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로 넘어간 ‘농민들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농민의길, 공정가격·생산비 보장·완전 자급 담아 개정안 발의

최근 쌀값 하락세에 ‘쌀값 재폭락 사태’ 우려 … 근본 대책 시급

  • 입력 2023.12.28 19:32
  • 수정 2024.01.17 14:38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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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쌀값 재폭락 근본 대책 수립 및 양곡관리법 개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에서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대표자들이 법 개정을 촉구하는 상징의식을 펼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쌀값 재폭락 근본 대책 수립 및 양곡관리법 개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에서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대표자들이 법 개정을 촉구하는 상징의식을 펼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민들이 직접 개정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15일 발의된 가운데, 개정 작업에 참여한 국민과함께하는 농민의길(상임대표 하원오, 농민의길)과 진보당(상임대표 윤희숙)이 이번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 및 근본적인 쌀값 대책 수립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 재의 과정에서도 부결된 뒤 농민의길은 기존 개정안을 전면 손봤다. 이에 강성희 의원 등 국회의원 11명이 발의자로 나서며 개정안은 현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심사 단계(의안번호 2125939)에 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쌀 공정가격 보장과 △완전한 쌀 자급 달성이다. 이를 위해 제1조 목적에 ‘식량자급률 제고’ 문구를 명시했다. ‘양곡 생산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보전’하고 ‘농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함을 뜻하는 공정가격의 개념 조항도 신설했다. 아울러 당해 연도에 생산된 쌀 시장가격이 공정가격보다 낮으면 정부는 그 차액을 전부 지원해야 한다.

시장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공공비축미 판매는 ‘수급 조절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한정’했고 △양곡 수입은 ‘국내 수급 상황을 고려하되, 수입 양곡이 국산 양곡 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 지체없이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 △공공비축양곡은 매년 ‘70만톤 이상’ 공정가격위원회에서 정한 가격으로 매입해야 한다. 전년도 미곡생산량의 10%를 계약재배(공공수급미곡)로 확보해야 하고, 공공수급미곡은 공공급식 등에 쓸 수 있다고 규정했다. 모두 신설된 조항으로 쌀값에 대한 정부 책임을 강화하는 취지다.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쌀값 재폭락 근본 대책 수립 및 양곡관리법 개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에서 농민들이 조속한 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쌀값 재폭락 근본 대책 수립 및 양곡관리법 개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에서 농민들이 조속한 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민의길과 진보당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계단에서 ‘쌀값 재폭락 근본 대책 수립 및 양곡관리법 개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농민의길이 만든 양곡관리법 개정안 통과 △반복되는 쌀값 폭락 근본 대책 수립 △쌀 공정가격 26만원 보장을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꺼내든 ‘20만원 보장’ 약속은 오히려 ‘유리천장’이 돼 쌀값 상승을 막았다. 10년 전 박근혜정권 때 목표가격이던 21만원에도 못 미치는 시대착오적 가격”이라며 “여기에 5% 저관세로 매년 들어오는 저율관세할당(TRQ) 40만8,700톤의 수입쌀, 물가를 잡겠다며 무분별하게 진행한 할인행사까지 쌀값 재폭락 사태는 가격통제에 초점을 둔 윤석열정권의 쌀 정책 때문에 발생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정권과 국민의힘, 농민들의 요구 중 시장격리만 반영해 놓고도 그마저 중재안이라며 후퇴시킨 더불어민주당 어느 쪽도 기대하지 않고 농민의 손으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만들었다”라며 “이번 개정안은 공정가격 보장, 쌀 자급률 100% 달성, 공공비축미 성격 재정립, 국내 생산량에 따른 수입 중단‧조정 등을 규정해 반복되는 쌀 가격‧수급 불안정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이다”라고 강조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최근 3개월(매달 15일 기준) 정곡 20kg 쌀값은 5만2,387원(10월), 4만9,820원(11월), 4만9,530원(12월)으로 하락 추세며, 12월 쌀값은 10월보다 약 5.5% 떨어졌다. 지난 2022년 8월 45년 만의 최대치 쌀값 폭락 당시 쌀값은 4만112원이었고 직전 달은 4만2,200원이었다. 현재 대부분 지역에서 결정된 벼 수매가는 6만2,000원(40kg, 도정 전) 안팎으로 이를 정곡 20kg 기준으로 환산하면 4만3,000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 현장에선 ‘쌀값 재폭락’ 사태로 우려하고 있다.

이날 하원오 농민의길 상임대표는 “오늘 공공비축미 수매가가 7만120원으로 발표됐다. 거부권을 행사하며 공약한 쌀값 20만원을 간신히 넘긴 가격이다. 윤석열정권은 모처럼 약속을 지켜 만족할지 모르나 농민은 누구도 만족하지 않는다. 애초 20만원은 폭등한 생산비조차 감당할 수 없는 가격이었다”라며 “결국 이는 목표가격이 돼 쌀값 상승을 막는 역효과를 낳았고 쌀값은 수확기 3개월 만에 9% 이상 폭락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 상임대표는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지난 4월 국회가 소모적 논쟁 속에 농민들의 목소리를 지워버린 걸 잊지 않고 있다. 이번엔 다르길 진심으로 바란다”라고 힘줘 말했다.

강성희 의원은 “대통령과 국회가 농민‧농업을 오랜 시간 무시하고 방치했을 때 스스로 농민수당을 만들어 낸 농민들은 이번에 양곡관리법 전면 개정안을 만들어 냈다. 이는 농민들의 피땀과 절박함이 쌓인 시간 끝에 완성된, 농민의 생존과 모든 국민을 위한 법안이다. 이제야 발의된 전면 개정안은 반드시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대통령은 쌀도 시장논리에 맞춰야 한다고 했으나 이번 개정안엔 국민의 주식인 쌀마저 시장의 변덕에 휘청거려선 안 된다는 가치를 담았다. 현재 쌀값 폭락은 대통령이 말한 시장에 맡긴 결과이기 때문이다”라며 “주식인 쌀은 이 땅의 목숨줄이며 나라 존속과 연결돼 있다. 조속히 통과돼 다시 농민들 곁으로 돌아올 날을(시행되길) 기다리겠다”라고 희망했다.

김명기 (사)전국쌀생산자협회 회장은 “이번 개정안엔 현장 농민의 아픔이 담겼다.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 농촌에 누가 살겠나. 농촌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정부‧여야는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시행되도록 책임지고 힘을 모아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정충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사무처장은 “지금 쌀값이 20년 전과 비슷하다는 걸 여기 모인 농민들은 다 안다. 2002년 월드컵 때 나락값이 지금과 같은 6만원대 중후반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이나 정치권 누구 하나 반성하지 않는다. 생산비는 해가 갈수록 올라서 얼마나 많이 드는지 제대로 아는 국회의원이 얼마나 있나. 우리를 대변한다는 정치 현실이 이렇다. 그래서 우리가 직접 개정했다. 여기에 농민기본법, 필수농자재지원법도 발의될 것이다. 현장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하루빨리 농민3법을 통과시킬 것을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농민들은 기자회견 뒤 국민의힘 당사 앞으로 이동해 근본적인 쌀값 대책 마련에 대한 여당의 적극적 역할을 촉구했다.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앞 계단에서 ‘쌀값 재폭락 근본 대책 수립 및 양곡관리법 개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마친 농민들이 여당인 국민의힘 당사 앞으로 이동해 조속한 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앞 계단에서 ‘쌀값 재폭락 근본 대책 수립 및 양곡관리법 개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마친 농민들이 여당인 국민의힘 당사 앞으로 이동해 조속한 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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