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남태령 대첩’…도쿄 번화가 행진한 트랙터

일본 농민들, 생존권 위기 알리고자 전국 동시다발 시위 전개

  • 입력 2025.04.05 15:45
  • 수정 2025.04.06 22:04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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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달 30일 일본 농민·시민들이 수도 도쿄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레이와의 백성 잇키(농민봉기)’란 이름으로 트랙터 시위를 전개했다. 도쿄 아오야마공원에서 행진 출발을 기다리는 트랙터들. 레이와의 백성 잇키 참가자 이데 루미씨 페이스북 인용
지난달 30일 일본 농민·시민들이 수도 도쿄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레이와의 백성 잇키(농민봉기)’란 이름으로 트랙터 시위를 전개했다. 도쿄 아오야마공원에서 행진 출발을 기다리는 트랙터들. 레이와의 백성 잇키 참가자 이데 루미씨 페이스북 인용
지난달 30일 일본 농민·시민들이 수도 도쿄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레이와의 백성 잇키(농민봉기)’란 이름으로 트랙터 시위를 전개했다. 도쿄 도심의 도로를 행진하는 트랙터. 유튜버 '에치젠야 히로유키 오전부' 영상 갈무리
지난달 30일 일본 농민·시민들이 수도 도쿄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레이와의 백성 잇키(농민봉기)’란 이름으로 트랙터 시위를 전개했다. 도쿄 도심의 도로를 행진하는 트랙터. 유튜버 '에치젠야 히로유키 오전부' 영상 갈무리
지난달 30일 일본 농민·시민들이 수도 도쿄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레이와의 백성 잇키(농민봉기)’란 이름으로 트랙터 시위를 전개했다. 한 농민이 도쿄 도심의 도로에서 트랙터를 운전하며 시민들에게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유튜버 '에치젠야 히로유키 오전부' 영상 갈무리
지난달 30일 일본 농민·시민들이 수도 도쿄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레이와의 백성 잇키(농민봉기)’란 이름으로 트랙터 시위를 전개했다. 한 농민이 도쿄 도심의 도로에서 트랙터를 운전하며 시민들에게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유튜버 '에치젠야 히로유키 오전부' 영상 갈무리
지난달 30일 일본 농민·시민들이 수도 도쿄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레이와의 백성 잇키(농민봉기)’란 이름으로 트랙터 시위를 전개했다. 도쿄 도심의 도로를 행진하는 트랙터. 레이와의 백성 잇키 참가자 타카노 유키코씨 페이스북 영상 갈무리
지난달 30일 일본 농민·시민들이 수도 도쿄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레이와의 백성 잇키(농민봉기)’란 이름으로 트랙터 시위를 전개했다. 도쿄 도심의 도로를 행진하는 트랙터. 레이와의 백성 잇키 참가자 타카노 유키코씨 페이스북 영상 갈무리

최근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의 ‘남태령 대첩’을 떠올리게 하는 농민·시민들의 연대투쟁이 전개돼 눈길을 끈다. 지난달 30일, 일본 각지의 농민들은 수도 도쿄를 비롯한 14개 도도부현에서 전국 동시다발 트랙터 행진을 전개했다.

농민들은 이 투쟁에 ‘레이와의 백성 잇키’라는 이름을 붙였다. ‘잇키’란 전근대 일본 농민들이 지배층의 수탈에 맞서 일으킨 봉기를 뜻한다. 야마가타현의 농민 스가노 요시히데(75)씨가 제안한 이번 트랙터 행진은, 최근 일본 농민들이 겪는 생존권 위기를 알리며 일본 정부에 농정대전환을 촉구하려는 목적 아래 기획됐다.

일본 농민들이 겪는 위기도 우리나라 농민들의 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폭등하는 생산비 및 작물 생산량 감소로 인한 농민소득 감소, 농민 고령화 심화, 농촌 지역 소멸위기 등의 문제를 극복하고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 스가노 씨와 뜻을 같이한 농민·시민들은 지난해 10월 ‘레이와의 백성 잇키 실행위원회(초창기엔 준비위원회)’를 결성했다.

실행위원회는 올해 3월 30일 도쿄와 후쿠오카·도야마·홋카이도 등  전국 각지에서 트랙터 시위를 전개하기로 결정한 뒤, 이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대중모금)도 진행했다. 모금 결과, 지난달 30일 기준 2000명 이상의 시민이 한화 기준 약 1억8821만원 이상의 금액을 후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잇키’ 개시일이었던 지난달 30일, 도쿄 아오야마 공원엔 농민·시민 약 3800여명과 30대의 트랙터가 모였다. 이날 참가자들은 “농가가 생활할 수 있도록 유럽·미국 수준의 소득 보상을”, “일본의 먹거리와 농업을 지키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시작했다.

농민들이 운전하는 트랙터도 공원 밖을 나서 도쿄 도심을 행진했다. 이날 트랙터 행진단은 도쿄의 아오야마와 오모테산도, 하라주쿠 일대를 행진했는데, 이곳들은 도쿄의 대표적인 부촌이다.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비유하자면 전봉준투쟁단 트랙터가 서울의 한남동, 이태원, 용리단길 일대를 행진한 셈이다.

농민·시민들은 고층빌딩과 고급 브랜드 매장이 늘어선 도쿄의 도심을 행진하며 “농민을 죽이지 말라”는 구호를 외쳤고, “마을이 없어지니 쌀도 없다”란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들었다. 연도의 시민들 중 누군가는 스마트폰으로 트랙터를 촬영하느라 여념이 없었고, 또 누군가는 손을 흔들거나 열렬히 박수 치며 농민들을 응원했다.

농민·시민들은 흐드러진 벚꽃을 만끽하며 평화롭게 행진을 마무리했다. 이날 일본 전국적으로 약 300여대의 트랙터가 도심 행진을 진행했다. 실행위원회는 앞으로도 농민·시민이 함께하는 집회를 계속 열며 농업·농촌·농민 의제를 이야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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