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 입증 사진, 피해 발생 직후부터 챙겨야

재해 발생시 ‘지체없이’ 신고
피해 진행 중 사진 꼭 남겨야

  • 입력 2025.11.14 09:33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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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지난 7월 ‘극한 호우’의 여파로 하천이 범람하며 침수 피해를 입은 경남 산청군 신안면 일대 시설하우스들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채 방치돼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7월 ‘극한 호우’의 여파로 하천이 범람하며 침수 피해를 입은 경남 산청군 신안면 일대 시설하우스들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채 방치돼 있다. 한승호 기자

경남 창녕에서 두릅 농사를 짓는 농민 A씨의 농장은 지난 7월 폭우로 전체 2300평 가운데 2000평이 침수됐고, 이 때문에 두릅나무 80~90%가 고사했지만 복구비로 농약대밖에 지원받지 못했다. 대파대(농작물·산림작물을 다시 심는 경우 지원)를 받아야 할 상황이었지만, 나무가 물에 잠긴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피해 신고·접수 때 증빙 자료로 침수 사진을 반드시 첨부해야 하는 사실을 몰랐고, 침수 당시엔 경황이 없어 물이 빠진 뒤에야 사진을 찍어 놓을 수 있었다. 농약대 지원만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은 뒤 왜 대파대 지원이 안 되는지를 물었으나, 관할 면사무소와 군청 담당자는 ‘품목 코드대로 입력했다(면), 신고·접수된 대로 처리했다(군)’며 이해하기 어려운 답변을 내놔 결국 경남도청에까지 문의해 ‘침수 당시 사진 필수’, ‘100% 고사나 유실’이어야 한다는 규정을 알게 됐다.

“나무라 침수됐어도 유실되는 건 어렵다. 물이 빠진 뒤부터 나무들이 고사하는 피해를 봤는데, 나중에 찍은 사진으론 안 된다니 증빙할 수 없었고 그게 또 규정이라니까 어쩔 수 없었다. 고사는 침수 뒤에나 확인되는 피해이고 나무라 물에 쓸려 내려가기도 어려운데, 밭에 나무가 있다는 이유로 대파대 지원 대상이 아니라고 하니, 이게 과연 농민을 위한 행정인지 의구심이 든다.” 2023년부터 준비해 온 두릅 농사의 꿈을 다시 원점에서 맨손으로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A씨가 안타까움을 내비치며 전했다.

이는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피해 입증은 근거가 있어야만 작동하는 행정절차에서 필수이자 상식이지만, 현장 농민들이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대처하기는 어렵다. 군 단위 담당자들에 따르면, 피해 상황 사진 촬영 등 간단한 대응조차도 챙기지 못하는 농민들이 상당수다. 더구나 재해 상황에선 더 놓치기 쉽다. 농민단체, 작목반 등 조직이나 이장 등 마을대표직이 잘 작동하는 지역에선 개별 농민이 대처하기 어려운 부분을 채워 주지만, 그렇지 못한 지역이나 조직의 회원이 아닌 농가들은 재해 지원이나 추후 이의신청 과정에서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이에 다음 사항을 평소 잘 숙지하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 먼저 농업 관련 재해는 ‘신고주의’가 원칙이다. 재해가 발생했다고 해서 지자체나 중앙정부가 알아서 지원하지 않는다. 재해 복구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재해로 인한 피해 발생 사실을 지체없이 읍면동장에 신고해야 한다.

아울러 추후 재해 인정 여부를 떠나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는 일단 확보해 놓는다. 피해 당시 사진, 종자·비료·농약 등 농자재 대금 영수증, 농산물 납품 영수증 등이다. 특히 사진은 현장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자료로 조사대장에 첨부되므로 더욱 신경 써야 한다. 피해가 진행되는 상황을 반드시 촬영하고, 피해 발생 직후 상황 등도 다양하게 찍어 수확이나 유실 등으로 피해 현장이 보존되지 못하는 경우도 대비한다.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한 농가라면 보험사 신고도 중요하다. 보험처리 결과가 이후 입증자료로 갈음된다.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일이 오래 걸리면 첨부서류로 보험 접수증을 받는 지자체도 있다. 보험에 든 농작물이 피해를 본 경우, 대파대(가축 입식비, 농림시설 복구비)는 중복 지원에 포함돼 지원받을 수 없으나, 긴급구호를 위한 간접지원(생계비·학자금·영농자금 상환연기 및 이자감면), 재해로 인한 병충해 확산 방지를 위한 농약대는 지원받을 수 있다.

또한 「농업재해 피해조사 보고요령(농림축산식품부 예규 제61호)」상 재해 상황 조사자로 공무원, 이·동장(통장) 또는 마을대표, 피해 농민이 합동조사를 실시할 수 있으므로, 현장의 정확한 피해 현황이 반영될 수 있도록 마을대표와 농민이 조사 과정에서 적극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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