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농해수위, 대통령이 거부한 ‘양곡관리법’ 놓고 자정까지 격론

여‧야, 팽팽한 의견 대립 끝까지 이어져

“주식인 쌀, 정쟁이 돼 부끄럽다” 반성도

  • 입력 2023.04.13 09:28
  • 수정 2023.04.13 10:27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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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지난 11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후 처음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지난 11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후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양곡관리법 민주당 개정안을 제대로 알고 답변하고 있나"라고 묻자 정 장관이 이에 항변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석 앞에 붙여 놓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 농민 배신 식량주권 포기'라고 적힌 종이가 눈에 띈다. 한승호 기자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 이후 국회가 다시 격론에 휩싸였다. 지난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소병훈, 농해수위) 전체회의는 양곡관리법 현안질의가 중심이었는데 오전 질의 이후 ‘전원회의’로 중단됐다가 자정이 돼서야 끝났다. 

이날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는 시작부터 설전이 오갔다. 여야 간 고성이 수시로 터지고 거친 발언들도 서슴지 않았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주도해온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 농민배신 식량주권 포기’라는 문구를 명패에 붙이고 회의에 임했고 뒤늦게 입장한 국민의힘 의원 명패에도 ‘여야협의 무시한 상임위 일방운영 강력 규탄한다’ 등의 문구가 걸려 있었다. 

지난 3일 야당 단독으로 개최한 농해수위 전체회의에 불참했던 농림축산식품부 정황근 장관김인중 차관, 김홍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도 자리를 지켰다. 

농해수위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정부재량권을 충분히 부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이 처음부터 공산화법으로 지칭하며 절대 반대 입장만 고수했다고 맹비난했다. 

윤재갑 민주당 의원은 총리 담화문(3월 29일 발표)을 농식품부가 작성했는지 정황근 장관에게 묻고는 “내용상 가장 큰 문제는 논 타작물재배 4만ha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요한 내용을 빠뜨렸으니 대통령도 핵심은 뺀 채 정부가 남는 쌀을 다 사줘야 한다고 말하게 된 것”이라고 질책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가 왜곡됐다는 지적도 여전했다. 안호영 민주당 의원은 “농경연 보고서에서 쌀 생산단수를 과다추정해 생산량을 부풀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생산단수는 300평당 생산되는 쌀 생산량으로, 벼 재배면적에 단수를 곱하면 생산량이 산출된다. 안 의원은 “농경연은 쌀 생산량 추정 시 5년 단수의 평균값인 평년단수 518kg을 사용하는데, 양곡관리법 개정안 효과 분석 보고서에선 법 개정 이후 쌀 생산량 산출에 기준을 달리했다. 매년 단수가 증가해 2030년엔 553kg까지 늘어난 수치를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같은당 서삼석 의원은 “국민의 주식인 쌀문제가 어쩌다 정쟁이 됐는지 부끄럽다”면서 “쌀은 주식답게 다른 농작물이나 식품과 비교하지 말고, 시장에 맡기면 가격이 떨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쌀만큼은 특별대우를 해서 수급균형과 유통구조 혁신을 비롯해 지속적인 소득이 유지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고 엄중히 당부했다. 이어 “쌀 산업을 안보산업이라고 생각한다면, 설령 정부가 주장하듯 시장격리에 1조원이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반대만 할 게 아니라 국방예산 못지않게 충분한 예산을 배정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농경연의 모형분석 결과를 옹호하면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변했다. 또 양곡관리법 개정안 거부권 발동 이후 농식품부가 내놓은 쌀 수급대책 등의 구체적 방안을 확인하는 선에서 질문을 마무리했다.

오전 10시 40분에 시작한 농해수위 전체회의는 국회 전원위원회 회의 일정으로 오전질의 이후 중단됐다가 저녁 7시에 속개됐고 밤 12시에야 끝이 났다. 

다음날인 12일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 원내대표와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상정에 대한 논의를 시도했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결론 없이 정리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여야 의원들이 지난 11일 농해수위 회의실에서 ‘여야협의 무시한 상임위 일방운영 강력 규탄한다(국민의힘)’, ‘대통령 거부권 행사 농민 배신 식량주권 포기(더불어민주당)’ 등이 적힌 종이를 각 의원석 앞에 붙여 놓고 회의 시작 전 설전을 벌이고 있다. 한승호 기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여야 의원들이 지난 11일 농해수위 회의실에서 ‘여야협의 무시한 상임위 일방운영 강력 규탄한다(국민의힘)’, ‘대통령 거부권 행사 농민 배신 식량주권 포기(더불어민주당)’ 등이 적힌 종이를 각 의원석 앞에 붙여 놓고 회의 시작 전 설전을 벌이고 있다.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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