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가을장마로 전국 곳곳에서 농작물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특별대책과 농민 생존권 보장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피해가 극심한 일부 지역과 품목만 피해 조사가 이뤄졌지만, 농민이 피해를 입증하기 어려운 조사 방식에 피해 인정 기준마저 높아 지원의 사각지대가 커져서다.
이에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상임대표 하원오, 농민의길),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다음 사항을 촉구했다.
△피해를 증명하기 어려운 조사방식 개선 △수많은 피해 농가를 배제하는 높은 보상기준 완화 △실질적 피해를 지원하도록 보상범위 확대 △농작물재해보험이 아닌 농가 직접 지원으로 농업재해 대책의 방향 전환 등이다.
아울러 기후재난 시대에 대응할 수 있도록 농민단체·전문가·정부가 함께하는 농정협의기구를 조속히 구성해 근본적 재난 대책과 법·제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하원오 농민의길 상임대표는 “계속된 재해를 견뎌낸 고마운 작물, 자신을 갈아 넣어 키워낸 자식 같은 작물을 갈아엎어야 하는 농민들의 심정도 재난이 덮친 들녘처럼 쑥대밭”이라며 “그럼에도 정부는 무엇 하고 있나. 경제발전의 희생양이 돼 온 농업에 대해 국가책임농정으로 화답하겠다고 하지 않았나”라며 이재명 대통령을 향한 원성을 쏟아냈다.
이어 하 상임대표는 “농민이 실제 어떤 피해를 봤는지 살피는 게 아닌 현실과 괴리된 탁상행정으로 보상 여부를 가리는 게 이재명정부의 국가책임농정인가. 그 약속이 허구였나 분간할 수 없을 지경”이라며 “다시 투쟁만이 확실한 답이다. 오는 22일 전국농민대회를 통해 내란농정, 미국 트럼프의 농업개방 압박에 맞서 기후재난 근본 대책과 농민 중심의 농정을 쟁취할 때까지 앞장서 싸우겠다”며 결기를 내비쳤다.
전종덕 의원은 “기후재난은 이미 농민들에게 일상이 됐고, 농민들은 그 피해를 최전선에서 온몸으로 견디고 있다”라며 “벼 깨씨무늬병, 콩, 배추, 쪽파까지 농업재해로 인정됐으나 매우 높은 피해 인정 기준으로 피해 농가 상당수가 지원에서 제외됐다. 농민이 피해를 직접 입증해야 하는 것도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전 의원은 “보상기준과 피해입증 방식 현실화, 보상하는 품목과 병충해 범위 확대, 농가 직접 지원 강화를 통해 농민들이 농업을 지속할 수 있는 재해지원체계가 돼야 한다”라며 “지속가능한 농업과 농민 생존권을 위해 끝까지 함께 싸우겠다”고 힘줘 말했다.
농민의길과 전종덕 의원은 이날 성명에서 현실과 괴리된 보상기준, 피해 입증 방식, 제한된 보상 범위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이를테면 농업재해로 인정된 벼 깨씨무늬병은 병무늬면적률(벼에 나타난 병해 증상)이 51% 이상인 피해 면적이 재배면적의 30% 이상이거나, 수확량 감소분이 30% 이상임을 RPC(미곡종합처리장) 수매실적이나 재해보험 손해평가 자료로 입증해야 한다.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하면 해당 필지 전체를 피해면적으로 산출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RPC에 벼를 출하하지 않거나 재해보험 미가입 농가, 기준선에 애매하게 걸리는 경우, RPC에 출하했어도 피해 벼인지 정상 벼인지 출하량을 구분하기 어려운 문제 등으로 현장에서 일대 혼란과 함께 피해 신고접수 포기 사례까지 속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보상범위 문제에 대해서는 “가을장마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내렸고, 피해 본 작물은 품목을 가리지 않았다”라며 “피해의 구체적 형태는 달라도 그 원인이 가을장마인 것은 자명하다. 그럼에도 농식품부는 온갖 이유로 보상의 범위를 좁히고 있다”라고 질타했다.
농민의길은 오는 22일 서울 숭례문 앞에서 전국농민대회를 열고, 기후재난 근본 대책 촉구를 이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