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농업결산] 전 품목에 걸친 생산비 폭등, 자비 없는 재해까지 농민 덮쳤다

  • 입력 2022.12.25 18:00
  • 수정 2022.12.26 08:56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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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원자재 수급 불안정의 여파로 비료값은 물론 영농에 필요한 모든 물품의 가격이 크게 올라 유례없는 생산비 폭등을 마주한 농민들은 이상기후에 따른 재해까지 겪으며 올해 내내 힘겨워했다. 경유 면세유 판매가격 1,630원. 작년 7월 평균 판매가보다 두 배가량 오른 가격이다. 지난 7월 4일 한 농촌지역에 위치한 주유소에서 한 농민이 트랙터에 경유를 넣은 뒤 시동을 걸고 있다. 한승호 기자
원자재 수급 불안정의 여파로 비료값은 물론 영농에 필요한 모든 물품의 가격이 크게 올라 유례없는 생산비 폭등을 마주한 농민들은 이상기후에 따른 재해까지 겪으며 올해 내내 힘겨워했다. 경유 면세유 판매가격 1,630원. 작년 7월 평균 판매가보다 두 배가량 오른 가격이다. 지난 7월 4일 한 농촌지역에 위치한 주유소에서 한 농민이 트랙터에 경유를 넣은 뒤 시동을 걸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해 하반기 비료에서 시작된 가격 인상은 농자재 품목 전반으로 확대되며 올 한 해 농민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비료값에 농약값은 물론 하우스용 필름과 파이프, 유류비와 인건비를 비롯해 전기요금까지 생산비 구성요소마다 인상에 인상을 거듭한 까닭이다.

농자재값 인상에 반해 45년 만에 최대치로 하락한 쌀값과 양파·배추 등 밭작물 품목 대부분에 드리워진 가격 하락세는 농민들의 주름살을 더욱 깊게 만들었고, 올해도 역시 반복된 이상기후와 자연재해 또한 농업·농촌 지속 가능성을 막아서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지난해 내내 치열하게 전개됐던 농어촌파괴형 신재생에너지 반대 투쟁은 윤석열 대통령의 ‘탈원전 폐기’ 입장에 부랴부랴 노선을 바꾼 산업통상자원부의 영향으로 잘못된 신재생에너지 확산 정책을 바로잡고 신재생에너지를 공영화하는 움직임으로 변모했으며 이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도 도출됐다.

 

매정한 생산비 폭등의 굴레

지난해 시작된 비료값 인상은 원자재 수급 불안에서 기인했다. 장기화된 코로나19를 비롯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세가 휘청이며 원자재 수급에 극도의 불안감이 더해졌고, 이는 곧바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비료 수급 자체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 ‘비료의 원활한 공급’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정부와 농협은 업계와 협의를 거쳐 무기질비료(화학비료) 원자재 가격 연동제라 일컫는 계통구매 상시 계약단가 조정 시스템을 올해 초 도입했다. 그 결과 분기마다 비료 판매가격에 원자재 가격이 반영되기 시작했고, 1분기 시작과 동시에 품목별로 많게는 3배까지 뛰어오른 비료값은 3분기에 일부 비종(요소비료)에 한해 소폭 인하됐으나 대부분 보합세를 유지했다.

농민들의 부담을 덜기 위한 목적으로 논의된 비료값 인상분 80% 보조는 취지와 다르게 대상품목과 물량을 한정해 시작부터 미봉책이라는 혹평에 휩싸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당초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던 원예용 비료를 인상분 보조에 포함했으나 보조 물량은 확대하지 않았다.

비료와 마찬가지로 원제 대부분을 수입하는 농약 역시 가격 인상을 피하지 못했다. 올해 초 계통판매 가격이 지난해 대비 평균 6.7% 인상됐는데, 한 해 동안 추가 인상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가파른 원제 인상률에 요동치는 환율까지 더해진 상황이라 업계에선 내년도 가격 인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운영에 큰 차질을 빚을 거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내년도 판매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코로나19 이후 폭등에 폭등을 반복한 인건비는 물론 유류비와 전기요금까지 한 해 내내 급격한 인상률을 보였다.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평균 경유 판매가격은 올해 초부터 연일 상승세를 기록하며 농기계 사용량이 집중되는 하반기에는 리터당 평균 1,800~1,900원 수준을 유지했고, 휘발유 가격까지 앞질렀다. 농민들이 사용하는 면세유(경유) 평균 판매가격 역시 올 한 해 리터당 최고 1,676.48원으로 치솟아 생산비 폭등에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며 수확기 농민들 입에서 “기계 사용하는 것이 겁난다”는 얘기가 돌 정도였다.

등유 또한 최근까지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급등한 가격을 유지해 시설농가에 난방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딸기 등을 재배하는 시설하우스 농가 난방이 한창인 2월 무렵 면세등유 전국 평균 판매가격이 1,000원선을 돌파했고, 최근에는 1,300~1,400원대를 유지 중이다. 휘발유와 경유의 유류세가 각각 리터당 468.8원과 335.6원인 반면 등유의 유류세는 72.5원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면세 혜택의 폭 또한 크지 않아 가격 인상이 농민들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전가되는 상황이다. 올해 11월 면세등유 전국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1,420.16원으로 지난해 동기 933.66원 대비 약 52.1% 올랐다.

사실상 생산비 모든 품목의 가격이 크게 인상돼 농민들의 숨통을 옥죄는 실정인데, 지난해 1월부터 도입된 ‘원가연계형 전기요금제’로 2021년 4분기에 이어 올해 3분기와 4분기에도 전기요금이 추가 인상됐다.

한국전력공사가 도입한 원가연계형 전기요금제는 유가가 오르면 전기요금도 함께 오르는 구조다. 연료비 조정단가 항목을 신설해 분기마다 연료비 변동분을 반영하기 때문에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에 전력량요금과 기후환경요금을 더한 뒤 연료비 조정요금을 가감하는 방식으로 산정된다. 지난 3분기와 4분기 연료비조정요금이 kWh당 각각 5원씩 올랐는데, 한전은 농사용 전기 전력량요금도 2분기와 4분기에 각각 kWh당 4.9원과 7.4원 인상했다.

결과적으로 올해 10월부터 농민들이 부담해야 할 전기요금은 지난해 동기보다 kWh당 최소 22.3원 올랐고, 월동작물과 시설작물 재배 등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이뤄진 요금 인상은 농민들에게 더 크게 와닿을 수밖에 없었다.

농민은 물론 지자체와 국회에서도 “산업용과 교육용, 일반용 전기요금의 인상률이 각각 16%와 13%, 12% 수준인 반면 농사용갑·을 전기요금 인상률은 각각 74.1%와 35.2%에 달한다”며 전기요금 인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전기요금 인상조치 등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직접 권한이 없다며 소극적인 행태를 보여 공분을 샀다.

 

폭우·태풍도 모자라 가뭄까지

이상기후와 자연재해가 매년 반복·심화된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올해 역시 크고 작은 피해들이 농민의 삶을 어지럽혔다.

지난해 말부터 지속된 극한의 겨울 가뭄이 마늘 등 월동작물 주요 산지(경상도·전라도)의 생리장해 우려를 키웠고, 지속된 건조한 기후는 경북과 강원지역의 산불로 이어져 농촌 주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흔을 남겼다.

지속되던 가뭄을 비웃기라도 하듯 들이닥친 집중호우와 태풍은 농작물 등에 막대한 피해를 남겼다. 지난 8월 충청남도 부여군 등에 시간당 100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져 산사태를 일으켰고, 주택과 축사, 농경지 등이 심각하게 파손됐다. 8월 8일부터 14일까지 이어진 집중호우에 당시 농작물 1,457ha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으며, 그중 충남의 피해가 827.3ha로 가장 컸다.

집중호우 이후에는 폭우와 강풍을 동반한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9월 6일 한반도에 상륙했고, 기상특보가 모두 해제된 7일 기준 1만1,934건의 사유시설 피해가 발생했다. 농작물 피해는 당시 기준 5,131.5ha에 달했고, 피해는 경북에 집중됐다. 한편 힌남노로 발생한 피해를 복구하기도 전 상륙한 제14호 태풍 ‘난마돌’로 제주와 경남 등이 간접 영향을 받았다.

또한 최근에는 경남·북과 전남·북 등 월동작물 주요 산지에 역대급 가뭄이 지속돼 생리장해 등의 발생이 확인되는 실정이다.

 

신재생에너지 ‘공영화’에 한 발

지난해 내내 전국에 걸쳐 추진된 ‘농어촌파괴형 신재생에너지 반대’ 투쟁은 탈원전을 폐기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정책 기조와 관련 기관의 태도 변화에 영향을 받아 올해 그 방향을 대폭 수정했다. 탈원전 폐기 정책에 반대하며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지속해야 한다는 뜻을 모아 풍력·태양광 발전 방법을 ‘공존’과 ‘공영화’로 이끌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이다.

여전히 지역에서는 농지법 등을 악용해 농업용 창고와 버섯·곤충 재배·사육사 등에 불법·위법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고 있지만,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풍력발전기 저주파 소음을 인정하며 피해 배상을 지급 결정한 데 이어 국무조정실 정부 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이 산업통상자원부와 합동으로 추진한 실태조사로 불법 태양광 사례가 확인돼 풍력·태양광 발전의 실태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한편 풍력·태양광 불법·위법 난개발로 가장 많은 투쟁의 선봉에 섰던 전라남도에서는 공동체·생태계와 공존하는 에너지 공영화 실현을 위해「전라남도 재생에너지 사업 공영화 및 지역사회·생태계와의 공존을 위한 지원 등에 관한 조례(안)」를 전라남도에 제출했다. 해당 조례안은 32년만의「지방자치법」전부 개정으로 시행된 주민조례발안제의 첫 사례로 관심을 받았으며, ‘전남 재생에너지 사업 방향이 공영화와 주민권리를 원칙으로 공동체 및 생태계와 공존’하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어 자체로도 의미를 지닌다. 전남도의 에너지 공영화는 박형대 전남도의원이 지난 8일 전라남도 재생에너지 공영화 포럼을 발족하며 점차 구체화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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