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생산자협회, CJ제일제당 즉석밥 일부 제품 수입쌀 사용 규탄

농민단체 “타업계 영향 우려, 수입쌀 계속 사용 시 불매운동”

  • 입력 2022.10.02 18:00
  • 수정 2022.10.02 18:58
  • 기자명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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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태형 기자]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CJ제일제당 본사 앞에서 열린 ‘CJ제일제당 햇반컵반 수입쌀 사용 규탄 기자회견’에서 농민들이 일부 즉석밥 제품에 수입쌀을 사용하는 CJ제일제당에 회초리를 드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윤병구 기자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CJ제일제당 본사 앞에서 열린 ‘CJ제일제당 햇반컵반 수입쌀 사용 규탄 기자회견’에서 농민들이 일부 즉석밥 제품에 수입쌀을 사용하는 CJ제일제당에 회초리를 드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윤병구 기자

지난해부터 쌀값 폭락이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쌀 생산 농민들이 일부 즉석밥 제품에 수입쌀을 사용하는 CJ제일제당을 규탄하고 나섰다.

쌀 생산 농민들이 문제 삼은 제품은 CJ제일제당의 ‘햇반컵반 BIG(빅)’이다. CJ제일제당은 밥 위에 토핑과 소스를 비벼 먹는 기존 햇반컵반에서 밥과 토핑 양을 30%가량 늘린 ‘햇반컵반 BIG(빅)’을 지난해 4월 출시했는데, 지난 3월 중 원재료를 국내산 멥쌀에서 미국산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전국쌀생산자협회(회장 김명기, 쌀협회)는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CJ제일제당 본사 앞에서 ‘CJ제일제당 햇반컵반 수입쌀 사용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국내 쌀값이 폭락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의 고통을 호소하고 CJ제일제당에 수입쌀 사용 중단을 촉구했다.

이종섭 쌀협회 충남본부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CJ제일제당이 지난 3월부터 햇반컵반의 원료를 국내산 쌀에서 수입쌀로 변경했다”며 “CJ제일제당이 제품 원가를 낮춘 상황에서 경쟁업체도 가격경쟁력 확보를 이유로 원료 변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CJ에 분질미를 무상으로 제공해 쌀가루 제품 개발을 지원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 속에 CJ가 제품을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원료를 계속 국내산 분질미로 제품을 생산한다는 보장이 없다”며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언제든 수입산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이상 정부는 대기업의 횡포에 강력하게 대응하고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명기 쌀협회장은 “쌀값이 폭락하고 있는데 CJ가 수입쌀을 쓴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대기업마저 우리 농민들을 외면하고 있다”며 “국민의 건강을 안일하게 생각하는 CJ에 한 번쯤은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규탄했다.

양옥희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상임대표는 “CJ제일제당은 국내 즉석밥 시장 점유율 67%로 업계 1위”라며 “농가와의 상생을 강조하며 국내산 쌀 사용 확대에 이바지한 기업으로 이미지를 쌓아 막대한 돈을 벌어 놓고 이제 와서 기업의 이윤 추구에 눈이 멀어 농민들을 외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불과 얼마 전에 일본산 쌀미강추출물을 써서 문제가 됐던 CJ가 또다시 국민을 우롱하고 수입산 쌀을 계속해서 사용한다면 국민은 불매운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정부는 국제 곡물가격이 올랐다며 수입쌀 저율할당관세(TRQ) 물량 40만8,000톤에 대해 내년도 예산에 발 빠르게 1,220억원을 추가로 배정했다”며 “정부가 국내산 쌀을 안 챙기면 기업이라도 챙겨야 하는데, 기업까지도 쌀을 내팽개치고 농업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이런 불합리한 작태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햇반컵반 BIG 제품의 원료를 국산쌀에서 수입쌀로 바꾼 이유에 대해 “해당 제품은 소스류를 비벼 먹는 제품으로, 미국산 중립종쌀을 사용해서 소비자평가를 해봤더니 맛 평가가 높게 나왔다. 그런 부분들을 고려해서 변경했다”라는 답변 외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열리는 ‘2022년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 임형찬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증인으로 불러 미국산쌀을 사용하게 된 경위 등을 심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19년 6월 CJ제일제당은 충남 아산시에서 ‘햇반 전용’ 종합미곡처리장(RPC)을 가동하면서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국내 쌀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햇반이나 햇반컵반 등 가정간편식(HMR) 대표 쌀 가공품 시장에서의 쌀 사용량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며 “햇반 전용 종합미곡처리장 가동을 계기로 CJ제일제당은 국산 쌀 사용 확대와 지역 농가와의 상생 노력에 더욱 사명감을 갖고 지속적인 노력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히며 농가와의 상생을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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