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비료로 밥그릇 만들기

  • 입력 2025.06.29 18:00
  • 수정 2025.06.29 18:19
  • 기자명 김일한 동국대 DMZ평화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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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한 동국대 DMZ평화센터 연구위원
김일한 동국대 DMZ평화센터 연구위원

 

최근 북한 언론에 흥미로운 보도가 등장했다. 멜라민수지를 만드는 공장의 준공식에 대한 것이었다. 멜라민수지 생산 공장은 북한 최대 비료공장인 흥남비료연합기업소에서 2023년 건설을 시작해 2년 6개월만인 지난 6월 초 완공됐다. 준공식에 참석한 김철하 화학공업상은 지난 2023년 1월 화학공업상으로 발탁되기 전까지 흥남비료연합기업소의 지배인이었고, 승진과 함께 멜라민수지 생산공정건설을 시작해 감회가 새로웠을 것으로 보인다.

멜라민수지는 가정이나 산업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질 플라스틱 소재다. 주방용 그릇부터 접착제, 도료, 적층판 등 산업용 소재로 활용도가 매우 높다. 중요한 점은 원료와 생산공법이다. 멜라민수지는 요소((NH₂)₂CO)와 포름알데히드(CH₂O)를 합성해 만든다. 요소 성분은 암모니아와 탄산가스가 반응해 생성되며 포름알데히드는 석탄에서 뽑아내 활용한다. 눈치 빠른 독자들의 질문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비료(질소) 만드는 요소로 밥그릇을 만든다고? 북한은 화학비료가 모자란다는데?”

북한의 멜라민수지 대량생산은 두 가지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전국 200개 시군에 건설 중인 일용품공장에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다. 두 번째 이유는 흥남의 요소 생산 능력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질소비료 생산량이 수요를 초과할 정도인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질소비료 생산량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2대 질소비료공장인 흥남비료연합기업소는 지난 10여년 동안 매년 시비년도(전년 8월부터 당해연도 7월까지) 비료생산계획을 완수했고,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는 올해를 포함해 7년 이상 생산계획을 달성했다. 특히 최근 5년 동안 흥남과 남흥에서 매년 생산계획을 늘리고 이를 조기 완수했다는 보도까지 이어져, 요소를 주원료로 하는 멜라민수지 생산 공장 건설은 늘어난 질소비료 생산능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북한의 농업용 화학비료 생산량이 충분한 것은 아니다. 인과 칼륨비료 생산 정상화까지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 2020년 5월 준공한 순천린비료공장은 최근까지도 생산 정상화 단계에 진입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인광석, 인회석 등 원료를 공급하는 광산의 조업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인비료 대량생산을 위한 기술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 9월 시운전과 시제품 생산을 개시한 황해남도 청단군의 ‘카리복합비료생산기지’도 대량생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글로벌 최대 칼륨비료 수출국 중 하나인 벨라루스와 농업협력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대규모 온실농장용 액비료 공급능력 확대도 풀어야 할 과제다. 현재 흥남액비료공장과 순천화학연합기업소가 액비료 생산과 공급을 담당하고 있는데, 평안북도 신의주에 건설 중인 450여정보 규모의 새로운 온실농장이 완공되면 액비료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농업용 비료 체계가 미흡한 상황에서 북한이 질소비료 공장에서 멜라민수지 원료를 생산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농업 부문이 다른 산업을 지원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북한의 비료산업이 발전하고 있음을 시사하는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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