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영남지역 대형 산불 피해 회복을 위해 설치된 국회 산불피해지원대책 특별위원회(산불특위)가 지난 10일 제2차 전체회의로 활동을 본격화했다. 기획재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피해 보상과 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활발히 논의했는데, 한편으론 지역개발을 위한 광폭의 규제 완화안이 담겨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번 산불 참사를 맞아 지난 한 달 동안 더불어민주당은 2건, 국민의힘은 3건의 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법령만으로는 부족한 피해지역 보상·배상·위로금을 확대·신속 지원하는 내용으로, 5개 법안의 내용이 대동소이하다.
차이점은 국민의힘 법안들 각각의 분량이 하나같이 민주당 법안의 3배에 달한다는 점이다. 보상 확대 이상으로 지역개발에 관한 조항을 중점적으로 마련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안 조문에서도, 산불특위에서도 “원상회복을 넘어서는 미래지향적 복구”를 강조하고 있다. 기왕 불타버린 지역에 스마트팜과 공동시설, 관광·레저·편의시설 등을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규제 특례를 부여하자는 제안이다. 구체적으로 △농지·산지 전용허가권 지자체에 위임 △환경영향평가·수질오염총량 협의 등 면제 △건축허가 및 문화유산보호구역 내 행위 허가 간소화 △건폐율·용적률 기준 완화 △전폭적인 보조금 지원 등이다.
국민의힘은 그간 개발 규제 완화를 가장 열성적으로 추진해 온 정당이다. 특히 공적 보전이 중요한 농지·산지가 이 기조를 만나면 소수 자본 주도의 지역 난개발 우려가 불거져 왔는데, 대형 재해를 발판삼아 의제가 재등장한 것이다.
산불특위는 이날 법안에 관한 의견을 교류하고 5건의 법안을 법안심사소위에 회부했다. 소위에서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되겠지만 아직은 이 지역개발론에 반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물론, 법안 자체를 반대하는 기재부도 이 대목에는 별다른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국지적으로나마 개발 의제에 제동을 건 건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유일하다. 산불 진화를 위한 ‘임도 증설’은 역시 국민의힘이 주도하고 민주당이 방관하는 이슈인데, “임도는 산불 진화 효용이 없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을 산불특위로 가져온 것이다. 임도에서부터 시작되는 산림 이용·개발과 산불 수습작업에 산림청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이권 카르텔이 존재한다는 지적은 이미 공론화된 지 오래다.
차 의원은 “임도를 둘러싼 소모적 논란을 종결하기 위해 찬반 전문가를 불러 공청회를 할 필요가 있다. 만약 산림청 주장(임도 증설 필요)이 맞다면 과감히 힘을 실어 줘야 하고, 그게 아니라면 예산을 축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의원들은 산불 대응체계 개선 지적에도 발언 시간을 대거 할애했다. 특히 산불 진화 주관기관을 산림청에서 소방청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다수 여야 의원들로부터 제기돼 업무 이관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