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농민들

  • 입력 2022.12.25 18:00
  • 수정 2022.12.31 09:22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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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편집국>

사진 한승호 기자, 글씨 박홍규 화백

일 년 사시사철 밥상이 푸릇하다. 밑반찬 두어 가지만 있으면 하루 세 끼는 평화롭게 지나고, 틈틈이 과일도 챙기면 부족한 게 없는 밥상을 매일 마주한다. 그런데 밥상 하나가 온전히 내 차지가 될 때까지 씨앗을 고르고 모종을 심은 뒤 기후위기 속 노심초사하며 비로소 수확을 거둔 농민들의 노고는 쉬 잊혀진다.

올해를 두고 농민들은 ‘쌀 투쟁의 해’라고 했다. 지난해 수확기부터 쌀값은 생산비조차 기대할 수 없게 폭락했고, 변동직불제를 대신해 ‘쌀 자동시장격리’를 기대했으나 정부는 임의사항으로 치부했다. 법을 바꿀 때와 바꾼 뒤가 다른 정부 입장은 농민들에겐 기만이자 폭력이다.

지난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당이 ‘농정공약’을 발표할 때만 해도 이전보다 진일보한 농정공약에 막연한 기대도 품게 됐다. 그러나 윤석열정부 취임 이후 반년, 농민을 향한 농정기조는 확인할 길이 없는 ‘무정부’ 상태다. 대통령 첫 업무보고에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농정현안 대신 물가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발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농정은 실종됐는데 기후재난과 생산비 폭등은 맹위를 떨쳤다. ‘내년에도 농사를 지어야 하나’ 고민하며 뒤척이던 농민들은 면적을 줄이거나 사람 손을 덜 쓰는 품목으로 버텨야 했다. 농촌에 나무 심기가 대유행했다는 이야기가 바로 이를 대변한다.

생산비 폭등 상황은 수치만 봐도 아찔하다. 비료·농약은 물론이고 유류비와 전기요금까지 급상승했다. 지난 11월 면세등유 전국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1,420.16원으로 지난해 동기 933.66원 대비 약 52.1%나 올랐다. 난방을 해야 하는 겨울 하우스 농가의 부담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코로나19 3년 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세계가 동시에 몸살을 겪는데 처방은 천지 차이다. 세계 각국은 식량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자국 생산기반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고, 신자유주의 선봉장이던 미국은 최근 농가들의 대대적인 빚 탕감을 선언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실익이라곤 전혀 없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서두르던 문재인정부가 끝나니 윤석열정부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미국 주도 하의 경제·안보협력체 참가에 몸달아하고 있다.

농업을 살릴 방법이 없는 걸까. 지난 10년간 식품소비행태를 조사해 발표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올해 자료를 보면 코로나19로 집밥을 먹는 가구 수가 2021년과 2022년 연이어 늘었다고 한다. 올해보다 내년에 집밥을 더 먹을 것 같다는 응답률도 11%(똑같을 것 같다 85.1%)나 된다.

농식품부는 쌀 소비량이 감소해 쌀을 줄여 심을 궁리를 할 게 아니라 고물가 부담으로 집밥을 찾는 사람들에게 쌀과 식재료 사용을 늘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힘들었던 2022년이 저물고 있지만 현장은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농민들은 1년 내내 줄기차게 정부의 농업 홀대에 맞섰고 전남 완도, 어업이 주업인 지역에 농민회 면지회가 창립했다. 김선호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사무처장은 “어업이 주산지인 동네에서 농민회 깃발을 꽂았다. 원래 농민회가 없던 지역인데 약산면에 태양광반대 투쟁을 하던 농민들이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 것”이라며 “스스로 농업을 지켜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다시 농민들을 뭉치게 한다”고 말했다.

남쪽 끝 제주지역도 농업을 염려하는 도시민들의 마음을 체감한다고 한다. 채호진 전농 제주도연맹 사무처장은 “과거엔 보조금 얘기하면서 농민들 살만하지 않냐, 외국에서 농산물 사다 먹으면 된다 말하던 사람들도 언론에서 식량위기 문제를 계속 얘기하고 기후위기 속에 농산물 생산량이 대폭 줄어드는 걸 실제 보니, 농민들의 어려움을 공감해주는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한국농정>은 2022년 농업 각 분야의 1년을 총정리하면서 농민분들의 노고를 기억하는 송년특집호로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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