을 대변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부처로 식품안전 업무를 일원화하는 것은 고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대한 현장 농민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험악하다. 농정에서의 뚜렷한 변화를 기대했던 농민들이 대통령에게 실망한 기색이 역력할 뿐만 아니라 상당히 거친 표현도 즉자적으로 튀어 나오기도 한다.예전 이명박-박근혜정부 당시 농민은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별반 관심이 없었다. 뭔가 기대를 걸어볼만한 구석이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소외받은 농민들은 등외국민이니 이등국민이니 하는 자괴감을 가슴에 안고 혼자 속으로 삭여야만 했다. 그렇기 때문에 ‘농정을 직접 챙기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농민으로 하여금 설렘과 기대를 갖게 만들기도 했다.작년 100대 국정과제가 농정개혁에 대한 농민의 열망을 철저히 외면했을 때까지만 해도 농민들은 더 기다려 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대선이
헌법 제121조 1항에는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라고 경자유전의 원칙을 명확히 하고 있다. 다시 말해 농지는 농사짓는 농민만이 소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임대차를 허용하고 있다.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현재 농지의 60%는 임차농지이다. 이는 사실상 헌법의 경자유전이 붕괴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헌법에서는 예외적 규정으로 농지임대차를 허용하고 있는데 현실에서는 경자유전이 예외적 상황이 돼버렸다. 주객전도란 말이 꼭 들어맞는다.그렇다고 임차농에 대한 보호 제도가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의 임대차농지의 상당 부분은 농지법을 위반한 불법 농지 임대차이다. 그러다 보니 임차농의 피해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식품안전과 관련해 GMO(유전자조작농식품)를 매우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GMO 생산국인 동시에 수출국인 미국조차도 완전표시제를 실시하고 있고, 생산 및 수출을 하지 않고 있는 대다수 나라들은 유전자조작농식품의 수입 및 유통 과정을 최대한 철저하게 관리하려고 노력한다.그렇게 하는 주된 이유는 소비자 국민의 먹거리 불안을 최대한 해소하기 위해서이다. 세계적으로 유전자조작농식품의 위험성 혹은 안전성 여부에 대해 과학적으로는 아직 단일한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채 논란이 되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유전자조작농식품에 관한 해외 선진국들의 정책과 제도는 몇몇 소수의 전문가집단이나 불완전한 과학적 결론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대다수 소비자의 우려와 불안을 해소하는데 초점을
올해는 쌀 목표가격을 재산정하는 해이다. 5년 전 목표가격 재산정시에도 논란이 격화된 바 있다. 문제의 핵심은 목표가격 산정방식 때문이다. 물가인상률이나 생산비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는 현재의 산정방식은 실제 적용되기도 어렵고 논란과 갈등만 양산하게 돼있다. 5년 전 목표가격 재산정시에도 극심한 갈등을 빚다 법이 아니라 정치적 타협으로 18만8,000원이 결정됐다.법에 규정된 산정방식에 따르면 올해 목표가격은 18만7,472원이다. 이 가격에 수긍할 농민들이 과연 있을까. 다행히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쌀 목표가격에 물가상승률을 반영 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어 여기에 농민들은 기대를 걸고 있다. 올해 목표가격은 지난 5년간의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가격
올해부터 농협경제지주에서 시행하는 ‘마늘 협동마케팅’ 사업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우선 수매가 결정과정에서 시기와 가격에 농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농협 수매가는 12월 초에 결정돼야 하는데 시기부터 너무 늦어졌고, 또 생산자인 농민 의견이나 산지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농협중앙회는 수매가 2,300원을 종용해 포전거래 가격 형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농협이 제시한 마늘 수매가 2,300원은 농림축산식품부 생산안정제 기준대로 ‘최근 5개년 평균가격의 80%’라는 기계적 공식을 반영한 값이다. 생산자에게 가장 민감한 가격 결정 과정부터 현장 농민은커녕 마늘 주산지 농협의 의견조차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농협이 결정한 마늘 수매가가 즉시 시장에 영향을 미쳐서 산지 포전거래 가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