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주민들, 곳곳에서 고압송전탑 반대

전남도지사 ‘도민과의 대화’ 당일 규탄대회 및 장내 투쟁

돼지연구소 피해 선로 우회 … “군민이 돼지만도 못한가”

  • 입력 2023.04.02 18:00
  • 수정 2023.04.02 20:22
  • 기자명 이승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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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이승헌 기자]
 

영광 불갑면 송전탑 반대대책위가 지난달 28일 불갑면사무소에서 송전탑 반대 불갑면민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영광 불갑면 송전탑 반대대책위가 지난달 28일 불갑면사무소에서 송전탑 반대 불갑면민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전남 신안군 해상풍력 초고압송전선로(공동접속설비, 345kV)가 영광군 5개면(염산·군남·불갑·묘량·대마면)을 관통할 예정이어서 지역 주민들이 반대대책위를 결성해 적극적인 반대운동에 나서고 있다.

2030년 준공 예정인 신안군 해상풍력발전단지는 48조5,000억원을 투입해 8.2GW 규모로 추진되고 있다. 신안군 임자도 일대 해상에서 생산된 전기는 송전선로를 통해 장성군 동화면 신장성변전소로 연결돼 광주권에 공급될 예정이다.

그런데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송전선로 경과지인 영광에서 주민들도 모르게 설명회를 진행한 것도 모자라, 최단 직선거리보다 1.5배나 우회해 건설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또한 송전탑 건설 예정지 60여곳 중엔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염산과 상사화 축제로 유명한 불갑산, 지역 최고봉 태청산 등 영광의 대표적인 명소들이 포함돼 논란을 증폭시켰다.

송전탑 반대 투쟁의 선봉은 지난 1월 영광에서 가장 먼저 성명을 발표한 불갑면이다.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도민과의 대화’를 위해 영광을 방문한 지난달 28일, 불갑면 반대대책위는 불갑면사무소에서 송전탑 반대 결의대회를 연 뒤 행사장인 영광스포티움으로 이동해 입구에서 반대 피켓을 들고 김 지사를 맞이했다.

영광군농민회와 영광군여성농민회가 지난달 28일 김영록 전남도지사 ‘도민과의 대화’ 행사장 앞에서 도지사 규탄대회를 연 뒤, 행사장 안에 들어가 현수막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영광군농민회와 영광군여성농민회가 지난달 28일 김영록 전남도지사 ‘도민과의 대화’ 행사장 앞에서 도지사 규탄대회를 연 뒤, 행사장 안에 들어가 현수막을 들어 보이고 있다.

‘도민과의 대화’ 본행사에서 조영기 불갑면 반대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송전선로를 직선구간으로 하면 훨씬 합리적일 텐데, 직선구간인 함평은 돼지연구소(국립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가 생기고, 상수원이어서 안된다며 영광으로 우회한다고 한다. 사실상 영광군민을 개·돼지보다 못한 취급을 한 것이다. 억울하고 분통하다”라며 송전선 직선화·지중화를 요구했다.

조성호 재경영광향우회장 역시 “불갑산은 도립공원이고, 상사화 축제로 전국에서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곳이다. 이런 곳에 송전탑이 건설되는 것은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김영록 지사는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겠다. 군민의 충분한 의견을 들어서 결정하겠다”라고 답했고, 이어서 전남도 에너지산업국장은 “송전선로 경과지가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다. 좀 더 많은 여론 수렴을 하겠다. 한전에 주민들과 협의해서 최적 경과지를 선정할 수 있도록 요청하겠다. 경과지에 대한 주민 보상방안도 개선해가겠다”라고 답했다.

이날 영광군농민회와 영광군여성농민회도 행사장 주변에 반대 현수막을 내걸고 ‘신안 해상풍력 영광관통 송전탑 건설 획책하는 김영록 도지사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노병남 영광군농민회장은 “영광은 핵발전소가 들어서서 수십년 동안 고통받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RF쓰레기발전소·군공항·송전탑 등 수많은 혐오시설이 몰려오고 있다. 정치인들이 입만 벌리면 민주·정의·자유를 말하는데 전혀 민주적이지도 않고, 정의롭지도 않으며, 지역 균형발전도 없다. 영광군민의 일방적 희생만 강요하는 이런 시설들을 결사 반대한다”라고 말했다.

영광지역의 송전탑 반대운동은 점점 그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지난달 16일 송전탑 설치 반대를 위한 염산면민 결의대회가 열린 데 이어 27일 묘량면 반대대책위가 결성됐고, 28일 대 도지사 투쟁을 기점으로 한층 본격적인 활동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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