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김재영 기자]
가을장마로 상처 입은 들녘을 뒤로하고 농민들이 다시 아스팔트 위에 섰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령군농민회(회장 안재한)는 지난 20일 경남 의령군청 앞에서 기후재난에 대한 근본 대책 수립과 대미 굴욕 협상을 규탄하며 나락 적재 투쟁 및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현재 의령을 포함한 전국의 농촌이 비상사태에 놓여 있다고 선포했다.
의령군농민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지난 몇 년간 겪어 온 재난이 단순한 이상 현상이 아닌 ‘일상’이 되어 농민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고 있다”면서 “특히 경남 지역은 봄철 대형 산불부터 시작해 여름철 기록적인 물난리에 이어 수확기를 강타한 가을장마까지 겹치며 쉴 틈 없이 재난에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가을장마로 인해 주식인 벼는 수발아와 품질 저하를 겪고 있으며, 콩은 싹이 나거나 곰팡이가 스는 등 심각한 습해를 입었다”면서 “김장철을 앞둔 배추마저 무름병으로 인해 밭에서부터 썩어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농민들의 마음은 배추보다 더 짓무르고 콩보다 더 까맣게 썩어들어가고 있다”고 현장의 참담한 심정을 전했다.
기후재난으로 농업 근간이 흔들리는 이 위중한 시기에 진행된 굴욕적인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규탄도 이어졌다.
의령군농민회는 “우리 농업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굴욕적인 협상이었다”면서 “정부가 자화자찬한 결과는 미국의 노골적인 수탈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농민들은 “비관세장벽 해소를 명분으로 유전자변형 생물체(LMO)에 대한 규제 승인 및 검역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하기로 하고, 미국 원예제품 관련 요청을 전담하는 데스크를 설립하기로 했다”면서 “이는 우리 농업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보루인 검역주권마저 저버리고 식량주권을 포기한 것이다. ‘농업은 국가전략산업’이라던 이재명정부의 약속은 온데간데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현장에서 발언에 나선 안재한 의령군농민회장은 “한창 바쁜 농번기에 가을장마로 일이 늦어졌는데 야속하게도 날씨는 겨울로 다가가고 있다”며 “흔히 ‘농사는 하늘하고 동업’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요새는 동업이 영 신통치가 않다”고 기후위기를 피부로 느끼는 현장 농민의 심경을 대변했다. 안재한 회장은 “‘농망장관’, ‘내란장관’ 송미령이 당연히 그만둘 줄 알았는데 아직도 저 자리에 그대로 있다"면서 “어느 역대 정권이든 진짜 농업을 위한 정권이 없었는데 이재명정부도 그 전철을 밟아가는 것 같다”고 개탄했다.
의령군농민회는 기자회견 이후 나락을 담은 톤백을 의령군청 앞에 적재했다. 이들은 적재한 톤백에 ‘나락값 8만원 보장하라’, ‘기후재난 대책 수립! 식량주권 실현! 11.22 전국농민대회’ 현수막을 게시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