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로만 농민상생’ 식품 대기업의 민낯

  • 입력 2022.10.23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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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즉석밥’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식품대기업 제품에 수입쌀이 사용돼 논란이 되고 있다. 한편에선 국민과 상생하는 기업 이미지를 쌓아오면서 또 한편에선 쌀값 폭락에 시름하고 있는 농민들을 기만해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와 1인 가구의 증가 등으로 ‘가정간편식’이 대세인 시대에 즉석밥 소비도 늘고 있다. 간편하게 데워 따뜻한 한 끼를 먹을 수 있으니, 집집마다 상비약처럼 쟁여놓는 경우도 많다. 식당 밥보다 맛있다는 평가와 함께 갓 지은 집밥의 이미지도 있기 때문이다. 가정간편식 중 소비자들에게 가장 익숙한 제품 중 하나가 ‘즉석밥’인 이유다. 그런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즉석밥에 ‘수입쌀’을 사용한 것이 논란이 됐다. 국내 식품업계 1위를 차지하고 즉석밥 시장 1위인 CJ제일제당 제품이 문제가 된 것이다.

CJ는 충남 아산에 햇반 전용 미곡종합처리장을 가동하면서 보도자료를 통해 ‘지역농가와 상생하는 기업’으로 이미지를 쌓아왔다. 그러나 이윤을 극대화하는 데 혈안이 돼 컵밥 원료에 20%대의 수입쌀을 쓰고 있으면서 마치 미국산 쌀이 제품의 특징에 맞는 양 포장했다. 값싼 수입쌀을 제품원료로 쓰고 ‘제품의 맛, 식감 개선을 위해’라고 해명하고 있다.

국민들의 식량창고를 든든히 지켜온 농민들은 45년만에 최대치로 떨어진 쌀값에 위기감을 토로하고 있다. 기후위기와 전쟁위기로 촉발된 식량위기 시대에 쌀소비를 늘려 식량주권을 확보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데, 즉석밥 시장을 선도하는 CJ의 수입쌀 사용 행태에 농민들이 분노했고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하면서 불매운동까지 제안했다. 여기에 100여개가 넘는 식량주권사수-CPTPP가입저지 범국민운동본부 가입단체와 학부모들도 동참했다.

CJ는 국산쌀 사용을 강조하며 “햇반은 애국이다”라는 광고까지 했다. 그런데 뒤에선 미국산 쌀을 쓰고 있었다.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이며 농민 배신행위가 아닐 수 없다. ‘제품의 맛, 식감 개선’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똑같은 스팸김치 덮밥에 250g 제품은 국산쌀을 쓰고 307g 제품은 수입쌀을 쓴 것은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 같은 용량의 유사한 제품에 국산쌀을 쓴 제품과 수입쌀을 쓴 제품의 가격 차가 없는 것 또한 소비자 기만이 아닐 수 없다.

추수가 한창이지만 농민들은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쌀값에 한숨만 깊다. 정부와 여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이 농업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하고 있으며, 수입쌀에는 2023년도 예산에 1,220억원의 추가예산을 세워 국제 쌀값 인상과 비용 상승을 반영했다. 수입에 혈안이 된 정부와 국민을 기만하고 이윤 극대화를 앞세워 수입쌀을 쓰기 시작한 기업의 죽이 이렇게 잘 맞을 수가 없다.

생산비에 미치지 못하는 쌀값은 ‘과잉생산’이 이유가 아니라 수입쌀이 원인이고, 국민을 기만하면서 수입쌀을 유통하는 기업의 윤리의식이 문제다. CJ제일제당 제품 불매운동은 이제 시작됐다. 주식인 쌀에 대한 국가적 대책이 필요한 때, 기업도 이윤만 챙길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지켜가야 할 책임에 동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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