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대대로 농사짓고 살아온 제주 성산읍지역 농민들이 지난 2015년 국토교통부의 제2공항 개발사업 발표 이후 9년째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제2공항 이슈가 지역을 뒤흔들었고, 최근엔 국토교통부가 ‘기본계획’ 고시 예정임을 밝혀 성산읍은 물론 제주지역 농민들이 수차례 내걸었던 ‘제2공항 결사반대’ 깃발을 들고 또다시 거리에 나섰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의장 김만호, 전농 제주도연맹)은 지난 24일 서귀포시 성산일출봉농협 신산지점에서 ‘제2공항 저지 농민전진대회’를 열고 트랙터를 앞세운 가운데 50여대의 차량시위를 했다.
제주 농민들에겐 한동안 비가 많이 내려 미뤄뒀던 콩 파종이며 당근 파종 준비, 만감류 관리 등 한낮을 피해 늦은 저녁까지 쉴 틈 없이 바쁜 시기지만, 최근 국토교통부가 제2공항 기본계획을 고시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긴급하게 농민전진대회가 마련된 것이다. 이날 농민대회에는 농민 뿐 아니라 민주노총,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도 참석해 힘을 모았다.
늦은 오후 5시, 잠시 일손을 놓고 농민전진대회장에 모인 농민들은 “서울이나 부산에 사는 땅 주인들이 ‘공항 얘기 어떻게 돼 가냐’고 또 연락을 하기 시작한다. 공항 사업이 시작된 것도 아닌데도 이미 그사이 농지 임차료는 계속 올랐다”고 답답한 심경을 밝혔다. 제2공항 개발사업은 성산읍 농민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제주도 농지는 자꾸 줄어드는데, 제2공항 개발 예정지에 속한 농지가 모두 수용되면 지금도 버거운 농지임차료는 치솟을 수밖에 없다. 이런 불안감은 수년째 제주 농민들을 옥죄고 있는 상황이다.
트랙터 5대, 트럭 40여대가 성산일출봉농협 신산지점에 도열된 뒤 제2공항 저지 농민전진대회 출정식이 시작됐다.
사회를 맡은 채호진 전농 제주도연맹 사무처장은 “제2공항 예정지 550만㎡ 중 3분의 1이 농지인데, 농민의 삶을 얘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 “공항 예정지는 농민들 삶의 터전이며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땅”이라고 농민전진대회의 배경을 다시금 강조했다.
이어 김만호 전농 제주도연맹 의장은 대회사를 통해 “조만간 국토교통부가 제주 성산 제2공항 기본계획을 고시한다고 하는데, 누구를 위한 공항인가”라고 되물으며, “제2공항은 농민들에겐 폭력적인 국책사업”이라고 규정했다. 또 “국토부와 오영훈 제주도정은 개발과 지역발전이라는 신기루 정치로 지역 농민들을 현혹시키지 말라. 제2공항 건설은 제주 미래 비전에 역행하는 짓이고 성산지역 농업‧농민을 죽이는 행태”라고 강력 비판했다.
전농 제주도연맹은 출정식 이후 △국토부 기본계획 철회 △제2공항 백지화 촉구의 뜻을 모아 성산읍 지역 곳곳을 휘감는 차량 시위를 진행했다. 모두 50여대의 차량에는 ‘제2공항 결사반대!!’라고 적힌 깃발이 꽂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성산일출봉농협 신산지점에서 시작한 차량 시위는 성산읍 수산리까지 2시간 가량 이어졌다. 제주 전역의 농민들이 참여한 이날 농민전진대회를 필두로 이후 매주 수요일에는 성산읍 3개 지역 농민들이 순차적으로 차량 시위를 이어간다는 것이 김승규 성산읍농민회장의 말이다.
김승규 성산읍농민회장을 비롯한 지역 농민들은 “제주도정과 도의회가 제2공항 문제를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무엇보다 도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