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부터 간식까지…강진농협의 농번기 농민 지원사업 눈길

[위기의 시대, 지역농협의 분투①] 전남 강진 강진농협

  • 입력 2025.06.22 18:00
  • 수정 2025.06.22 20:57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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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기후위기와 농촌 고령화 및 인구 감소, 지역 양극화 등 온갖 위기가 중첩된 가운데 지역농협들은 각지에서 위기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한국농정>은 농업·농촌·농민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분투 중인 지역농협들을 소개함으로써, 위기의 시대에 농협 조직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진단해보고자 한다. 본 기획은 <한국농정>과 농협조합장 정명회가 함께 진행한다.

매해 농번기마다 농민들은 식사는커녕 간식, 아니 물 한 잔 제대로 할 겨를도 없이 농사일에 전념해야 한다. 국민 먹거리기본권을 책임지면서도 농사일에 바빠 자신들의 식사를 제대로 챙기기 힘든 농민들을 위해, 매년 농번기마다 식사 및 간식 등을 지원하는 전남 강진군 강진농협(조합장 진성국)의 사례가 눈길을 끈다.

강진농협은 2014년부터 공동취사장 운영을 시작했다. 초창기 공동취사장은 강진읍에서만 운영했다. 그러나 강진농협이 관할하는 면 지역(군동면·성전면, 원래 이곳들엔 별도의 지역농협이 있었으나 인구감소 등으로 인해 강진농협과 합병)에서도 공동취사장 운영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2022년 재보궐선거로 조합장에 당선된 진성국 강진농협 조합장은 군동면·성전면에도 공동취사장을 열었다. 현재 강진농협은 외부의 지원 없이 매년 약 7000만원의 자체 예산(교육지원사업비)을 들여 5월 말에서 6월 초에 이르는 약 1주일 동안 공동취사장을 운영하며 농민들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한다. 공동취사장 운영 시 관내 공동취사장 세 곳(강진읍 부춘마을체험관, 군동면 석교공공급식센터, 성전면 성전오산마을회관) 통틀어 하루에 600~700여명의 농민들이 식사하러 모인다.

강진농협 조합원 중 다수는 벼농사를 짓는데, 5월 말~6월 초는 대다수 벼 재배 농민이 모내기에 돌입하는 시기다. 농민들은 농작업 때문에 바쁘다 보니 각자의 집 또는 식당으로 식사하러 가기도 어렵다. 특히 군동면의 경우 면 소재지에 식당이 하나밖에 없어, 농민들은 식사하러 가려면 다른 읍면의 식당 또는 자신의 집까지 먼 길(경우에 따라선 10km 남짓한 거리)을 오가야 한다.

강진농협의 공동취사장은 지역 농민들의 이상과 같은 불편을 상당 부분 해소한다. 농민들은 바쁜 중에 식사하러 먼 길을 오가지 않아도 되고, 일일이 본인 또는 가족의 식사를 챙기지 않아도 된다. 그저 공동취사장에 들러 푸짐한 식사를 만끽한 뒤 다시 일터로 향하면 된다. 식사 이용자들은 1인당 1000원씩 이용료를 낼 것을 ‘권유’ 받지만, 이 또한 의무사항은 아니다. 그냥 식사하고 가도 된다. 사실상의 무상급식에 가깝다. 그러나 몇몇 농민들은 자발적으로 1만원을 납부하기도 한다.

강진농협 직원 공란(왼쪽)씨가 지난 16일 전남 강진군 강진읍 들판에서 농작업 중이던 귀리 재배 농민 문학훈씨에게 ‘영농 성수기 풍년기원 간식 꾸러미’를 전달하고 있다.
강진농협 직원 공란(왼쪽)씨가 지난 16일 전남 강진군 강진읍 들판에서 농작업 중이던 귀리 재배 농민 문학훈씨에게 ‘영농 성수기 풍년기원 간식 꾸러미’를 전달하고 있다.

강진농협은 농번기 농민들에게 6월 중 약 3주간 간식 지원도 진행한다. 이름하여 ‘영농 성수기 풍년기원 간식 꾸러미’다. 기존에도 농민들에게 달걀 2개씩 배달하는 사업이 진행됐지만, 현재와 같은 ‘간식 꾸러미 지원체계’는 진 조합장 취임 뒤 마련됐다. 강진농협 임직원들은 차량에 한가득 간식 꾸러미를 담은 채 관할 지역에서 농민들을 한 명 한 명 찾아다닌다.

초코파이와 바나나, 달걀 2개, 과일주스 등이 담긴 꾸러미는 강진농협 직원들에 의해 농사일에 한창인 농민들에게 배달된다. 귀리 농사로 한창 바쁘던 강진읍 농민 문학훈씨는 강진농협 직원으로부터 간식 꾸러미와 물을 받자마자 참고 참았던 갈증을 해소하고자 물을 들이켰다. 강진읍의 벼 재배 농민 김경표씨도 논에서 트랙터로 땅을 갈던 중 트랙터에서 내려 간식 꾸러미를 받았다. 김씨는 농번기마다 간식을 챙겨주는 강진농협을 향해 고마움을 표했다.

강진농협은 그 밖에도 △논둑 잡초제거 지원 △드론을 통한 웃거름 살포 지원 △인건비 절감 및 농민 조합원 안전을 위한 벼 수매통(3톤짜리) 도입 등 농번기 소농을 위한 각종 지원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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