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공무원으로 퇴직했지. 그 뒤로 한 30여년 가까이 농사지었나. 이제는 자식들 주려고 조금만 해. 얼마 전에는 감자도 캐서 나눠줬어. 논도 조금, 밭도 조금, 판매하는 건 거의 없다고 봐야해. 한 여덟 마지기 농사짓는 데 이것도 쉽지 않아. 쉬엄쉬엄 하는 거야. 날 뜨거울 땐 집에 가만히 있지. 지금처럼 볕이라도 누그러지면 나와서 일할까. 논둑에 나는 풀 제거하려고 약 뿌리는 거야. 그나마 바람이 부니 좀 낫구먼.”
“현재 양파 한 망에 만 원도 안 돼. 20kg 한 망 가격이 그래. 최소 만 원은 받아야 입에 풀칠이라도 하는데. 수확하자마자 팔지도 못하고 냉동 저장고로 옮기는 거야. 그나마 가격이라도 좋을 때 내다 팔라고. 양파도 그렇고 마늘도 그렇고 다 힘들어. 수확이 많으면 기쁨이 있어야 하는데 말이야. 휴. 아들이 그래. 아버지는 가만히 있어야 돈 버는 거라고. 그러니 술 한 잔 안 먹을 수 있나.”
“원래 이쪽 동네가 다른 지역보다 모심기가 좀 늦어. 논에서 2모작을 하는 게 아닌데도 그래. 게다가 이앙기에 문제가 생겨서 모심기가 3일 정도 더 늦었어. 원래 5일 경부터 심었어야 했는데 벌써 11일이잖아. 동네 어르신 논에도 심어야 하는데. 경찰버스가 들락날락하니 심란하지. 그래도 농사는 지어야 하잖아. 사진? 뭐, 문제될 게 있나. 모 심는 건데. 찍어. 대신 잘 내줘야 해.”
고병태(72,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어흘2리)“이거 메주콩이야. 파주가 콩으로 유명하잖아. 예전에 직접 심을 땐 간격을 넓게 심었는데, 요즘은 기계로 심으니까 간격이 일정하고 촘촘하지. 사람이 심으면 여러 사람이 달라붙어도 하루 온종일 심어야 해. 정말 많이 편해졌지. 이렇게 심어놓으면 나중에 수확할 때도 기계로 해. 이 많은 걸 사람이 무슨 수로 다 꺾어. 아휴 못해. 심고 난 뒤엔 풀 자라지 못하게 하는 약도 쳐야 해. 가만히 두면 풀이 엄청나.”
우영숙(52,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대광리)“요샌 노지오이 재배를 잘 안하잖아요. 자연이 주는 대로 하다보면 관리하기 힘드니까. 하우스가 대세죠. 올해로 오이 3년차인데 가격이 별로 안 좋아서 오이 심지 말자고 했어요. 타산이 너무 안 맞아서 그랬죠. 그런데 시설 투자한 것도 있고 하니까. 올해만 또 해보자고. 지금은 오이대 잡아주고 새순 잘라주고 있어요. 튼튼하게 자라라고요. 고생한 보람이 좀 있으면 좋겠어요. 사실, 3년 전에 오이 농사 시작할 땐 멋모르고 크게 시작했다가 휴~. 울었어요. 진짜, 힘들어서요.”
“요샌 이앙기 다 타고 다니잖아. 이놈은 열심히 밀어줘야 해. 지금 쓰는 건만 한 11년 됐고. 이게 벌써 3대째니까. 한 30년 넘었지. 80년대 중반부터 이 녀석과 함께 했거든. 그래도 손모, 줄모 내던 시절 생각해보면 지금이 훨씬 편하고 좋지. 요 논 사람이 모 내려면 20명이 달라붙어도 힘든데, 이 녀석 있으면 한나절이면 끝나잖아. 이른 아침부터 평당 70주씩 촘촘히 심다가 모가 모자를 것 같아서 60주씩 심고 있어. 이 논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유기농재배야. 우렁이농법이라고, 알지?”
빈영순(62, 전북 순창군 인계면 도사2길)“이제 농사 얼마 안 해. 논밭 조금씩 하는데. 그래도 힘겹지. 밭에는 참깨 심었어. 근데 멧돼지가 말썽이야. 다 엎어 부려. 우리 집 마당까지 내려와서 그래. 소리 지르고 해야 도망간다니까. 올해는 모 40판만 심을라고. 300평정도 돼. 작년 모는 말도 못하게 컸는데 올해 모는 별로 안 좋네. 많이 안 컸어. 집안 어른이 이앙기로 모 심어주는데 기계가 못 미치는 곳엔 내가 심어야지. 요 바구니가 모 담기엔 아주 좋아. 물도 잘 빠지고.”
“제발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가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중에 거론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농민이라면 다 똑같은 심정 아닐까요. 특히,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나라 전체가 국상인 상황이잖아요. 이런 시기에 과연 오바마가 방한하는 게 맞는지 묻고 싶네요. 1인 시위는 박근혜 정부에게 보내는 항의에요. 항의.”
“친환경 오이만 한 10년 했지. 처음엔 관행 농법으로 했는데 내 몸이 안 맞더라고. 그렇게 시작한 친환경 재배인데 같이 시작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일반 농사로 다시 되돌아갔어. 저농약이나 무농약이나 유기농이나 값어치를 똑같이 쳐 주는데 누구라도 안 그럴까. 친환경 급식 업체로 납품하지만 매번 가져가는 양이 달라서 힘들지. 오이는 저장 기간이 길어지면 상품성이 없어져서 폐기처분해야 되거든. 그게 며칠이야, 며칠.”
“깨 심을라고 혀. 참깨, 들깨 모두. 한 달 뒤에 심을라고. 그래야 서리가 안 와. 서리 오면 다 죽어. 고랑 내고 비료 주는 겨. 힘든 게 이렇게 천천히 하지. 아침 여덟시에 나와서 이제껏 이러고 있는 겨. 수확하면 짜서 자식들 기름 줄라고. 요 동네? 저기가 아미산이여. 터가 좋아. 물난리도 안 나고. 늙은이를 뭐하러 찍어. 우리 새끼들이 사진 찍자해도 마다 해. 뵈기 싫은 게. 잉.”
“이거 잔디야. 일 년 동안 키워서 이제 내보내. 일부는 남겨둬야 해. 그래야 잔디가 또 자라지. 주로 산소나 공사 현장 같은 곳에 많이 나가. 잔디만 한 30년 정도 키웠어. 5만평 정도 되지, 아마. 잔디도 손이 많이 가. 비료는 일 년에 5번은 뿌려줘야 하고, 웃자라는 풀들 깎아주는 것도 매달 한 번씩은 꼬박 해야 돼. 매년 12번 이상 깎는 거지. 약도 쳐야 하고. 잔디도 농사랑 똑같아.”
“원래는 (파주시) 법원읍 직천리에서 농사지었어. 밭 4천 평, 논 3천 평, 임야도 조금 있었고. 근데 80년대에 군 훈련장이 들어선다잖아. 어쩔 수없이 이곳으로 옮겼지. 농사 규모도 많이 줄었어. 지금은 논밭 모두 해야 3천 평도 안 돼. 규모가 작으니 노력의 대가도 잘 안 나와. 이 녀석(트랙터)도 새 것으로 바꿔야 하는데 지금껏 함께하고 있네. 이제 한 15년 됐지. 그래도 로터리칠 땐 이 녀석이 든든해. 논 갈았으니 곧 못자리 해야지. 13일 쯤이나 할까 생각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