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그동안 농관련 기관·농협·지자체 등에서 청년 관련 행사를 치른 뒤 발표한 보도자료의 사진을 보다가 화가 치민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심하게 표현하면, 그 사진들 속에서 청년들은 병풍처럼 취급됐다. 사진 가운데엔 기관장 또는 지자체장 등 ‘높은 어르신’들이 자리했다. 이게 정녕 청년을 위한 행사인지, 그 ‘어르신’들이 “난 청년들의 미래를 신경 쓰고 있다”고 재려는 행사인지 모를 일이었다.
정녕 ‘어르신’들이 청년농민을 자기네 조직 행사의 화려한 병풍이 아닌 ‘미래농업 주체’로 생각한다면, 정녕 청년농민을 대상화하지 않고 ‘3농의 미래를 위한 동료’로 여긴다면, 청년농 대상 정책대출을 받았던 32세의 김제 청년농민이 온갖 악재로 원금 상환 압박에 시달리다가 세상을 떠나는 일이 벌어졌을까? 청년농 3만명을 육성하겠답시고 그 대상은 잔뜩 뽑아놓고 정작 그에 발맞춘 예산 확대는 하지도 않아 청년농민들이 ‘아스팔트 농사’를 지어야 하는 일이 벌어졌을까?
‘어르신’들 필요에 따라 청년을 호명하고, 정작 청년을 위해 진정 필요한 조치는 하지도 않는 상황. 그것이 청년을 대상화하는 게 아니면 무엇이며, 청년을 병풍 취급하는 게 아니라면 무엇일까? 이 글에서 ‘병풍 취급’이란 표현이 불쾌하게 다가올 ‘어르신’이 계시다면, 당장 행동으로 보여주셨으면 한다.
아직은 일부 사례이긴 하나, 그래도 청년을 정녕 ‘미래농업 주체’로 여기는 사례도 없진 않다. 전남 순천농협은 국내 농협조직 최초로 ‘청년이사제’를 도입했다. 그동안 농협조직에서 청년농민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던 상황을 되새기며, 향후 청년농민의 목소리를 더욱 키울 계기를 만들자는 취지 아래 청년이사제를 도입했다는 게 순천농협의 설명이다. 이 제도를 설정했다고 당장 청년농민의 권익이 실현된다고 보긴 어렵지만, 적어도 초석을 하나 놓았다는 점에선 그 의미를 간과할 수 없다.
지난 16일, 이재명 대통령도 세종시의 한 복숭아농장에서 청년농민들을 만나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만남이 ‘청년 병풍 취급 행사’의 예시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경청 및 소통 측면에서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에서도 사실상 가장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부정할 순 없다.
그러나 이후 정부가 청년농민들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며 어떤 정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그 행사가 청년 병풍 취급 행사는 아니라고 보는 현재의 생각은 달라질 수도 있다. 부디 이 행사마저 흔한 청년 병풍 취급 행사 중 하나로 전락하진 않았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