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한 해 지역 농축협들이 진행한 사업 전반을 총결산하는 시기다. 사업 과정에서 농축협이 자금은 제대로 썼는지, 농민조합원에게 돌아가야 할 몫은 제대로 돌아갔는지를 농민조합원 스스로 점검해야 할 때다.
돌아온 ‘결산의 시간'에 발맞춰,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하원오, 전농) 협동조합개혁위원회(협개위)는 지난 14~15일 경북 안동시 도산면 인문정신연수원에서 ‘2024년 농협결산 대비 교육’을 진행했다. 이번 교육은 지난해 11월 12~13일 전농 협개위가 진행한 ‘2025년 농협 예산 대비 교육’의 후속 과정으로서 이어졌다. 이날 이용희 전농 협개위원장이 전농 회원들에게 교육한, 농협결산 시 농민조합원의 입장에서 점검해야 할 사항 중 일부를 소개한다.
총계정원장, 각 사업장별로 뽑아서 보자
조직 회계상 모든 수입·지출 기록을 담은 장부인 총계정원장. 지역 농축협의 총계정원장은 각 농축협 본소에서만 확인 가능한 게 아니다. 해당 농축협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주유소·농기계센터·유통센터 등 각 사업장마다 별도의 총계정원장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농축협 감사는 해당 농축협의 각 사업장별 사업이 제대로 진행됐는지, 또는 문제가 있었는지 확인하려면 각 사업장별 총계정원장을 뽑아달라고 직원에게 요구하면 된다.
농협 내부조직 간 거래 금리 점검 필요
지역 농축협 결산 시점에서 중요하게 봐야 할 내용 중 하나가 농협 조직 내부 간 거래 금리다. 내부 간 거래 금리란 농협 내 경제사업 담당 조직이 신용사업 담당 조직으로부터 자금을 융통할 때 책정되는 금리를 주로 뜻한다. 이 금리가 적정한 수준으로 책정됐는지, 신용사업 영역이 경제사업 영역으로부터 과도한 이자를 뜯어가는 건 아닌지 점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내부 간 거래 금리는 각 지역 농축협 리스크관리위원회(리스크관리위, 또는 금리조정위원회)에서 정한다. 그러나 대다수 농협의 리스크관리위는 조합장·전무·상임이사 및 신용사업 담당 상무 등 일부 임직원들에 의해 운영됐고, 여전히 농민조합원이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다. 어떻게든 농민조합원이 리스크관리위로 들어가 농민의 관점에서 내부 간 거래 금리 문제를 살펴봐야 하는 만큼 최소한 1명 이상의 지역 농축협 이사가 리스크관리위에 참여하게끔 제도화할 규정이 필요하다.
‘감모 처리율 3% 초과’는 이사회 의결 없인 불가
농산물의 수확에서부터 저장, 유통단계에 이르기까지, 여러 이유로 생산물 중 일부가 손실되는 비율을 감모율이라 한다. 농산물 감모 범주엔 농산물을 관리하는 농협 직원들이 작물 상품성 저하 등의 이유로 자체적으로 농산물을 폐기하는 것도 포함되는데, 이러한 감모 처리 또한 법적으로 규정한 수준 이내에서 진행해야 한다.
지역 농축협에서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최대 감모율은 전체 농산물 대비 3%다. 그 이상의 감모를 진행하려면 지역 농축협 이사회 차원의 의결을 통한 ‘추가 감모 허용’이 필요하다. 이사회 의결 없이 추가 감모를 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이용희 위원장은 “감모율 3%라 하면 얼마 안 돼 보이지만, 예컨대 우리 조합에서 100억원어치 쌀을 저장 중이라 할 시 감모율 3%는 3억원어치에 해당한다. 직원이 최대 3억원어치 쌀까진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이사회 의결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라며 “농협 조합공동사업법인에서 사고가 많이 터지는 요인 중 하나가 감모 문제인 만큼, 감모율에 대한 점검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감사는 무조건 ‘서류감사’로
이 위원장은 지역 농축협 감사들이 구두감사, 즉 농축협 직원이 말로 간단히 설명하는 것만 듣고서 감사를 끝내선 절대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무조건 서류감사를 봐야 한다는 뜻이다.
감사가 직원에게 “결산 관련 서류 좀 줘봐라”고 하면 적지 않은 직원들은 “자료 준비하는 데 오래 걸린다”고 한다. 그러나 이건 말도 안 된다는 게 이 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모든 (결산 관련) 자료는 농협 통합업무시스템을 통해 약 2분이면 다 뽑는다. 각 사업장별 총계정원장이건 뭐건 컴퓨터로 금방 뽑을 수 있다”며, 처음엔 적응되지 않더라도 감사가 직접 통합업무시스템에서 필요한 회계 내역을 찾아볼 것을 권장했다.
결손금 보전, 다 순서가 있다
올해는 지역 농축협들의 부동산·건설 분야 고위험 공동대출로 인한 부실 심화가 본격화되리라는 진단이 제기된다. 지난 6일 국내 대표적 건설사 중 한 곳인 신동아건설이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사실상 부도)함에 따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 고위험 대출을 통해 신동아건설에 투자했던 조직(지역 농축협 포함)들의 줄도산 우려가 거론된다. 이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각 지역 농축협 조합원들의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 농축협 입장에선 현실적으로 결손금이 대량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기존에 농축협에서 다양한 명목으로 적립한 금액들을 결손금 보전 목적으로 써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인데, 결손금 보전에도 다 순서가 있다. 순서를 나열하자면 ①미처분 이월금 ②사업활성화적립금 ③유통손실보전적립금 ④경제사업활성화적립금 ⑤사업준비금 ⑥법정적립금 ⑦자본적립금 ⑧회전출자금 순이며, 이상의 금액들로 보전 노력을 기울여도 부족할 시 차기 이월결손금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용고 배당, 상품권으로 때울 생각 말라
농민조합원들이 한 해 농협 사업 이용 대가로서 받는 이용고 배당금. 이용고 배당금은 철저히 ‘현금배당(계좌이체 포함)’이 원칙이다.
문제는 이러한 원칙을 어기고 상품권이나 조합 자체 영농자재교환권, 또는 현물(예컨대 농기구 또는 농자재)로 ‘때우려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선 지난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는 만큼, 이용고 배당에 있어 ‘현금배당’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