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시작되는 3월, 본격적인 영농철에 접어든다. 얼었던 땅이 녹으며 농민들은 농사를 위한 채비에 분주하다. 하지만, 농사 준비에 앞서 너무나 오른 생산비 걱정에,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농산물가격 걱정에 올해 농사가 막막하다.
농민들은 농사를 짓기 위해 농지, 종자, 농자재, 농기계 등 준비해야 할 게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생산비가 너무 올라 농사 규모를 고민하거나, 작목 전환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비용 부담은 해가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이상기후가 빈번해지면서 생산량도 줄고, 품질을 높이기 위한 활동에도 예년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동력이 든다. 하지만, 생산비용보다 더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농산물값이다. 생산비가 보장되는 가격안정 정책을 요구하는 것은 농민들의 정당한 권리이지만, 실제로 잘 반영되지 않는다. 그리고 정부 예산에서 차지하는 농업예산 비중도 극히 적다.
2025년 농식품부 예산은 18조7416억원으로 정부 총예산 중 2.77%에 불과하다. 지난 2021년부터 농식품부 예산은 정부 예산의 3%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농업·농촌예산이 정부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기는커녕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농업 위기를 극복할 의지도 부족하다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꼭 필요한 민생예산 증액이 요구됐지만 결과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 농민 삶에 절실히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명확히 드러났으나 후순위로 밀려났고 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기후위기로 날로 늘어나고 있는 농업재해 대책 강화에 대한 요구는 농작물재해보험 예산 삭감으로 되돌아왔다. 주요 노지채소의 불안정한 수급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채소가격안정지원 사업은 2024년 552억원에서 2025년 207억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농정에 무엇이 필요하고 부족한지는 농업의 주체인 농민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자기 자신의 문제이고, 가장 절실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농사를 지어온 농민은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농사에 임하며 작물생산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전문가다. 높은 생산성과 좋은 판로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기술을 연마해 왔지만 정부 정책이 이를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농민이 농사지을 수 있는 영농권 보장, 그 중심에는 생산비 보장, 가격안정 대책, 농업재해 대책 등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농사짓는 환경을 마련할 수 있는 예산이 반드시 필요하다.
식량생산을 책임지는 농민의 수가 감소하고 있어 너무 귀한 존재가 돼 가지만 실제 농민에 대한 예우는 찾기 어렵다. 이를 가장 표면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예산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장에서 원하는 민생예산이 무엇인지 정치권과 정부는 귀 기울여야 한다. 본예산에서 부족한 부분을 추경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 농민들의 요구고, 추경을 통해 농업민생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