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한편이 북한의 최고 지도자를 움직였다. 사건은 지난 4월 방송을 시작한 ‘백학벌의 새봄’이라는 22부작 드라마에서 비롯됐다. 높은 인기를 얻은 드라마는 낮은 농업 생산성으로 고생하던 농장의 책임자들과 농민들이 식량생산량을 늘이기 위해 분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황해남도 신천군 백석농장을 배경으로 제작된 드라마에는 보기 드문 ‘논판메기양어농법’이 등장했다.
우연이었을까. 지난 7월 김정은 위원장이 황해남도 신천군의 농장을 방문했다. 주요 목적은 논판메기양어농법 실태를 점검하는 것이었다. 군부대가 경작하는 논에서 벼와 메기를 함께 키워 “비료와 농약을 전혀 쓰지 않으면서 저수확 논에서 정보당 10여톤의 벼를 수확하고 정보당 60〜70톤의 메기”를 생산했다는 것이다. 이어지는 보도에 따르면, “1정보의 논에서 생산한 70톤의 물고기를 논벼로 환산하면 200톤”으로 “하나의 혁명”이었다.
과거의 논판양어기술은 양어를 목적으로 하는 농법이었던 반면 최근 사례는 식량과 양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모습이다. 전국적으로 논판양어 도입면적을 확대하면서 기술전수회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평안남도에서는 논판양어를 장려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농업과학원 농업첨단기술교류소는 소장이 직접 나서 논판양어기술의 생산성을 홍보했다. 황해남도는 연초부터 약 400여개 농장에서 논판양어농법을 도입하고, 재령군 삼지강농장에서는 ‘전국논판양어보여주기 및 기술전습회’를 진행했다.
북한은 논판양어농법을 비롯해 다양한 방식의 유기농법을 부쩍 독려하고 있다. △우렝이농업 △지렁이식물생리활성제농법 △록비작물재배 △농축산결합농법 등 우수사례를 선전하며 재배면적을 확대하고 있다. 우렁이농법은 2010년 신년사에 처음 등장했지만, 최근 도입면적이 늘어나고 있다. 평안남도는 올해 수천만마리의 우렝이를 확보하고 수만정보의 논에 우렁이농법을 도입했으며, 평안북도 염주군, 함경남도 영광군, 황해남도 안악군 은정농장, 평양시 사동구역 장천남새농장 등이 우렁이유기농법 면적을 확대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특히 함경남도 영광군은 지난해 논 면적 70%에 우렁이유기농법을 도입해 2024년 10대 최우수농업군에 선정됐고, 올해는 논 면적 100%에 우렁이농법을 확대한 것으로 알려진다.
함경남도 홍원군 읍농장에서는 논농사에 지렁이식물생리활성제농법을 도입해 정보당 0.5~1.3톤을 증산했다. 농법은 김일성종합대학 지능생물제품생산소에서 개발했다. 온실에 설치한 탱크에 지렁이와 가축배설물을 넣고 적정 온도를 유지하면 지렁이의 번식과정에서 지렁이식물생리활성제가 생성되고, 활성제는 종자소독과 모판관리, 농작물영양관리, 병해충방지 등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또 녹비작물농법으로 성과를 낸 곳은 평양시 호남농장이다. 농장에서는 몇 해 전부터 9월 하순 저수확지에 녹비작물을 파종하고 이듬해 봄에 농지를 갈아엎고 모내기를 하는 방식으로 지력을 개선하고 있다. 이밖에 남포시 천리마구역 강선농장에서는 농축산결합농법으로 정보당 수확고를 높이고 있다. 분쇄한 짚과 적은 양의 알곡을 균처리해 가축사료로 활용하고, 가축의 분뇨를 유기질비료로 이용하는 순환구조로 식량생산량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북한의 유기농법이 점차 다양한 방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