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북한의 파격 인사가 주목을 받고 있다. 내각 총리가 교체됐고, 국방상 출신이 내각 부총리로 자리를 옮겼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지난해 말 북한은 정부의 주요 직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정부의 인사가 중요한 이유는 주요 인물의 자리 이동을 통해 국가가 의도하는 지향과 목표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인사는 매우 이례적인 특징을 보여준다.
먼저 국가 경제를 관리하는 내각 총리를 교체했다, 2020년 취임해 5년 동안 내각을 이끌었던 기업인 출신 김덕훈이 당의 경제담당 비서로 자리를 옮기고, 대신 과학기술계에서 잔뼈가 굵은 박태성 비서를 총리로 임명했다. 더불어 당의 최동명 과학기술부장을 과학기술 담당 비서와 겸직토록 했다. 당과 내각에 과학기술계 인사들을 전면에 배치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말, 2025년 이후 국가 경제정책을 수립하면서 과학기술계의 역할을 강조했다. 제8차 당대회(2021~2025년, 경제발전 5개년계획)에서 결정한 경제목표를 최종 달성하고, “새로운 발전단계”인 제9차 당대회(2026~2030년)의 토대를 구축하는 역할을 과학기술계에 요구한 것이다. 5개년계획을 결산하는 마지막 해에 내각의 핵심인사를 단행한 의도는 양적 성장을 질적 발전으로 전환하기 위함이라 해석할 수 있다.
전임 총리 김덕훈은 북한의 대표적 기계제작 기업인 대안중기계련합기업소 지배인 출신으로 지난 5년 동안 △평양 5만세대와 농촌살림집 건설 △농업부문 식량 생산 안정화 △김책 제철련합기업소 등 금속공업부문의 철강재 증산 △전력공업부문의 전력 생산량 확대 실적 등을 견인한 대표적인 성장론자다. 이러한 생산요소 투입에 의한 양적 성장을 ‘과학기술과 생산의 일체화 실현’을 통한 질적 발전 단계로 전환하기 위한 의도인 셈이다. 한편 이번 인사 결과 박태성 총리와 함께 국가 경제 전반에 대한 이해도 높은 인물들, 전임 총리 김덕훈(당 경제비서), 김재룡(당 규율조사부장) 등이 당과 내각에 다수 포진하게 됐다.
인사의 또 다른 특징은 국방상 출신인 김정관을 이례적으로 내각 부총리에 임명한 것이다. 김정관의 내각 발탁은 현재 추진 중인 지방공업공장, 온실농장, 주택, 수산사업소, 학교 및 병원 등 주요 대상 건설의 주체로 군을 동원하는 체계를 공식화한 인사로 해석할 수 있다. 즉 군수부문의 기술과 역량을 민간부문으로 확대하기 위한 정책을 제도화하기 위한 과정인 셈이다.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북한 전역을 공사판으로 만든 평양시 5만세대 주택과 농촌주택, 대규모 온실농장, 20개 지방공업공장건설 등 굵직굵직한 건설성과의 이면에는 군이 핵심 역할을 수행해 왔기 때문이다.
당의 중앙검사위원회 위원장도 교체했다. 중앙검사위원회는 제8차 당대회 이후 최고의 권력기구로 부상했는데, 위원 15명 전원을 당 최고의결기구인 중앙위원회 위원에 임명할 만큼 막강한 권력기관이다. 리히용 신임 위원장은 지난해 평안북도 압록강주변 대규모 수해가 발생했을 때 피해복구 실무 책임자로 깜짝 등장했다. 리히용의 발탁 배경에는 2019년 12월 함경북도 경성군 중평리 군 비행장을 밀어내고 건설한 중평남새온실농장 성과도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가장 특징적인 경제성과인 중평온실농장은 2022년 함경남도 련포온실농장과 2024년 평양시 강동종합온실농장 준공으로 이어졌고, 현재 압록강 수해 지역인 위화도에 초대형 온실농장이 건설 중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인사의 핵심 기조는 경제발전이 분명해 보인다.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올해가 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마지막 해이면서 새로운 5개년계획을 준비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