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유승현 기자]
해외 악성 가축전염병인 ‘가성우역’의 국내 유입에 대비해 농림축산검역본부(본부장 김정희, 검역본부)가 국내 최초로 유전자 감별 진단기술을 상용화했다. 이번 기술은 가성우역 감염 여부뿐 아니라 바이러스 유형까지 신속하게 구분할 수 있어 향후 국내 가축 방역체계의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검역본부에 따르면 가성우역은 염소, 면양 등에서 발생하는 급성 바이러스성 가축전염병으로 이 질병에 걸리면 고열, 콧물·눈곱, 침흘림(구내염), 기침(폐렴), 설사(위장염)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대부분 폐사한다. 감염은 가축의 눈물, 콧물 등 분비물의 직접 접촉이나 공기 중 비말을 통해 전파된다. 전염률은 90~100%, 치사율도 50~100%로 매우 높으며 잠복기 역시 6~8일로 비교적 짧다. 현재까지 국내 발생 사례는 없다. 다만, 1940년대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2000년대 들어 몽골, 중국 등 인근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어 해외 여행자나 외국인 근로자 입국 등을 통한 국내 유입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역본부는 (주)메디안디노스틱과 지난 2022년 3월부터 공동 연구를 진행, 2023년 말 가성우역 유전자 감별 정밀 진단키트를 개발했다. 국내에서는 가성우역이 발생하지 않아 해외 연구기관과 협력해 바이러스를 도입하고 임상실험을 했으며, 해당 업체는 지난 10월 검역본부 동물약품관리과로부터 유전자 진단키트 제조 허가를 취득했다.
기존 해외 제품이 바이러스 감염 여부만 판별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이번 진단키트는 가성우역의 감염 여부와 함께 Ⅰ~Ⅳ형 중 국내 유입 가능성이 높은 Ⅳ형(몽골 등 아시아 지역 발생형)을 식별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전장 유전체 분석법(가성우역 유전자 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해 유형을 파악하는 방식)은 최소 1주일 이상이 소요됐지만, 이번 진단키트를 활용하면 8시간 이내에 바이러스 유형 확인이 가능해 신속한 방역 조치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가성우역 발생 시 세계동물보건기구(WOAH)가 권고하는 유전형 Ⅱ형 백신을 접종한 가축은 기존 진단키트로는 감염 여부만 판별돼 불필요한 살처분이 이뤄질 수 있었다. 그러나 새로 개발된 진단키트는 감염주가 Ⅳ형인지 여부를 구분할 수 있어 불필요한 살처분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지난해말 ‘가성우역 긴급행동지침’을 제정하고, 가축방역관 및 농가를 대상으로 방역관리와 예방 방법 홍보 등 국내 유입에 대비하고 있다. 또 오는 12월까지 국내 사육 염소(약56만두) 21%에 해당하는 12만두 분량의 긴급 백신 비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김정희 본부장은 “이번 진단키트 상용화를 통해 가성우역이 국내에 발생하더라도 신속하고 정확한 감별로 농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내 가축질병 방역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개발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